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일주일여 앞두고 있는 데다 113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한국은행은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9월 기준금리를 현행 1.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6월부터 4개월 연속 사상 최저 수준 금리를 이어가게 됐다.

한은이 동결을 결정한 배경에는 1130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가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130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분기(1098조3000억원) 보다 32조2000억원, 지난해 동기(1035조9000억원) 대비 94조6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한은은 그 가파른 상승세를 좌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는 16~17일(현지시간) 미국 연준의 FOMC가 열린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자본유출과 환율상승 우려가 커지는 만큼 한은이 선제적으로 통화정책 방향에 변화를 주는 것은 쉽지 않다.

앞서 채권시장 전문가들도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시장 전문가 11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5.7%가 기준금리 동결을 점쳤다.

시장은 한은의 경기 진단과 대응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경기 회복세가 미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중국 경기둔화로 촉발된 글로벌 저성장에 대한 우려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해 어떤 대책을 마련할 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내수회복 등 국내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기준금리 추가 인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간 구조적 관계 변화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 내의 구조변화도 감안해야 한다"며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잠재성장률 하락 등에 대한 통화정책적 대응이 필요해 금리를 내려야 하는 압력이 더 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진한 경기흐름으로 당분간 금리인하 기대감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며 "중국경제 리스크가 확대됨에 따라 경기회복세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고 제조업의 재고/출하 비율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 BNP파리바, 바클레이즈 등도 한은이 오는 10월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