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 노래 참 잘해!’

TV나 라디오에서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절로 나오는 이야기다. 해마다 이맘때면 유명한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최근에는 얼굴을 가리고 노래를 겨루는 경연과 가사를 끝까지 틀리지 않고 불러야 하는 음악 퀴즈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다. 다른 프로그램보다 몰입도가 좋아서 집중이 잘 된다. 게다가 편집까지 진화하여 꼭 본방사수를 해야 직성이 풀릴 정도다. 이들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무(歌舞)에 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직업이 가수인 사람들은 물론이고, 가수를 지망하는 젊은 남녀 모두 마음을 울리고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발은 박자를 맞추게 된다. 심지어 노래방에서 동료의 노래를 듣고도 감동한다.

음악이 심신에 미치는 영향

왜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즐거워지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할까? 우선 추억과 관련이 있다. 즐겁거나 괴로웠던 추억의 일부분으로 각인되어, 같은 노래만 들어도 예전의 기억들과 감정이 솟구쳐 오르게 된다. 음악은 우리를 쓰라린 이별의 아픔 속으로, 흥겨운 축제의 현장으로 순간 이동시키게 된다. 더불어 뇌의 작용이 음악을 통한 감정의 생성을 일으키기도 한다. 음악은 우리 뇌의 여러 부분을 자극한다. 우선 리듬과 음률은 전두엽과 측두엽을 자극하고, 가사는 브로카(Broca) 영역이라는 언어를 담당하는 뇌를 자극한다. 더불어 가사 속의 이야기가 시각피질, 운동피질, 소뇌 등을 자극하게 된다. 이러한 자극을 통해 뇌에서는 도파민과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잘 알다시피 도파민은 쾌락을 느끼게 해주는 신경 전달물질이고, 엔도르핀은 일종의 마약 같은 물질로 통증을 없애주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또한 생리적으로 몸의 근육을 이완하게 해준다. 더불어 멜라토닌 분비를 자극해서 잠이 잘 오게 하고, 성적으로 보다 활발하게 만들어준다.

뿐만 아니다. 음악은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준다. 음악은 수술 후 환자의 면역을 올려주고, 임산부의 스트레스를 낮춰주고, 심장 수술한 환자의 심혈관계를 안정시켜 수술 후 합병증을 줄여준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는 입원한 아이들에게 음악치료를 해주었더니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훨씬 행복해졌다고 한다.

음악은 치유다

음악이 우리 심신에 미치는 영향을 잘 살펴보면 행복을 느낄 때 일어나는 변화와 거의 일치한다. 그래서 음악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주 어렸을 때도 마찬가지다. 즐거운 음악은 생후 5개월 된 아이들에게도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고, 슬픈 노래는 9개월 된 아이들에게 반응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정서 안정과 함께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인 것이다. 청소년기 학생들에게 음악은 중요한 정서적 도구이다. 흔히 어른들이 싫어하는 메탈음악이나 힙합 등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또래 친구들과 소통하며 내적 긴장과 분노를 풀어내는 효과가 있다. 즐겁고 안정된 음악은 공부에 지친 뇌를 쉬게 해주고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성인은 물론이고 노인의 경우에도 음악을 많이 들으면 불안과 외로움을 달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상인은 물론이고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고통을 앓거나 통증과 같은 신체적 고통에도 역시 음악이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이런 음악의 치유적 효과를 이용한 ‘음악 치료’라는 것이 성행하고 있다.

행복을 주는 음악은?

모든 음악이 행복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조용한 등산로에서 뽕짝을 크게 틀어놓고 다니는 배려 없는 사람을 보면, 과장해서 살의(殺意)마저 느끼게 한다. 시험 기간에 윗집의 피아노 소리는 층간소음 분쟁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떤 음악이 행복을 주는 것일까? 또 보다 효과적인 음악은 없을까? 우리가 즐거운 음악이라고 부르는 곡들은 보통 장조로 된 빠른 템포의 음악이다. 즐거운 곳을 들으면 특징적으로 호흡이 빨라지는 생리적 변화가 생긴다. 반대로 슬픈 음악은 단조의 느린 곡으로, 맥박을 늦추어주고 혈압을 상승시킨다. 생리적 변화만 놓고 본다면 즐거운 음악이 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슬픈 음악도 마음의 평화와 행복에 기여하는데, ‘카타르시스’라는 심리적인 효과 때문이다.

행복해지려면 클래식이 좋을까, 아니면 힙합이 좋을까? 정서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클래식이 훨씬 좋다. 그렇지만 힙합 역시 기분을 상승시켜주고, 내적 긴장의 해소에 도움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행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귀청이 터질 것처럼 시끄러운 음악은 자율신경계를 지나치게 항진시켜 뇌 또는 심혈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는 연구가 있다. 노래를 직접 부르거나 연주하는 것과 감상만 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행복을 가져다줄까? 물론 직접 참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겠지만 문제는 억지로 하는 경우라면 오히려 불행해질 것이다. 실제로 상담을 위해 내원한 한 연주자는 ‘밥벌이 때문에 억지로 한다’며, ‘음악 때문에 불행하다’고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음악은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건강과 행복에 커다란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굳이 말릴 일도 아니지만 행복해지려고 일부러 노래방을 찾을 필요까지는 없다.

가자, 공연장으로!

세상에 많은 음악들이 있지만 어떤 음악이든 상관없이 가장 큰 행복을 주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공연장을 직접 찾는 것이다. 라이브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 자체가 주는 행복도 있지만, 서로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사람들끼리의 강한 유대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대감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긍정적인 사고와 감정을 배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번 가을, 공연장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또는 클래식 선율에 몸을 맡기고 또는 감동적인 연기와 가사의 뮤지컬에 빠져 음악이 선사하는 행복을 느껴보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