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가장 시끄러웠던 지난 8월 마지막 주말, 지인들과 함께 지리산 상훈사라는 절에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그 사찰에 연고가 있는 지인이 그곳 템플스테이를 추천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교 신자가 아닌 필자도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예전부터 꼭 한번 체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산을 내려오면서 필자가 내린 결론은 ‘다시 한 번 가고 싶다’였다. 템플스테이는 종교와 상관없이 한 번쯤은 경험해볼 가치가 있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직접 가보면 안다.

템플스테이라는 단어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어떤 이에게 휴식이나 재충전의 의미도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종교적 성찰, 그리고 또 어떤 이에게는 멋이나 문화라는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사실 모든 단어에는 그것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맥락이 함께 녹아 있다. 자기 경험에 빗대어 그 단어를 이해하고 또 기억하기 때문이다. 필자에게 템플스테이라는 단어에는 쉼, 생각 등의 의미도 있지만 남북한 긴장, 전쟁이라는 의미도 같이 지니고 있다. 때가 때였으니까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구성 요소들이 통합적으로 합쳐져서 자신만의 템플스테이 이미지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러 개의 작은 이미지들이 합쳐져서 하나의 큰 이미지로 형상화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작은 부분을 보고 전체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사람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유럽의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어떻게 정보를 조직화하는지 연구했다. 그리고 그들은 사람들이 외부에서 주어진 정보를 조직화하여 의미 있는 형태로 구성하여 기억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그것을 게슈탈트(Gestalt)라고 했다. 이런 게슈탈트 원리는 브랜드 인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브랜드는 광고, 프로모션, 유통 등에서 다양한 메시지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지만, 소비자는 이를 하나씩 분류하여 해석하지 않는다. 각각의 브랜드 행위를 하나의 전체로 조직화해서, 큰 틀로써 보는 것이다(우석봉, 2009). 그래서 브랜드 행위는 큰 틀 안에서 조화롭고 일관성 있게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회사가 인정받는 요즘, 기업의 선의를 큰 틀로 활용하고, 각각의 접점에서 브랜드 메시지들을 전달하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단 각각의 접점에서는 템플스테이와 같은 매우 특별한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가정 아래서 말이다.

템플스테이에서는 평생 해보지 않은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다 같이 울력을 하고, 밥과 반찬을 남김없이 다 먹어야 하며, 저녁 9시에 취침해서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한다.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하지 않는 일들이다. 특히 육체적인 노동을 하는 울력이나 용신제라고 하는 설거지는, 자신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행위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또한 이런 일들은 평소에 잘 하지 않는 일들이기에 더욱 흥미 있는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이다. 더불어 다른 사람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자신만의 경험을, 지인들과 공유하는 것은 항상 짜릿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아마도 이것이 사람들이 SNS에 자신의 이야기를 올리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사실 커즈(Cause) 마케팅 캠페인도 템플스테이와 마찬가지로 색다른 경험을 참여자들에게 제공한다. 자신의 소비행위가 아프리카 지역 한 아이의 입학을 가능하게 해준다면 이 얼마나 특별한 경험이 되는 것인가. 이처럼 커즈(Cause) 마케팅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도 색다른 자기표현이며,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타적인 행동을 해본 사람들은 그 느낌과 감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같이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이 매개가 되는 매우 강력한 전염이다.

한 번의 템플스테이 경험이 필자를 마니아로 만들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를 계속 알리고 추천하는 전염원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 역시 최고의 매체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열정적인 사람은 최고의 매체가 된다. 지금까지 기업에게 커즈(Cause) 마케팅을 제안했다면, 이제부터는 기업은 물론 사람들에게도 커즈(Cause)를 설명하고 느끼게 해보는, 소비자 대상 캠페인을 기획해보자. 소비자들의 공감과 참여를 유도하는 캠페인을 통해 열정적인 마니아들을 만들어 보자. 브랜드도 기업도 그리고 우리도 다 같이 상생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임진왜란 때 유성룡이 주장했던 백만 양병설을 커즈(Cause)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서 해보자. 커즈(Cause)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모으자. 커즈(Cause) 백만 양병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