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시장에 여전히 틈새 투자종목은 있는가?” 한 푼이라도 싼값에 부동산을 사려고 경매 시장을 찾는 수요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내뱉는 푸념이다. 경매에 부쳐지는 물건이 감질나게 나오는 데다 간혹 괜찮은 물건이 나와도 감정가를 웃도는 낙찰 사례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틈새는 존재한다. 섣불리 포기하기보다는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투자에 나선다면 얼마든지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경매 틈새 물건은 있다. 바로 ‘테마형 부동산’이다. 최근 법원 경매 시장에 모텔, 주유소 등 이른바 테마형 부동산이 새로운 고수익 유망종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테마형 부동산이란 일반적인 주거·상업용 건물과 달리 모텔, 주유소, 주차장 등 특정한 주제나 업종을 선택한 수익성 부동산을 말한다. 아파트·주택, 근린시설은 이미 경쟁률이 치열해 투자수익이 적은 반면 테마형 부동산은 아직까지 투자자가 많지 않은 편이다. 낙찰가율도 60~70%대로 낮고 우량매물도 꾸준히 공급돼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편이다.

매물은 많고 낙찰가는 낮아

서울 서초구에 사는 전 씨(45)는 사업을 정리한 부모님의 자금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고 있었다. 두 달 정도 값싼 경매 물건을 물색하던 전 씨는 송파구 오금동에 있는 주유소가 경매에 부쳐진 것을 알게 됐다. 대지 489㎡, 연면적 634㎡ 지상 3층으로 2~3층은 사무실과 직원 숙소가 같이 있는 주유소 건물이었다. 지난 95년에 건축돼 건물 상태가 양호한 데다 지하철역과 가깝고 30m 대로변에 붙어 있어 활용도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괜찮은 부동산이란 판단이 섰다. 감정가(13억2888만원)의 84%인 11억1650만원에 낙찰받은 전 씨는 소유권을 넘겨받고 명도를 마친 즉시 3층과 지하 1층은 세를 주고 주유소는 직접 경영하고 있다. 얼마 전에 알아보니 이 주유소는 경매 직전 17억원에 매물로 나왔으나 경매가 부쳐진 상태여서 매매가 어려운 부동산이었다. 취득비용을 들이고도 시세보다 5억원 가까이 싸게 산 데다 일부는 세를 주고 나머지는 주유소를 직접 경영하기 때문에 일거양득의 수입이 발생하는 알짜 주유소를 손에 거머쥔 것이다.

또 노원구에 사는 김 씨(51)는 제조업체를 경영하면서 여윳돈을 활용해 경매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도심의 지식산업센터(구 아파트형 공장) 수요가 많은 것을 안 김 씨는 서울 성동구 성수2가동에 있는 J아파트형 공장이 경매에 부쳐진 걸 알고 입찰에 참여해 낙찰받았다. 지상 4층 중 3층 301호(105평형)가 감정가 4억원에 경매 부쳐졌다가 2회 유찰한 물건을 최저가 수준인 2억5605만원에 낙찰받았다. 석 달의 명도 처리와 소유권 이전 과정을 거쳐 올 초에 섬유가공 업체를 운영하는 중소업체에 보증금 1억원, 월 300만원에 세를 줬다. 연 수익이 20%에 달하는 괜찮은 부동산을 낙찰받은 셈이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비인기 종목’으로 불리는 이들 테마형 부동산들은 건당 입찰경쟁률이 3~4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경쟁률이 낮다 보니 입찰가를 높게 쓰지 않아도 낙찰받기 쉬운 편이다. 입찰에 부쳐지는 물건 수는 꾸준한 편이다. 서울·수도권에서 주유소나 모텔은 한 달이면 30여건 안팎이 경매에 부쳐지고 주차장, 목욕탕, 예식장, 유치원 등도 총 50여건 정도가 경매 시장에 나온다. 인기 지역을 빼놓고는 낙찰가율 70% 정도여서 시세보다 30% 싸다고 보면 틀림없다. 이런 물건을 경매로 사들이면 기존 시설과 영업권을 고스란히 확보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경매로 낙찰받으면 등록관청에 신고만으로 기존 사업자의 지위를 물려받을 수 있어 시간과 경비를 아낄 수 있다. 아울러 명도하기 간편해 낙찰자의 추가 부담도 거의 없다. 대부분 기존의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업용 테마형 부동산은 대체로 영세 상인이 아닌 고액의 영업자여서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데다 세입자들이 미리 전세권 설정 등 안전책을 강구한 상태에서 입주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낙찰자가 추가로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

시세 파악, 수익성 분석 반드시 해야

테마형 부동산은 일반 경매 물건에 비해 훨씬 까다롭게 골라야 한다. 입찰 서류는 물론 현장조사를 통해 투자 목적에 맞는 업종인지, 입지 여건은 어떤지, 고객층은 많은지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투자해야 한다. 특히 경매 진행 중 취하할 가능성이 적은 물건을 선정하는 게 좋다. 이는 경매를 신청한 채권자의 채권 청구액이 부동산 시가에 비해 많아야만 취하될 가능성이 적다. 만약 시가에 비해 채권 청구액이 적어 채무자가 서둘러 처분한 후 채무를 갚아버리면 경매는 취하돼 낙찰자의 권리가 공중에 뜨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경매 물건을 고를 땐 종목별로 투자전략을 달리해야 한다. 숙박업소나 목욕탕은 준공 연수가 얼마 안 돼 건물 내·외부상태가 양호한 물건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건물 내부에 온수가 흐르는 부동산이기 때문에 너무 낡은 건물은 개·보수비용이 많이 들어 수익성이 떨어지기 쉽다. 숙박업소라면 유흥가나 역 주변, 업무시설 밀집지역 주변이 유리하고, 목욕탕은 신흥 역세권 주변이나 빌딩, 주택가에서 경쟁시설이 없는 곳이 투자성이 높은 편이다.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건물 규모는 연면적 6610㎡ 이상으로 다소 크고 엘리베이터나 창고 등 생산에 따른 간접시설이 잘 구비된 것이 좋다. 관리비가 적고 높은 건물이 유리하며 대지용도는 준공업 지역으로 공장 밀집지역이면 금상첨화다. 주유소는 도로 상태가 중요하다. 간선도로나 폭 20~30m 도로변에 있으면 최고의 입지다. 하지만 거리제한 철폐로 인해 주유소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 최근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경쟁업소와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도로교통이 편리한 수도권 지역이 유망하다. 주차장은 양면이 도로에 접한 코너 쪽 물건을 고르는 것이 좋다. 교통여건이 무난한 도심지 중에서 땅 모양이 반듯해야 한다. 주차 수요가 많은 대형건물 주변이나 업무용 건물 밀집지역이라야 투자가치가 높다.

경매 시장의 틈새 물건이지만 투자 시 유의해야 할 점이 많은 부동산이다. 특히 초보 투자자가 장점만 보고 입찰했다가는 권리와 물건상 하자로 복잡한 문제에 얽히는 경우가 많다. 권리관계가 비교적 단순한 주거용 부동산과 달리 테마형 부동산은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많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권리분석에 신경을 써야 한다. 먼저 설정된 가등기․가처분, 예고등기, 환매등기 등 낙찰 후 소멸되지 않는 권리와 법정지상권 등을 사전에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주유소 저장탱크나 목욕탕 시설창고처럼 영업상 중요한 부분이 경매대상물에서 빠지는 수가 종종 있다. 이럴 경우 낙찰 후에도 소송을 거쳐야 하거나 전 소유주에게 별도 합의금을 주고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절차가 생길 수 있다. 사전에 감정평가서에 주요 부분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간혹 영업환경이 좋지 않아 경매 처분된 경우도 있으므로 지역 여건과 물건 상태, 영업 상황 등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테마형 부동산은 매매 사례가 많지 않아 시세 파악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서, 최소 1~2회 유찰 후 가격 거품이 빠진 물건을 응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