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과 가치관의 변화·新문화 창조

[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가족의 기본은 결혼에서부터 시작된다. 매년 우리나라에서 결혼하는 부부는 30~35만 쌍에 이른다. 여성가족부의 통계에 따르면 이들이 결혼에 지출하는 비용은 연간 15조원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 수치는 극심한 경제난이 생기지 않는 한 크게 줄지 않는다. 매해 결혼의 풍속은 경제상황과 맞물려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2011년 역시여성의 경제력이 상승하며 연상연하 커플이 많이 생기고, 초혼 연령이 높아져 늙어가는 신랑신부가 급증하며 전세값 대란으로 빌트인 오피스텔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하는 신 주거풍속도 생겨났다. 연일 치솟는 금값으로 이젠 3종세트, 5종세트를 주문했다가는 눈치받기 쉽상. 간소해지는 예물트랜드도 주목할 만하다. 2011 오늘을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의 신 결혼풍속도를 살펴보자.

늙어가는 신랑신부들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40세 이상의 싱글들이 많다. 물론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순수 싱글들이다. 30대 중반을 훌쩍 넘겨도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이 바쁘거나 결혼에 무관심하거나 아니면 결혼할 인연을 아직 못 만난 케이스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 4월 발표한 '2010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이 31.8세, 여성은 28.9세로 각각 지난 2000년과 비교해 볼 때 남성은 2.5세, 여성은 2.4세 많아졌다.

대학진학률이 높아진데다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결혼을 미루는 젊은이들이 점차 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문직 종사자들이 늘어나며 자아성취를 하는데 결혼이 급할 것 없다는 인식이 높아지다 보니 결혼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서둘러 결혼할 생각도 없는 것이다.

연상연하 커플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연상연하 부부는 10년 전에 비해 약 1만 쌍 가까이 늘었다. 10년 전 10.7%에 불과했던 연상여성 커플은 2005년 12.1%로 증가했고, 2009년 14.3% 지난해엔 14.9%까지 늘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이전에 비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된 것과 상당 부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전문직 여성 또한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초혼 연령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 연상연하 커플도 늘어나는 추세다. 연상연하 커플이 늘어나다 보니 나이든 신부가 결혼식 때 실제 나이보다 좀 더 어려보이고 싶어 자신의 외모와 몸매 등 자기관리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30대 중반이 지난 여성들은 웨딩 촬영 때 조금이라도 어려보이기 위해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운동으로 해결되지 않는 피부주름을 펴기 위해서다.

재혼커플은 화려한 호텔예식을 선호하고 있다.


아무리 이목구비가 예뻐도 피부가 좋지 않으면 ‘동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들은 눈가에 보톡스를 받고 이마와 볼, 턱 등에 필러 주사를 맞는다. 웨딩드레스에 노출된 허리와 팔뚝으로 인해 열심히 휘트니스를 다니고 그래도 안되면 부분 지방흡입으로 해결한다.

남성들 역시 슬슬 빠지는 머리숱을 채우기 위해 머리카락 연장술을 받는다. 예전에 비해 성형수술이 대중화 되며 성형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진 것도 이유이겠지만 결혼식 만큼은 가장 아름답고 멋져 보이고 싶은 것이 당연지사, 나이가 많아도 그 마음은 다를 게 없다.

달라지는 新 주거풍속, 도심형 오피스텔

서울에서 대학을 나오고 직장생활 6년차에 접어든 김모씨. 그는 3년째 사귀고 있는 여자 친구가 있지만 쉽게 결혼 결심을 못하고 있다. 둘이 함께할 신혼집 마련 때문이다. 결혼을 할 경우 보통 남자가 집을 구해야 하지만 그가 모아둔 돈은 6000만원 남짓. 1년에 1000만원을 저축하기위해 간식비 등을 줄이며 아꼈지만 이 돈으로는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값을 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혼을 하고 싶어도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미루는 젊은 층들이 늘고 있다. 특히 이들이 결혼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세값 등 결혼 후 살 곳이 마땅치 않아서 결혼을 연기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주택가격이 상승할 때 결혼 건수와 결혼율이 줄어들고 남성의 초혼연령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아파트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모든 가구들이 배치돼 있는 빌트인 오피스텔에서 신혼을 시작하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 아파트를 투자자산으로 보고 무리하게 집을 마련하기보다 실 거주형 공간으로 실속형 주거패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런 경향은 20~30대 초반의 젊은 부부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데 밥은 각자 해결, 주말에는 여행을 가고, 맞벌이로 집과 직장은 무조건 가까워야 한다는 생각은 냉장고, 세탁기 등이 구비된 역세권의 빌트인 오피스텔 수요도를 높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 114는 “2011년 주택매수 심리가 침체되면서 전세난은 심화되고 매물이 없어 월세로 돌아서는 사람들이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을 찾고 있는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진단했다.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을 결합한 수익형 부동산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는 것.

게다가 지난 4월28일 금융감독원은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전세 자금대출을 취급할 계획’이라고 밝혀 앞으로는 아파트에만 제한되었던 전세자금을 주거용 오피스텔 세입자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치솟는 금값, 결혼예물도 변화시킨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금값으로 인해 예비 부부들의 결혼예물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과거 관습처럼 여겨왔던 3종세트, 5종세트를 주문했다가는 눈치받기 쉽상. 이제는 꼭 필요한 예물 한 세트만 구매하고 순금대신 18K와 14K 등으로 구매하는 경향도 다반사다. 또한 세트제품 중 귀걸이나 팔찌 등은 생략하고 있다.

이 달 말 결혼을 앞둔 김모(35)씨는 “금 값이 워낙 비싸 14K 커플반지 하나만 하기로 했다”며 “주위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예비부부들도 비슷한 사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귀금속매장 관계자는 “예전에는 반지와 목걸이, 팔찌 등으로 구성된 예물세트를 많이 했지만 최근에는 실용적으로 목걸이나 반지 하나 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금값 상승으로 인해 돌반지 수요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3세트 이상의 예물보다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다이아몬드 커플링 한 쌍만 구입하는 예비부부들도 늘어나고 있다.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팔찌 등을 구매하기 보다는 실속 있게 프리미엄 브랜드로 커플링 한 세트만 구매해 만족도를 높이고 예산도 아끼는 것이다.

한편 예물은 다이아 목걸이나 커플링으로 끝내고 주얼리 대신 명품가방을 구매하는 예비부부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5월 결혼한 손모(36)씨는 최근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에서 웨딩 커플링을 구입하고 나머지 예산으로는 명품백을 구입했다.

그야말로 선택과 집중 현상이 뚜렷하다. 이런 현상은 가전제품 구매에도 영향을 주는데 최근 빌트인 된 신축아파트의 경향상 TV, 세탁기, 냉장고 등 주요 가전제품을 세트로 한꺼번에 구매하는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신혼집 전체를 새 물건으로 채우기보다 꼭 필요한 물품 위주로 구매하는 것이 요즘 트랜드. 특히 요즘에는 3D TV 등 프리미엄 모델의 TV를 혼수로 장만하는 이가 많다. 이는 TV 등 가전제품에 관심이 많은 신랑들의 취향이 고급화되며 나타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신혼여행만큼은 고급스럽게

실속있는 결혼을 하는 것이 추세라지만 신혼여행만큼은 후회가 남지 않게 화려하게 다녀오는 것도 최근 결혼풍속의 추세다. 날이갈수록 예비부부가 신혼여행에 투자하는 금액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 신혼여행은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으며 평소 가 보지 않았던 거리가 꽤 먼 지역, 더 고급스러운 패키지를 원하는 것이 트렌드다. 고급스러운 패키지는 휴양지인 동남아가 강세. 그러나 최근에는 비자가 필요없어진 하와이가 각광받고 있다. 대한항공 외에 하와이 항공이 운행하면서 여행단가가 낮아진 것도 하와이 여행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이다.

신혼여행 비용은 1인당 150~200만원, 하와이는 200만원이 넘는 수준, 1인당 300만원을 쓰며 유럽으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150~200만원이 평균적이다. 신혼여행 패키지는 여행지역은 물론 호텔이나 음식도 고급화 되는 경향이 최근 추세다.

초혼보다 재혼이 화려하다

최근 눈에 띄고 있는 신 결혼 풍속도 중 흥미로운 것은 재혼의 수가 늘어나며 그 양상이 매우 화려해 졌다는 것이다. 수년 전 만 해도 재혼 밝히기를 꺼리며 가족들끼리만 간소하게 지냈던 결혼양식과는 달리 최근에는 초혼 커플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재혼커플은 예단, 혼수, 한복 등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줄이기는 해도 결혼준비 과정을 축소하지는 않는다. 이는 30대 젊은 재혼커플이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나이든 재혼커플이 결혼 당시 접하지 못한 요즘의 웨딩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웨딩컨설팅 ‘듀오웨드’의 고미란 실장은 “최근에 재혼식에 대한 문의가 상당히 늘었다”며 “요즘 재혼 커플은 웨딩 촬영을 하고, 청첩장을 돌리는 등 당당하게 두 번째 결혼식을 준비한다. 재혼식이 초혼 때 모습과 거의 비슷한데, 장소와 하객수만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재혼은 가까운 친지들만 모시고 한정식집 등 큰 식당에서 하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호텔 연회홀, 일반 예식장 등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재혼의 경우 하객의 수가 초혼에 비해 적기 때문에 소규모 호텔 예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초혼은 200~300명의 하객을 부르는 반면, 재혼은 친인척 위주로 보통 50~60명, 많아도 150명 미만이다. 대개 재혼은 신랑신부 나이대가 있다 보니 소규모로 차분하고 고급스럽게 진행할 수 있는 호텔예식을 더 선호한다.

예식에 드는 식사, 부대비용은 하객이 많을수록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재혼은 하객의 수가 적어 1인당 드는 식사, 부대비용의 값이 올라간다. 같은 호텔이라도 초혼이 하객 1인당 10만~12만원이라면 재혼은 15만원 정도로 더 많은 돈을 쓴다. 주로 이용되는 호텔은 신라, 조선, 리츠칼튼, 메리어트 등이다.

소규모로 진행할 수 있는 하우스 웨딩도 선호되고 있는데, 젊은 초혼커플처럼 파티형식으로 하지 않고, 호텔예식의 형식으로 차분하게 진행한다. 하우스 웨딩의 경우 식사, 부대비용은 하객 1인당 5만~7만원 선이다. 주로 이용되는 장소는 나인키친, 바오하우스, 프라디아(선상) 등이다.

최원영 기자 uni354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