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FA 2015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는 'TV의 귀환'이다. 전통적으로 TV는 IFA를 비롯한 다양한 전자제품 전시회의 강자였으나 최근에는 그 자리를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기기에 내어준 바 있다.

하지만 올해 IFA 2015에서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 및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의 공개가 없었던 이유로 왕의 자리는 다시 TV가 차지하게 됐다. 다만 전쟁의 양상은 미묘하게 변했다.

먼저 화두로 부상한 올레드의 등장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의 기조연설을 기점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한 올레드 경쟁력은 올해 IFA 2015를 달굴 뜨거운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TV 전쟁이 베젤의 두께나 대화면 여부를 두고 벌어졌다면, 올해 IFA 2015는 디스플레이가 올레드냐, 아니면 올레드가 아니냐에 따라 전선이 극명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기술 상향표준화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프레임 설계 능력' 자체가 의미를 상실한 대목과 연결된다.

▲ LG 올레드 TV. 출처=LG전자

현재 올레드의 대표주자는 LG전자다. LG전자는 기존 4개 시리즈 5개 모델의 올레드 TV 라인업을 최근 7개 시리즈 9개 모델로 2배 가까이 늘리며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울트라HD 해상도에서는 처음으로 평면 디자인을 적용한 65-55인치 울트라 올레드 TV(65/55EF9500)을 전시했다. 풀HD 해상도에서 곡면을 처음 적용한 올레드 TV(55EG9100)도 새로 선보였다.

일본의 파나소닉이 올레드에 진출한 대목도 흥미롭다. 시장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PDP의 강자인 파나소닉은 올해 IFA 2015에서 65인치 올레드 TV를 공개해 눈길을 모았다.

하지만 베젤의 두께 및 대화면 여부가 완전히 관심권에서 멀어진 것은 아니다. 디자인을 강조하는 TV시장의 분위기가 반영되며 초슬림 TV를 향한 경쟁은 여전한 편이다. LG전자는 자사의 올레드 TV 두께가 스마트폰보다 얇은 4.8mm에 불과해 예술작품을 연상시키는 세련된 디자인을 보여준다는 것을 강하게 어필하기도 했다. 플렛시블에 대한 관심도와 더불어 당분간 기술경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HDR도 화제다. 어두운 곳은 더욱 어둡게, 밝은 곳은 더욱 밝게 만들어 주는 기술인 HDR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의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올해 IFA 2015의 중요한 화두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특히 LG전자는 영국 최대 방송사인 BBC, 유럽방송연맹(European Broadcasting Union) 등과 손잡고 인터넷 기반의 유럽 차세대 방송규격 ‘HbbTV 2.0’의 HDR 영상을 시연한다. ‘HbbTV 2.0’는 최근 유럽지역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방송규격이다.

또 ‘아스트라(ASTRA)’와도 HDR 위성 방송을 시연한다. ‘아스트라’는 16개의 위성으로 유럽지역 1억5,400만 가구에 방송을 송출하는 초대형 방송사업자다. 여기에 세계적 통신장비 업체인 브로드컴(BROADCOM)과 셋탑박스를 통해 HDR 방송을 수신하는 기술도 시연한다.

셋탑박스는 HDMI 단자를 통해 울트라HD 영상을 수신할 수 있는 장치로, 고해상도의 동영상 컨텐츠를 수신하는 기기 중에 가장 보편화돼 있다. 여러 시연들을 통해 LG전자는 HDR 기술이 만들어내는 프리미엄 영상 컨텐츠 시장에서 올레드 TV를 적극 키워 나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9월부터 SUHD TV를 포함한 모든 2015년 UHD TV를 대상으로 외부기기에 연결해 HDR(High Dynamic Range) 기술이 적용된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유럽 최대규모 케이블 방송사 까날 플러스(Canal +)와 함께 HDR 기술을 적용한 UHD 시범방송을 선보였으며, 지난 4일에는 독일 주요 위성방송 사업자인 HD 플러스(HD+)와 함께 24시간 UHD 시범방송을 발표했다.

▲ SUHD TV. 출처=삼성전자

또한 지난 7월에는 20세기폭스와 제휴한 엑소더스와 메이즈 러너 등 2편의 HDR 영화를 포함해 40여편의 UHD 콘텐츠를 담은 UHD 비디오 팩을 전세계에 출시하는 등 헐리우드 유명 스튜디오와 협업하고 있다.

스마트TV와 생태계 전략도 화제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한 SUHD TV와 UHD TV를 대상으로 펌웨어 업그레이드 지원과 UHD 파트너들과 협력 강화를 발표하며 UHD TV 생태계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LG전자도 웹OS 2.0 업그레이드를 바탕으로 자사의 TV 경쟁력 강화를 노리고 있다.

퀀텀닷 논쟁이 한풀 꺾인 지점도 흥미롭다. 중국의 하이센스가 퀀텀닷 기술이 적용된 ULED TV를 적용해 눈길을 끄는 수준이다. 65인치다.

결론적으로 올해 IFA 2015에서 TV전쟁의 양상은 올레드와 비(非)올레드 진영의 대립, HDR의 가능성과 생태계 전략 등으로 압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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