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원치 않으랴. 젊음을 유지한다는 것을. 아니, 평생 늙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오래 살기 위해 건강보조식품을 챙기고,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라면 미용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욕구에 대한 일종의 투자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최고경영자(CEO)는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다.
늙지 않는 DNA를 만들지 못하는 한 원하는 결과를 얻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늙지 않는 DNA란 과연 뭘까.
<이코노믹리뷰>는 늙지 않는 DNA를 ‘기업가정신’에서 찾아봤다.
지속 발전이 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선 CEO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단 얘기다. 30대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린 결론이다.
100년을 향한, 한 발 더 나아가 지속 발전이 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뭘까. 불로기업의 DNA를 탐색해 봤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복귀 1년을 9일 앞둔 지난 3월 16일. 삼성사장단 회의에선 돌발 질문이 나왔다. 김순택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칭찬을 받은 사람이 있느냐”고 물은 것이다.

3월은 삼성 계열사별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었던 때다. 누군가 칭찬을 받았을 만도 한데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사람 중 단 한 명도 나서지 않았다.

이 회장은 칭찬에 인색하기로 유명하다. 복귀 1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누군가. 늘 새로운 화두를 제시, 경제대통령이란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인사다. 기업 실적이 좋을 때일수록 더욱 고삐를 죈다.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1994년 “21세기에는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강조했다.

2011년 계열사별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고 있는 지금도 똑같다. 최근엔 그동안 하지 않았던 서초동 집무실에 직접 출근, 업무까지 보고 있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삼성 직원의 말이다. “(회장님) 출근 이후 평상시보다 긴장하며 업무를 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대면하지 않지만 영향력은 엄청나다.”

삼성은 국내 최고 기업을 넘어 세계 최고 기업으로 자리매김을 한 곳이다. 지속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큰 회사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이 회장의 출근의 의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CEO의 존재감이다. 그동안 보여왔던 경영철학과 기업가정신은 기업의 성장에 연관된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불로기업의 밑바탕이 된다. CEO의 올바른 기업가정신이 불로기업을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는 얘기다.

불로기업이란 장수기업을 넘어 지속 성장이 가능한 회사를 말한다. 흔히 100년 기업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시대를 앞서 움직이며 사업을 영위, 늙지 않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30대 그룹 고위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50명) 중 60%가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하는 곳이 불로기업(100년 기업)이다’고 했다. 불로기업의 특징에 대해선 이견이 많다.

인재경영을 하는 곳이란 사람도 있고, 신시장 개척을 잘 하는 곳이라는 사람도 있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답은 제각각이다. 이번 기획에선 대부분의 손꼽히는 요소가 CEO의 결정에 의해 기업경영의 대부분이 결정된다는 점에 주목, 기업가정신에 초점을 맞춰 조명했다(이코노믹리뷰는 인재경영·가업승계 관점에서 본 불로기업도 다룰 예정이다).

CEO의 기업가정신으로 봤을 때 불로기업의 DNA는 명확하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 CEO의 역할이다. 조직원의 신뢰를 동반한 CEO의 존재감은 위기를 헤쳐나가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미래를 대비해 신성장동력을 만들고,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100년 기업을 향해 나가고 있는 30대 그룹의 임원이 느끼는 불로기업의 조건을 탐색해 봤다. 불로기업의 특성, 회사의 성장 원동력, 주력사업의 변화 시기 등 외부가 아닌 내부적 관점에서 접근했다. CEO라면 주목해서 봐야 할 내용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