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면이 많았다. 퀄컴의 ‘모바일 두뇌’ 스냅드래곤 810은 한국에서 발열 논란에 시달렸다. 해명을 거듭해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 사이 퀄컴의 차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정체가 또렷해지고 있다. 스냅드래곤 820이 그것이다. 스펙에 관한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정보가 더해지면서 조각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 지금껏 가장 강력한 모바일 AP가 탄생할 조짐이다.

퀄컴은 최근 스냅드래곤 820에 대한 추가 정보를 공개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각) 홍콩 리츠칼튼 호텔에서 개막한 ‘2015 퀄컴 3G/LTE 서밋’에서다. ‘3G/LTE 서밋’은 퀄컴이 매년 개최하는 행사다. 제조, 운영, 부품 기술 등 업계 전문가들이 참가해 네트워킹은 물론 최신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다. 올해 행사는 퀄컴 창사 30주년을 기념해 역대 최대 규모로 꾸며졌다.

▲ 사진=조재성 기자

추가 정보는 행사의 문을 연 키노트를 통해 공개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과 머시 렌더친탈라 퀄컴 총괄 부사장 겸 공동 사장은 ‘LTE 기술의 발전이 비즈니스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며 스냅드래곤 820을 언급했다. 이 차기 AP에 최대 600M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지원하는 X12 LTE 모뎀과 초고속 충전 기술인 퀵차지 3.0을 제공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통신·충전 속도 ‘한계 초월’

추가 정보 공개는 다소 우회적인 방식을 택했다. 먼저 성능이 대폭 업그레이드된 X12 LTE 모뎀의 구체적인 성능을 공개하면서 이 모델이 스냅드래곤 820에 장착될 것이라고 했다. 이 모뎀은 업계 최초로 LTE 카테고리 12(다운링크)와 카테고리 13(업링크)을 지원한다. 기존 모델 대비 다운링크 최대 33%, 업링크 200%의 성능 개선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X12 LTE 모뎀은 3× 다운링크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과 256-QAM을 활용해 최대 600M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지원한다. 또 2× 업링크 CA와 64-QAM을 통해 최대 150Mbps의 업로드 속도를 구현했다. 또한 퀄컴 VIVE 802.11ac와 퀄컴 MU/EFX MU-MIMO, 멀티 기가비트 802.11ad와 3밴드 지원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와이파이 품질을 제공한다. 2×2 802.11ac와 MU-MIMO 기술이 만나 1×1 대비 최대 50% 수신거리를 향상시킬 수 있다. 80MHz 대역에서 2×2 11ac의 최고 속도는 867Mbps이며, 11ad는 최대 4.6Gbps까지 올라간다.

또 하나 새로운 점은 LTE-U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와이파이(WiFi) 주파수 대역을 LTE 대역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LTE가 상용화된 면허 대역과 와이파이 등이 쓰이는 5GHz 비면허대역을 엮어 활용하는 방식이다. 와이파이 대역을 이용하기 때문에 저비용으로 LTE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고 주파수끼리의 통합도 가능해 통신환경만 갖춰진다면 주파수 대역이 넓어져 3밴드 주파수 대역 통합을 넘어선 빠른 통신 서비스를 할 수 있다.

▲ 사진=조재성 기자

퀄컴의 머신러닝 플랫폼 제로스(Zeroth)가 적용된다는 점도 새롭다. X12 LTE 모뎀에 제로스를 적용해 축적된 데이터에 따라 학습하고, 지능적으로 판단해 LTE 네트워크·와이파이(WiFi) 망을 넘나들며 사용자가 최적의 네트워크 환경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알렉스 카투지안 퀄컴 제품 담당 수석 부사장은 “X12 LTE 모뎀을 탑재한 스냅드래곤 820은 차별화된 기능을 통해 제조사와 통신사가 최신 LTE와 와이파이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 업계 리더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전했다.

충전 기술도 진화했다. 퀄컴은 차세대 충전 기술인 퀵차지 3.0을 공개하면서, 스냅드래곤에 이 기술이 적용된다고 전했다. 퀵차지 3.0은 기존 퀵차지 2.0에 비해 27% 빠른 충전이 가능하며 45%의 전력을 아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최초로 지능형 최적 전압 관리(INOV) 기능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퀵차지 기술을 탑재하지 않은 모바일 기기의 경우 배터리를 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1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반면, 퀵차지 3.0 기술을 활용하면 같은 양을 충전하는 데 35분 정도면 충분하다. 퀵차지 3.0은 INOV를 비롯한 혁신적인 기술들을 기반으로, 배터리 충전 사이클을 보호하는 동시에 퀵차지 2.0에 비해 최대 38% 더 높은 효율로 동작하도록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퀵차지 1.0과 비교하면 2배 빠른 충전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유력·코어 수는 8개 미만

생산 공정과 CPU 성능에 대한 정보도 일부 공개했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820이 14나노 핀펫 공정으로 생산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AP가 3차원 게이트 설계인 핀펫 공정에서 생산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알려진 내용이다. 이에 따라 핀펫 공정을 가동하는 TSMC와 삼성전자가 퀄컴의 파트너로 꼽혔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서 ‘14㎚’라고 못 박았다.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암시한 셈이다. TSMC의 경우 삼성전자와 달리 16㎚ 핀펫 공정을 가동하는 까닭이다.

▲ 사진=조재성 기자

CPU에 대한 정보도 일부 드러났다. 기존 모델인 스냅드래곤 810의 경우 최신 AP의 추세를 따라 옥타코어였다. 그런데 소문에 따르면 스냅드래곤 820은 쿼드코어다. 물론 퀄컴이 이 부분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이번 행사에서 기자단은 왜 차세대 모델에서 코어 수를 줄이며 ‘후퇴’했는지를 우회적으로 물었다. 이에 팀 맥도너 퀄컴 마케팅 부사장은 “코어 수가 많다고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보다는 사용자가 체감하는 성능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차세대 AP의 코어 수가 기존 모델보다 적다는 것을 암시한 셈이다.

여기까지가 추가로 확인된 정보다. 기존에 공개된 내용과 퍼즐을 맞추면 스냅드래곤 820의 실제 스펙을 더 선명하게 알 수 있다. 종합해보면 스냅드래곤 820은 X12 LTE 모뎀, 64비트 크라이오(Kryo) 아키텍처 기반·코어 수 8개 미만의 CPU, 헥사곤 680 DSP, 아드레노 530 GPU, 퀵차지 3.0, 헤이븐 보안 기술, LPDDR4 메모리 등을 탑재한다.

물론 실제 출시될 때까지 스펙이 변동이 없으리라곤 장담할 수 없다. 소비자가 스냅드래곤 820을 만나려면 내년 1분기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이 AP를 탑재한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견된 시기다. 아직까지 어떤 제품에 탑재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 드러난 모습만 종합해도, 스냅드래곤 820은 현존하는 AP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는 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