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종로 3가. 탑골공원 주변에는 유독 연세 드신 분이 많은 곳이다. 주변 직장인들까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사람이 많다 보니 맛은 기본. 가격까지 착해야 한다. 하지만 점점 치솟는 점심 값, 회식 비에 가격대비 만족을 주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연하고 달콤한’ 고기 찾는 어르신 입맛에도 맞춰야 되고 식사 후, ‘맛 있으셨는지’ ‘어떠셨는지’ 챙기지 않으면 단골만들기도 물 건너간다.

종로 3가 한복판에 있는 ‘이대감고깃집’은 손님의 이런 니즈를 잘 반영한 곳이다. 1년 반 전만해도 이 곳은 한우전문점(국일관)이었다. 품질 좋은 무안양파한우(양파를 먹여 키운 한우)를 가게 앞 정육점에서 직접 사와 요리해 먹는 방식을 취해 초장기에는 반짝했다.

하지만 평균 3만원이 넘어가는 한우를 많은 서민들이 자주 찾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고심한 것이 가격파괴. 한우대신 수입육으로 바꿨다. 하지만 가격이 낮다고 맛까지 낮출 수는 없는 일. 선별 수입한 청정 호주의 1등급 소고기를 고객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했다. 전보다 남는 것은 없었지만 “박리다매 하자”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이대감고깃집을 찾는 손님들이 가격대비 높은 품질에 놀라워한다. 오히려 전보다 더 맛이 낫다는 평을 들을 정도. 신선한 고기는 물론 다채로운 점심메뉴와 고객중심 서비스가 주효했다.

점심때는 갈비탕, 우족탕, 갈낙탕, 웰빙비빔밥 등이 인기메뉴다. 갈비탕은 소갈비 육수의 담백하고 은근한 맛이 우러나온다. 고기는 시간이 조금 지나도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다. 진한 육수 맛이 일품인 우족탕은 부드러운 육질에 건강식 메뉴라 나이 드신 분이 많이 찾는 메뉴. 갈낙탕은 원기회복이 필요한 사람에게 좋은 메뉴다.

소고기와 낙지가 어울러진 맛이 오묘하다. 고기가 부담스러운 사람은 신선한 야채와 매콤한 고추장 소스가 곁들여진 웰빙비빔밥이 좋겠다. 담백한 맛을 선호하는 여성들이 많이 찾는 메뉴다.

이대감 고깃집은 점심메뉴도 이전보다 1000~2000원 정도 내려 호응을 얻고 있다. 반찬으로 나오는 열무김치, 오이무침, 갖가지 나물 등이 맛을 더한다. 국내산 김치도 방금 담은 듯 하지만 양념이 잘 배어 있어 맛이 좋다. 저녁이나 회식자리에서 많이 찾는 고기메뉴는 소갈비살, 안창살, 차돌박이 등이다. 모두 1인분이 1만~1만1000원 정도라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메뉴:갈비살, 차돌박이, 육회, 안창살 등, 위치:종로구 관수동 20번지 1층, 문의:1566-6222[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메인 메뉴이니 만큼, 최고 부위만을 엄선한 고기가 부드럽고 깊은 풍미를 느끼게 한다. 갈비살은 씹는 맛이 좋고 쫀득한 질감으로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안창살은 살이 연하고 톡톡한 질감의 육즙이 가득 담긴 씹는 맛의 식감이 좋다. 차돌박이는 무엇보다 맛이 고소한 쇠고기의 참 맛을 즐길 수 있는 별미다.

단, 살이 얇기 때문에 살짝 구워 조금씩 먹는 것이 좋겠다. 불판에 오래 두면 다른 고기에 비해 더 빨리 색이 변하고 딱딱해지기 때문. 불만 스치면 먹는 게 차돌박이란 얘기가 농이 아니다.

조금 가격이 올라가는 특수부위를 보면 마블링에 감탄사가 나온다. 그만큼 육즙이 많고 씹는 맛이 부드럽다. 양념소갈비는 신선한 과일을 갈아 만든 부드러운 양념간장과 갈비살의 쫀득함이 어울어져 달콤한 맛을 찾는 사람들에게 맞는 음식이다.

매운갈비찜은 갖은 양념에 갈비와 갖은 야채를 넣고 조리한 보양일품요리로 얼큰하고 풍부한 고기맛이 느껴진다. 고기굽기가 지루해지고 얼큰한 안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음식이다. 이 외에도 소고기 특제소스와 부드럽고 쫄깃한 소고기가 만나 혀끝을 감싸는 오묘한 맛의 육회는 특별한 안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좋을 듯 하다.

이대감고깃집 회장님 탈렌트 이춘식

이댓감고깃집의 회장님은 북한 소재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인민무력부장’ 등을 주로 맡아 온 중견 탤런트 이춘식씨다. ‘지금 평양에선’ ‘꽃반지’ ‘여인천하’등 드라마에 출연했고 특히, 꽃반지는 크게 히트하며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는 군대를 제대한 25세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이 73세이니, 48년 전이다. 가장 먼저 한 사업은 ‘흥행’이라는 쇼단체. 지금의 기획사 격이다. 당시 서라벌예술대학을 졸업한 그는 악극에서 쇼로 바뀌는 선봉의 역할에 섰다.

이후 국내 최초의 탈렌트 연기자 학원을 세웠고 삼립, 콘티빵 다음으로 규모가 컸던 유미제과를 설립했다. 60세 이후 세대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알려진 사업체다. 사업을 시작한 이후 48년 동안 24번이나 사업을 했다 접었다를 반복했다. 궁여지책으로 70세에 가까워 시작한 고깃집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 오픈할 때는 한우전문점과 함께 2층에 대규모 곱창집을 함께 열었다. 맛보다는 가격이 문제였다. 주변의 직장인과 어르신의 호주머니 사정을 생각 못한 것이다. 한 달에 3000만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3년 반이 지나서야 마음을 고쳐 먹었다. “가격을 내리자.” 마음을 먹고 원칙을 세웠다.

가격을 낮추는 대신 맛에 대해 더 신경 쓰고, 친절해야 한다는 것. 그 생각이 적중했다. 이대감고깃집은 이전보다 회식 때 주변 사람들이 쉽게 찾는 곳이 됐고 맛에 대한 평가도 더 많은 사람이 나섰고 고객들의 충고는 즉각 반영해 고쳤다.

“사업이 이제는 안정을 찾아 가는 단계인 듯합니다. 늦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손님들에게 환하고 쉽게 굽신 거리며 인사하는 것은 제 할 일이라는 생각도 있지만 제 성격 탓 인듯도 합니다.” 탈렌트의 일을 계속 할 예정인지 물으니 “당연하다”고 말한다.

“박근형, 이순재 등을 제외하고 70세 넘은 탈렌트들이 140명 이상이 쉬고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게 현실이겠지만 나에게 맞는 역이 있으면 계속하고 싶은 열정이 아직 있습니다.” 그는 최근 한국공연기획 제작가협회 소속 ‘선기획’을 만들어 드라마 제작, 방송제작 등의 일에도 관여하고 있다.

이학명 기자 mrm9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