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모바일의 피키캐스트는 ‘핫플레이스’다. 다양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지만 모바일의 명동이라 불리며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나가는 학생 아무나 붙잡고 피키캐스트에 대해 물어보라. 열이면 아홉은 말없이 스마트폰을 꺼내 ‘광팬인증’을 할 것이다. 피키캐스트는 아이돌이요, 워너비(Wannabe)다.

그런 이유로 피키캐스트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다. 자신이 동경하는 피키캐스트에서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젊은 층 특유의 도전과 패기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과연 피키캐스트는 어떻게 사람을 채용할까?

▲신입사원 패션화보. 이런 콘텐츠를 당당히 올리다니…. 출처=피키캐스트

특이할 것이 없어 특이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피키캐스트는 회사를 대표하는 채용문화가 없다. 취재를 하면서도 몇 번이나 물었지만 같은 대답이었다. 그저 ‘즐겁게 일하고 싶다’는 목표 하나로 북적북적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업무 강도와 급여 수준이 크게 매력적이지 않아도 피키캐스트에는 엄청난 지원자들이 몰린다고 한다. 2013년 설립 당시 30명에 불과하던 피키캐스트가 채용 공고를 내자 무려 1000명이 지원한 경우도 있었다.

피키캐스트는 경력과 학벌을 전혀 보지 않는다. 다른 기업에서 내세우는 채용 기준과 비슷하지만 더욱 ‘리얼’하게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유명한 광고 카피에 빗대자면 채용을 할 때 ‘이미 아무것도 안 보고 있지만,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보고 싶다’는 마인드다.

심지어 설립 초기에는 그 흔한 이력서 한 장 받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이야 규모가 커지며 인사팀이 생겼지만, 초기에는 말 그대로 ‘일하고 싶습니다!’고 외치면 ‘그래요? 이력서 필요 없으니 와서 이야기나 합시다’는 식이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채용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크게 두 가지로 요악할 수 있는데 바로 피키캐스트 서비스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 그리고 독특한 조직문화를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느냐다.

전자의 사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영화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어 하는 지원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피키캐스트에서 일하기를 열망했지만 첫 입사면접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자신의 열정을 증명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피키캐스트 입사 실패 즉시 자신의 열정을 증명하기 위해 바로 영화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말 그대로 ‘미친 듯이 활동했다’고 한다. 3개월 만에 30만명이라는 엄청난 팬 수를 확보하며 그의 열정을 실력으로 입증했다. 이후 그는 피키캐스트에 정식으로 입사해 대한민국 최대 영화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며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정식 입사는 아니지만 피키캐스트는 ‘꿀알바’의 산실로 여겨진다. 피키캐스트를 대표하는 ‘우주인’ 알바에 시급 1만원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이색적인 업무 내용으로 1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며 대성황을 이뤘다. 물론 이 과정에서 피키캐스트는 정교한 인사관리 시스템을 작동하지 않았다. 그냥 ‘열정’ 하나만 보고 뽑았다는 후문이다.

후자, 즉 조직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 채용의 기준이다. 피키캐스트에는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 재직하다가 이직한 사람은 물론 아예 대기업 입사가 확정되어도 피키캐스트를 택한 직원들이 많다. 왜일까? 피키캐스트는 철저한 수평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조직서열 자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동등한 입장에서 토론하고 일하며, 발언하며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최근 피키캐스트 여직원들의 화보촬영 콘텐츠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런 발칙한 아이템도 피키캐스트 특유의 조직문화에서 기인했다고 봐야 한다. 채용 기준에서 제일 중요한 지점이다.

▲ 우주인 알바, 사무실에 앉아서 독후감 쓰고 검색하는 것이 전부다. 말 그대로 ‘꿀알바’. 출처=피키캐스트

“그러니까, 뭘로 사람을 뽑냐고요”

사실 피키캐스트 채용사례를 취재하며 내심 이색적이고 독특한 문화를 기대했었다. 모바일 시장을 ‘씹어 먹고 있는’ 엄청난 돌풍의 핵이니 만큼, 뭔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채용문화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고정관념이었다. 피키캐스트는 딱딱하고 정형화된 채용 시스템은 100% 무시하고, 채용의 근간인 ‘좋은 사람’을 뽑는 그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정체성을 온전히 ‘사람’에게만 집중시키고 있다. 취재하는 입장에서는 살짝 당혹스러웠다. “그러니까, 뭘로 사람을 뽑냐고요.”

피키캐스트가 작은 조직인가? 대기업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무려 140명에 달하는 직원이 일하는 곳이다. 그런데도 ‘우리와 재미있게 일할 사람’을 채용하는 일에 집중하며 격식과 관념을 파괴하고 있다. 세상에, 아무리 초기라고 하지만 지인을 통한 채용도 아니면서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이력서도 받지 않다니. 인사의 핵심인 ‘좋은 직원’을 뽑기 위해 잡다한 수식어를 무시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분위기가 바로 지극히 피키캐스트다운 채용문화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가 바로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피키캐스트’라는 자존심도 살짝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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