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의 대전차 유도 무기 ‘현궁’의 납품 비리와 관련해 3차 검찰 조사를 앞둔 LIG넥스원 연구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4일 오전 2시30분쯤 경기도 오산시 우남동의 한 아파트에서 김모(43)씨가 숨져있는 것을 김씨의 아내가 발견해 신고했다. 이 아파트 23층에 거주하는 김씨는 아파트 뒷편 화단 인근에 쓰러져 있었다.

뉴시스에 따르면, 김씨가 아내에게 남긴 휴대폰 문자메시지에는 "미안하다. 한 때 실수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김씨 아내는 함께 잠들었던 김씨가 자리에 없고 이 같은 메시지가 남겨져 있자 걱정돼 주변을 찾던 중 숨진 김씨를 발견했다.

현궁 납품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25일과 28일 2차례에 걸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지난 11일 3차 소환 통보를 받았고, 조사 당일인 14일 오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합수단은 국방과학연구소가 LIG넥스원 등으로부터 납품받은 시험장비가 계약 사항을 충족하지 못함에도 허위로 합격 판정하는 등 관련 공문서를 조작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현궁의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LIG넥스원 등으로부터 모두 80억 규모의 내부피해계측 장비와 전차자동조종모듈 등을 납품받았다.

이와 관련, 합수단은 지난달 국방과학연구소 소속 육군 중령 박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고등군사법원 보통부가 이를 기각했다.

김씨도 현궁 납품과 관련한 공문서 조작 혐의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씨를 제외한 LIG넥스원 관계자들은 모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고 합수단 관계자는 전했다.

합수단은 국방과학연구소와 LIG넥스원 본사 압수수색 영장과 함께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체포영장이 기각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합수단은 지난달 25일 LIG넥스원 본사를 압수수색한 직후 김씨를 소환 조사했다. 모든 조사 과정에는 김씨 측 변호인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궁은 보병용 대전차 무기로서 대전차, 대엄폐호, 한정적 대헬기 기능이 가능한 무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