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이른바 G2가 주도하는 태양광 산업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태양광 산업이 실제로 활성화될지 여부다. 그 근거는 사회적으로 환경을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진다는 점과 태양광 발전을 이용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2차전지의 성장을 들 수 있다. 게다가 2차전지를 핵심 부품으로 이용하는 전기차의 상용화 및 대중화도 태양광 산업 발전에 힘을 싣는다. 전기차의 기원과 세계 에너지 패권 역사를 돌아보면 태양광 산업과 2차전지 산업의 시너지 효과는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는 신사업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전기차는 이미 지난 1834년 로버트 앤더슨이 최초로 개발했다. 1885년에 벤츠가 가솔린 자동차를 만들었으니 전기차는 이보다 오래 전 세상에 먼저 빛을 본 것이다. 그런데 왜 전기차는 현 시대에 신사업으로 각광받는 것일까.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의 이름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록펠러는 1878년 4월, 미국 전체의 정유 능력에 해당하는 연간 360만배럴을 차지하고 있었다. 1881년에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95%를 손에 쥐고 있을 만큼 그는 석유에 있어 절대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전기차의 발전은 그에게 가장 위협적인 요소였을 것이다. 실제로 190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가솔린 자동차보다 전기차가 유망해 보였다. 결국 록펠러는 ‘자동차의 왕’ 헨리 포드와 함께 전기차 프로젝트를 봉인해 버린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포드가 록펠러의 회사인 스탠다드오일의 자회사였다는 음모론도 존재한다. 사실 이 문제는 현재 시점에선 중요하지 않다. 쟁점은 ‘왜 전기차가 부활했는가’일 것이다.

G2의 묘한 동침, 탄소배출량 감축 합의

지난해 11월 미국과 중국은 양자회담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6~28%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세계탄소프로젝트(Global Carbon Project)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의 탄소배출량은 99억7700만톤으로 1위를, 미국은 52억3300만톤으로 뒤를 이었다. 탄소배출량 기준 1, 2위를 기록하는 두 국가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합의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동안 두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큰 공헌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과거 고유가 시대에 각광받았다. 유가 수준이 높았던 만큼 대체에너지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앞세운 ‘셰일혁명’이 국제유가 수준을 끌어내렸음에도 신재생에너지에 관심도가 높아진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이는 과거와는 다르게 신재생에너지가 ‘고유가 대책’에서 ‘친환경 대책’으로 시선이 이동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고유가’는 더 이상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발전시킬 명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에너지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조금은 다르다. 과거 1970년대 2차례의 오일쇼크로 어려움을 겪었던 미국은 당시부터 에너지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너지 패권은 중동으로 몰려 있었고, 에너지 소비가 많은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자국경제를 언제든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셰일혁명’은 글로벌 에너지 헤게모니를 바꿨고 에너지 패권은 미국으로 향했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이 미국에게 긍정적인 측면만을 제공한 것은 아니다. ‘셰일혁명’은 미국의 성장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그 여파로 가파른 유가하락은 오히려 미국 에너지 기업들에게도 위협으로 돌아왔다. 이는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미국은 에너지 패권을 주도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미국의 입장에서는 낮은 수준의 유가를 유지하면서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는 그 대안으로써 자리를 메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너지협력센터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소재의 비영리연구기관인 AEEI(Advanced Energy Economy Institute)는 캘리포니아에서 대체에너지 분야(태양력, 풍력, 대체연료, 전력망 기술)에 근무하는 직원이 지난 2014년 기준 43만2000명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올해 이 분야에 7만개의 일자리가 더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태양광, 2차전지와 컬래버레이션

현재 신재생에너지산업 중 가장 각광받고 있는 분야는 태양광이며, 이와 함께 주목해서 봐야할 부분은 전기차다. 또한 태양광과 전기차가 동시에 주목받는 시점에서 둘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2차전지라는 점도 상기해야 한다. 우선 전기차를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대부분의 비용은 2차전지로 집중된다. 또한 태양광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에너지 생산효율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이 2차전지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결국 전기차와 태양광 산업이 동시에 육성될 수 있는 키(Key)는 2차전지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두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2차전지 산업 발전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 비고:9월 2일 기준 [출처:에프앤가이드]

전 세계 산업의 발달로 산업용 전기 사용이 많아지고 있으며 소득 증대에 따른 전기용품 사용 증가로 전력사용량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하절기·동절기 등 계절별 부하에서도 차이가 커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름철 급격한 전력 사용 급증에 따른 대규모 정전사고, 과거 일본의 원전사태 등은 신재생에너지 산업발전과 함께 전력 불확실성에 대비해 에너지저장시스템(ESS, Energy Storage System)에 대한 개발 니즈는 확대되는 추세다.

전기는 다른 에너지원과 달리 저장이 어렵기 때문에 전력이 생산됨과 동시에 소비가 이뤄져야 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요인이다. 즉 2차전지 산업의 발전이 없다면 전기차는 물론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셈이다. 스마트그리드와 ESS가 결합할 경우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이 응용돼 전력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하고, ESS를 통해 필요한 시기에 전기에너지를 공급하고 에너지효율을 향상시키는 시스템 구현이 가능하다.

신재생에너지 산업 중 태양광이 각광받는 이유는 여타 신재생에너지 대비 지리적 요건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태양은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한대로 제공되는 태양광을 에너지로 변환하고 이를 ESS에 저장해 적절한 곳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은 상당히 이상적인 일이다. 전기차 상용화에 이은 대중화는 전력수요를 더욱 급증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점에서, 에너지원을 만들고 이를 저장할 수 있는 태양광과 2차전지 산업에 시장의 이목은 더욱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 태양광 산업을 영위하는 대표기업은 OCI와 한화케미칼이며, 2차전지 분야는 삼성SDI와 LG화학이 주도하고 있다. OCI는 특수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태양광전지 재료와 부품 및 완제품 생산이 주요 사업이며, 태양광 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폴리실리콘 분야에서 세계 3대 제조업체에 속한다. 한화케미칼은 한화그룹의 계열사로 연결 대상 종속회사를 통해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 소매업, 부동산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또한 태양광사업도 영위하고 있는 이는 전체 매출의 24.4%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한화큐셀, 한화쏠라원 간 합병에 따른 원가절감으로 태양광 분야의 실적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삼성SDI는 소형전지, 중대형전지, 합성수지 등의 케미칼 사업부문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등을 생산하는 전자재료 사업부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소형전지와 중대형전지는 전체 매출의 54.4%, 6.3%를 차지하고 있어 2차전지 산업 발전과 함께 수익성 또한 기대된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정보전자소재, 전지 부문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전지 부문에서는 휴대폰, 노트북, 전기차에 쓰이는 2차전지를 생산하고 있으며, 현대·기아차, GM, 르노, 포드, 볼보 등이 LG화학의 전기차 2차전지를 사용하고 있다.

전기차의 부활이 미국의 에너지 패권을 지배할 수 있는 태양광 및 2차전지 산업의 발전을 암시한다는 점과, 신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 전망을 숨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는 록펠러와 포드의 생각이 어떨까 궁금해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