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코틀러 시장의 미래> 필립 코틀러·밀턴 코틀러 지음, 안진환·최정임 옮김, 일상이상 펴냄

저자는 “앞으로 10년, 국가가 아니라 도시 차원의 시장전략을 세우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시는 국가에 속해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박하는 것은 성급하다. 그런데, 저자가 다름아닌 필립 코틀러다. 그의 주장이라면 일단 귀 기울여 볼 가치가 있다.

저자는 이런 질문부터 던진다. 왜 세계 각국은 불황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인가? 숱한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았고, 정답도 없었다. 저자의 분석은 낭중지추(囊中之錐)처럼 돋보인다.

그는 경기부양책이 국가 차원으로 이뤄져 실제 시장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세계 시장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이미 국가가 아닌 도시로 바뀌고 있으니 도시를 살려야만 불황 탈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강력한 근거를 제시한다. 상위 600개 도시의 총생산이 34조달러다. 세계총생산의 절반에 가깝다. 글로벌도시가 각 국가를 압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선진국들이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지 못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중앙정부와 중앙은행들은 부적절한 경기부양책을 쏟아냈다. 정부의 노력은 대부분 저금리로 대형 은행과 대기업을 살리는 데 집중됐다. 정작 중앙정부가 챙겼어야 할 도시경제는 방치했다.

이 때문에 각 글로벌 도시들은 값비싼 채권을 발행하며,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려고 도시 간 경쟁을 벌이는 등 자구책 마련에 급급하다.

도시는 더욱 성장하여 2025년쯤 글로벌 600개 도시는 세계총생산의 67%를 차지할 전망이다. 지금의 약 2배다. 금액으로는 약 65조달러다. 10년 후 600개 도시의 가구는 명실공히 세계시장을 움직이는 ‘소비주체’가 될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맥락 위에 기업과 도시들에게 마케팅 전략을 제시한다. 먼저, 기업들이 도시를 선택할 때 11가지 기본 특성부터 살펴야 한다. 도시의 시장 규모, 고소득 가구와 고급 인재,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된 물류 역량, 도시 정부가 제공하는 다양한 인센티브, 산업단지, 공급망, 중앙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사회 안전망, 기업 친화적인 정치 지도자,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인프라, 상업적 강점을 지닌 랜드마크 등이다.

기업은 ‘경성 유인 요소’와 ‘연성 유인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경성 유인 요소는 도시의 경제적 안정과 성장률, 생산성, 지적재산권 등의 법률, 현지의 지원 서비스와 네트워크, 통신 및 교통 등의 인프라, 전략적 위치, 도시가 제공하는 인센티브 제도와 프로그램 등 기업의 운영비용과 관련된 것이다.

삶의 질이 중요해지는 세상에서 연성 유인 요소도 매우 중요하다. 주거환경, 인력의 전문성과 근로 인구의 경쟁력, 정치 및 문화 등과 관련된 것이다. 인도 제1의 은행 ICICI는 인도인 이주노동자가 많은 중동 지역에 지점을 개설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본국의 가족들에게 쉽고 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은행이 필요했는데, ICICI의 지점이 개설되자 많은 고객이 몰려들었다.

기업이 도시 당국과 현지 소비자를 사로잡는 마케팅 비법도 있다. 한국의 포스코는 전 세계의 많은 도시에서 교육, 보건, 문화,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기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도시 당국과 현지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포스코의 브랜드 가치는 상승하게 되었다.

도시에 대한 조언을 살펴보자. 도시 당국은 도시가 보유한 결정적인 장점이 무엇인지 파악한 다음, 도시의 자원과 미래 비전에 부합하는 산업이 무엇인지 그리고 해당 산업 분야의 어떤 기업들이 적절한지 물색해야 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새로운 시장에서의 기업과 도시의 마케팅을 말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왜 저자가 선진국 정부들의 경기부양책을 비판하고 있으며, 기업과 도시가 협력해 도시 시장의 규모를 성장시키는 전략이야말로 최선의 불황 극복 방안이라고 일갈했는지 이해된다. 대단한 저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