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미 언어문화교육개발원 원장.

한창 깨 볶는다고들 하는 신혼 시절, 첫 부부싸움이 났다. 신혼집 꾸미기에 재미 들려 화초를 키우던 필자는 서툰 솜씨에도 피어난 꽃 하나에 신이 나 남편이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띵동’ 소리와 함께 들어온 남편에게 “남편, 화분 봤어? 꽃이 피었어”라고 소리쳤다. “와아~ 정말?” 이런 반응을 기대하며. 하지만 되돌아온 건 1, 2, 3초간의 정적과 침묵이었고, 필자는 방에서 나와 “왜 말이 없어?”하고 다시 물었다. 괜히 섭섭해져 “왜 이리 반응이 없어?”라는 내 말에 남편은 “화분 이야기 하길래 화분 보러 가려고 했지….”라고 답했다.

흔히 ‘아’라고 하면 ‘어’라고 나와야 한다는 게 기대반응이고, 대화가 이뤄지려면 이러한 주고받음이 있어야 한다. 일 잘 하는 직원으로 보이는 이미지 메이킹을 이야기하면서 신혼 이야기를 하다니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름 아닌 ‘관계의 시작’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방송사에서 만약 화면과 소리의 변화 없는 ‘3초’라는 시간이 전파를 탄다면 이는 ‘방송사고’이며, ‘시말서’ 감이다. 새로 시작하는 풋풋한 관계에서 우리는 서로에 대한 관심과 비례하게 서로에 대한 언어적, 비언어적 반응성이 높다. 반면 관심이 없거나 무뎌진 상대에게는 더욱 말이나 행동, 표현을 아끼고 상대에 대한 반응도 자신이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입사원은 일단 주변인들의 관심을 받고 첫 시작을 한다. 이러한 관심은 첫인상의 성공과 실패에 따라 오래 지속되기도 하고, 한순간에 사그라지기도 한다. 일 잘 하는 직원으로 보이면서 관계를 지속하는 데 성공하려면 이 같은 반응성과 역동성을 잡아야 한다. 대화하거나 마주칠 기회가 없다면 역동적이고 활기찬 인사와 더불어 자신의 성실성을 보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목소리에 따른 스테레오 타입(Stereotyped Perceptions, 고정관념에 대한 인식)에 대한 연구들을 보면, 많은 연구자들이 목소리의 역동성으로 사회적인 동조성에 대한 평가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속삭이듯 말하는 사람은 비밀이 많고 신경질적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화난 듯 무뚝뚝하게 말하는 사람 역시 본래 성질이나 성격과는 관계없이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톤이나 음의 높낮이 등 변화 없는 목소리는 다른 이들에 비해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사회생활 또한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일 잘하는 직원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말을 할 때 좀 더 활기차고 역동적으로 발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보고를 하거나 회의를 할 때는 보다 자신의 반응성이 돋보이도록, 힘 있는 리액션이 필요하다. 즉, 한 톤으로 꾸준하게 말하기보다는 힘의 강약을 조절하고 높낮이나 음역 변화를 통해 자신의 열정을 선보이고, 진지하게 중요한 내용을 말할 때에는 하나하나 내리찍어 내려놓듯 힘을 주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흔히 신중하거나 생각을 하기 위해 멍하고 있거나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침묵한다면, 그것 또한 자신의 업무능력을 표현할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과 같다.

평소 회사의 주요 이슈나 회의 주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자신의 생각을 미리 정리해 보고 말로 표현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때로 그것이 어렵다면 회의 자리에서 나온 의견을 메모하고 정리하며, 발언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정리한 내용을 말하면서 질문을 덧붙이는 것도 배우려하거나 탐구한다는 자세로 비춰질 수 있다.

끊임없이 회사에서 일 잘 하는 직원으로 보이려고 노력한다는 것으로 직원의 업무능력과 미래발전 가능성을 평가함에 있어, 성실성과 더불어 열정 즉 얼마나 열심히 일하려 하느냐가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꾸준히 이미지 메이킹을 하지 않아도 성실하게 준비하여 성적으로만 답해도 되는 학창시절과는 달리, 직장생활은 자신의 입지와 평가가 상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반응성과 역동성이 있는 언어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