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CT 업계를 주도하는 구글과 애플,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이라는 절묘한 교집합을 가지고 있다. 운영체제를 두고 안드로이드의 구글과 iOS의 애플이 시장을 나눠가진 상태에서 삼성전자는 타이젠이라는 새로운 운영체제를 조심스럽게 전파하는 상황이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굳건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구글은 다양한 실험, 즉 안드로이드원 프로젝트를 통한 제조사와의 협력과 아라 프로젝트 등을 모색하고 있다. 오는 10월 공개되는 새로운 넥서스도 레퍼런스 스마트폰의 측면에서 이와 결을 함께한다.

하지만 올해 IFA 2015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이제 스마트폰이 기술적 혁명과 실제적 비즈니스 모델을 보장하는 시대는 지나고 있다. 일단 하드웨어적 측면에서는 당장 웨어러블의 가능성과 이를 대표하는 스마트밴드, 스마트워치 등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초연결의 사물인터넷 플랫폼이 더욱 구체적인 알고리즘을 확보하는 상황이다. 성장성 및 미래성장동력의 측면에서도 이는 매우 의미심장한 변화다.

사물인터넷과 온디맨드

포스트 스마트워치 후보군이 부상하며 웨어러블의 가능성이 부각되고, 이를 바탕으로 초연결의 시대를 잡아가는 거대한 흐름이 몰아치며 모바일 혁명은 전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여기에서 온디맨드의 가능성을 따질 필요가 있다. 공유경제의 재발견으로 현재 다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온디맨드는 초연결의 사물인터넷 플랫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먼저 모바일 시대의 O2O 사업이 약간의 온디맨드 모델을 추구하는 지점이다. 결론적으로 온라인의 재화가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이윤을 발생시키고, 여기에 기술의 발전이 더해져 완벽한 구동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물인터넷은 연결 이후의 작업이 더욱 중요하다. 센서기술의 발전으로 콘트롤 타워의 의지를 읽어서 자동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은 삼성전자의 스마트씽스 허브와 LG전자의 스마트씽큐 센서에도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온디맨드는 하나의 관념이자 방식으로 사물인터넷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누군가 알아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은 온디맨드의 방향성을 가지기 때문이며, 이는 사물인터넷 패러다임에서도 유효하다. 여기에서 온디맨드의 치명적인 약점인 경제적 불평등도 사물인터넷의 극적인 발전으로 상당부분 털어낼 수 있다.

우버와 같은 온디맨드 비즈니스 사업은 필연적으로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객체’를 양산하기 마련이지만, 초연결과 필연적인 자동화 작업을 제공하는 사물인터넷은 여기에서 객체를 제거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직장에 대한 개념을 바꾼다는 점에서 또 다른 파열음을 보일 수 있지만, 글로벌 ICT 기업은 이 지점에서 대행 아이템을 찾았다. 바로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을 잡아라

구글과 애플, 삼성전자는 각차의 편차는 있으나 인공지능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M을 준비하고 있는 페이스북과 코타나로 대표되는 마이크로소프트까지 있다. 현재 구글은 인공진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올해 초 세계 최초 가정용 로봇 개발 벤처 '지보(JIBO)'에 200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과 지난달 세계적 인공지능 기술력을 보유한 벤처 '비캐리어스'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다만 애플은 최근행보에서 의미심장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이폰 의존도가 매우 높아지며 역설적으로 위기설에 휘말린 애플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86명 이상의 박사급 인재 영입에 나섰다. 이미 애플은 지난해 9월 독일 자동차 회사 메르세데스벤츠의 연구개발(R&D) 책임자인 요한 융비르트를 영입하기도 했다.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스웰(Swell)', 소셜 미디어 분석 업체 '톱시(Topsy)', 지능형 개인 비서 앱 개발업체 '큐(Cue)'도 인수했다.

애플은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범위를 넓히면 결국 사물인터넷 전략이다. 홈앱으로 시작되는 자사의 사물인터넷 생태계를 서드파티를 통해 살 찌우고 으 내부에 iOS를 적절하게 작동하는 방안을 택했다. 이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기점으로 브릴로를 위에 얹고, 일종의 언어인 위브를 활용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게다가 애플은 타이탄 프로젝트로 명명되는 자율주행차 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5월 6일(현지시각)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어바브 아발론에서 활동하는 애널리스트 닐 사이바트의 발언을 인용해 애플의 연구개발 비용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는 차세대 제품을 위한 준비작업일 확률이 높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애플의 연간 연구개발 비중을 보면 2004년 5.9%를 기록한 이후 2012년 2.2%까지 평이한 수준으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다가 2013년 2.6%로 반등, 이후 2014년에는 3.3%까지 올랐다. 닐 사이바트는 애플의 연간 연구개발 비중이 2015년 3.4%, 2016년에는 3.7%까지 올라갈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왜 애플은 2013년 이후 연구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기 시작했을까? 닐 사이바트는 “미래형 개인 수송 부문에 막대한 인력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러한 행보는 결국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아우르는 자율주행차를 사물인터넷 시대의 화두로 봤기 때문이며, 동시에 인공지능을 온디맨드처럼 삽입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오는 9일(현지시각) 애플의 신제품 행사 슬로건이 ‘헤이 시리, 우리에게 힌트를 줘(Hey Siri, give us a hint)’라는 대목이 의미심장한 이유다.

인공지능 법칙 벗어난 애플, 성공할까?

일반적으로 인공지능은 빅데이터와 관련되어 있다. 일본의 인기만화 ‘암스’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엘리스를 예로 들어 보겠다. 엘리스는 실제 존재하는 동명의 엘리스가 끊임없이 불어주는 단어와 감정을 습득해 조금씩 인격을 가지기 시작한다. 여기에서 빅데이터는 소녀가 알려주는 단어다. 딥러닝과 같은 분석기술에 대한 묘사는 빠졌지만, 인공지능을 이해하는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각자의 인공지능 전략을 살펴야 한다. 애플의 인공지능 전략은 경쟁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 방식이 특이하다. 애플은 철저한 사생활 보호를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인공지능을 인공지능처럼 만들게 하려면 기계학습의 한 분야인 딥러닝이 필수다. 엄청나게 많은 전보를 적절하게 분석해 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만드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구글은 구글포토의 전면 무료화 등으로 가닥을 잡았다. 즉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자연스럽게 자사의 데이터베이스로 흘러오게 만든느 방식이다.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페이스북의 M도 비슷한 방식으로 추정된다. SNS를 통해 ‘좋아요’를 누르는 순간 고객의 정보는 철저한 알고리즘에 입각해 수집되고, 분석되는 방식이다. 이커머스와 클라우드의 왕자인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애플은 사생활 침해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인공지능을 한다는 것일까?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한가지 단서는 있다. 바로 애플의 정체성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구글은 글로벌 ICT 업계를 흔드는 거물들이지만, 그 출발과 정체성은 다소 다르다. 물론 최근들어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며 내외부의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있지만 사실 삼성전자는 제조업에서 출발해 강력한 '공장의 냄새'를 풍기는 곳이며, 애플은 출발로 따지면 삼성전자와 비슷하나 소프트웨어의 가능성과 하드웨어의 존재감을 사이에 두고 혁신으로 포장한 큐레이션에 방점을 찍은 곳이다.

마지막으로 구글은 검색엔진의 정체성을(알파벳이 세워지면 또 달라지겠지만) 바탕으로 알고리즘에 방점을 찍은 플랫폼 DNA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각각 자신들의 비전을 추구하며 국지적인 전투와 광범위한 전쟁을 치르며 닮아가거나 달라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애플은 구글처럼 막대한 정보가 흐르는 플랫폼을 운영하지 않으며, 이러한 경험도 없다. 심지어 폐쇄적 생태계를 유지하며 디바이스 중심의 생태계를 파편적으로 집합시키는 일에 충실한 편이다. 아이폰이라는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애플페이를 비롯한 부가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탑재해 각각의 사용자 경험을 보장하는 쪽으로 나아갈 전망이다. 결국 애플의 인공지능은 깊숙한 개인화의 작업을 거쳐 내밀한 영역을 아우르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애플의 크레이그 페데리기는 지난 6월 개발자 회의에서 “사생활 보호라는 원칙에는 어떤 타협도 하지 않은 채 기기를 이용하는 방식을 통한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빅데이터의 수집대상을 좁고, 특화되게 꾸민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사생활 보호라는 원칙을 지키며 인공지능을 노린다는 애플의 실험이 성공할 경우, 새로운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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