반려동물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사료, 의료, 콘텐츠 등 반려동물 관련 사업들을 다루는 업종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애완’의 개념과 달리 ‘가족’으로 편입된 동물이기 때문에 금전적 투자도 확대되는 데다가 1인 가구 증가와 같은 인구구조 변화로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르는 동물’에서 ‘더불어 사는 동물’… 인식 전환

반려동물은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단어는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를 주제로 하는 국제 심포지엄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심포지엄에서는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동물을 지칭하는 단어인 ‘애완동물’을 반려동물로 부르도록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애완동물의 사전적 의미는 ‘애완을 목적으로 가까이 두고 기르는 동물’이다. 애완동물은 아끼고 사랑하는 대상이지만 ‘동반자’가 아닌 ‘키우는 존재’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반려동물은 사람과 더불어 산다는 의미를 포함하면서 키우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하는 가족이나 동반자의 개념이 적용됐다.

인식의 변화는 결국 반려동물의 증가로 이어지게 됐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약 580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2% 확대됐다. 지난 2001년 285억달러 규모였던 미국 반려동물 시장은 지난 14년간 약 2배 이상 성장했다. 반려동물 숫자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6년 강아지와 고양이 마리수가 청소년(18세 이하) 인구수를 처음으로 넘어 섰다. 2013년 기준 미국의 강아지와 고양이의 수는 총 1억7000만 마리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청소년 인구수 380만명보다 4배 이상 많았다.

국내에서는 2007년 동물보호법 개정 이후 반려동물 이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펫팸족’(Pet+Family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펫팸족이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이다. 이들은 반려동물을 단순히 집에서 키우는 동물이 아닌 인생을 함께하는 사람만큼 귀한 존재로 여긴다. 인식의 전환은 반려동물에 대한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령화와 더불어 1인 가구 확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가족에서 소규모 가족으로 전환되면서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지난 2012년 기준 한국의 1~2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50.5%로 추계되고 있으며, 이 중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16%인 320만 가구로 집계됐다. 인구로는 1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 연계 산업 확대

반려동물 역시 나이를 먹으면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때문에 반려동물에 대한 의료 서비스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반려동물들도 녹내장, 백내장, 치아, 피부병 등 각종 노인성 질병에 걸리게 되고, 유행성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 수요, 골절 치료 등 다양한 수요가 발생한다. 보험업계에서는 지난 2008년 의료보험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다만 동물 의료비 기준 책정의 어려움으로 2010년 사업을 포기했다. 현재는 2013년 1월 반려동물 등록제의 시행으로 삼성화재와 롯데손해보험에서 반려동물 의료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반려동물은 통상적으로 집에 혼자 있는 경우가 많다. 1~2인 가구의 증가로 출근, 약속, 여행 등의 스케줄이 있을 경우 반려동물과 함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반려동물들도 외로움을 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러한 수요에 의해 반려동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전용호텔이 등장했다. 반려동물 대상 호텔의 경우 1박의 경우 약 3~4만원부터, 룸 형식의 경우 15만원대까지 다양한 시설이 만들어져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TV프로그램도 등장했다. 통신사 KT는 ‘도그TV’ 서비스를 송출하고 있다. 집에 혼자 남겨진 반려동물이 심심하지 않게 TV를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서비스는 미국에서 100만 시청견이 확보됐다고 한다. 아울러 혼자 있는 반려동물을 관찰하기 위한 CCTV 상품도 출시됐다. LG유플러스는 스마트폰으로 집안에 설치된 CCTV 화면을 확인할 수 있는 ‘맘카2’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외에도 반려동물의 건강관리와 분실 우려를 없애기 위해 GPS칩이 내장된 센서를 장착하거나, 반려동물의 건강을 체크해주는 센서, 동물과 놀아줄 수 있는 로봇 등이 개발되는 등 수요에 의해 새로운 시장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상황이다.

사료 고급화 열풍… 국내 기업 대거 진출

‘애완의 개념’에서 ‘동반자의 개념’으로 전환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사료에도 고급화가 추진되고 있다. 지난 2013년 설문조사 자료에 의하면 월 평균 반려동물을 위한 지출비용은 약 13만5632원이 투입됐다. 이 중 사료와 간식 비용은 5만7493원, 용품 3만5528원, 그 외 기타 지출이 4만2611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사료 시장의 상당 부분은 다국적 회사가 점유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동물 사료 시장의 69%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기업은 마스(Mars), 네슬레(Nestle) 등이다. 이들 업체를 포함 상위 5개 기업은 세계 사료 시장의 85%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국내 시장에서도 7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주로 수익성이 높은 고급 사료 시장에 진출해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성을 인식하고 사료의 고급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유통과정이 긴 글로벌 수입 브랜드에 비해 국내 업체들은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신선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CJ제일제당은 ‘오프레시’와 ‘오네이처’라는 펫푸드를 출시했다. 동원F&B는 ‘뉴트리플랜’, 롯데네슬레코리아는 ‘퓨리나’라는 상품이 있다. 사조산업은 ‘사조 로하이 캣푸드’, 이마트는 ‘엠엠도그’라는 이름의 고급 사료를 판매하고 있다. 김영각 현대증권 연구원은 “반려동물 시장은 20~30대 층의 1인 가구 증가, 연금을 받아 경제력이 있는 노인인구의 증가, 결혼했지만 아이는 가지고 싶어 하지 않는 신혼부부 등, 다양한 수요가 있다”며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려동물 시장의 사이클은 인간화(Humanization)를 넘어서서 고급화(Premiumization)로 이동하고 있다”며 “관련 기업들에 대한 중장기적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