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 구글은 글로벌 ICT 업계를 흔드는 거물들이지만, 그 출발과 정체성은 다소 다르다. 물론 최근들어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며 내외부의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있지만 사실 삼성전자는 제조업에서 출발해 강력한 '공장의 냄새'를 풍기는 곳이며, 애플은 출발로 따지면 삼성전자와 비슷하나 소프트웨어의 가능성과 하드웨어의 존재감을 사이에 두고 혁신으로 포장한 큐레이션에 방점을 찍은 곳이다.

마지막으로 구글은 검색엔진의 정체성을(알파벳이 세워지면 또 달라지겠지만) 바탕으로 알고리즘에 방점을 찍은 플랫폼 DNA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각각 자신들의 비전을 추구하며 국지적인 전투와 광범위한 전쟁을 치르며 닮아가거나 달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 이들의 전쟁은 더욱 극적인 변곡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대전..삼성전자와 애플의 진검승부
삼성전자는 13일 모바일 언팩을 통해 갤럭시노트 시리즈 최초로 IFA 2015가 아닌 타지역(미국)에서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 엣지 플러스를 공개했다. 스타일러스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품은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 시리즈에서 그 경쟁력을 인정받은 엣지의 잠재력을 갤럭시S6 엣지 플러스에 고스란히 풀었다. 정형화된 라인업을 파괴했으며, 기어VR을 생략하는 과감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갤럭시노트5는 5.7인치 쿼드 고화질(2560x1440)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생동감 넘치는 동영상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갤럭시 S6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초슬림 베젤과 후면 곡면 디자인으로 한 손에 착 감긴다. 디자인의 발전성과 실용적인 기능을 하나에 담으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갤럭시노트5는 디자인과 메모 기능이 강화된 5세대 S펜을 탑재했다. S펜을 가볍게 누르면 튀어나오는 방식을 적용해 기존 본체에 홈을 만들어 펜을 분리하던 방식보다 매끄러운 디자인을 완성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던 스프링 방식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필기 기능과 S펜을 이용해서 화면 어디에서든 호출할 수 있는 에어 커맨드 기능을 더욱 강화한 지점도 눈에 들어온다. 물론 최근 불거지는 거꾸로 삽입 문제는 넘어야 할 산이다.

여기에 새롭게 적용된 '꺼진 화면 메모' 기능을 이용하면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 등 필기가 필요할 때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바로 메모할 수 있다. 또 PDF 파일 위에 직접 필기하고 바로 PDF로 저장할 수 있다. '스크롤 캡처' 기능을 통해 HTML 문서나 긴 형태의 이미지도 한 번에 캡처하고 메모할 수도 있다. 사용자 경험의 자유도를 상승시킨 대목이다. 더불어 마이크로소프트 파워포인트, 엑셀 등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애플리케이션도 제공된다.

갤럭시S6 엣지 플러스는 갤럭시S6 엣지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계승해 대화면이면서도 얇고 유려한 디자인을 구현해 눈길을 끌었다. 갤럭시S6 엣지의 성공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복안이다. 듀얼 엣지의 5.7인치 쿼드 고화질(2560x1440)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고 전작보다 더욱 얇아진 2.0mm의 초슬림 베젤을 둘렀다. 엣지 디스플레이에 즐겨 찾는 애플리케이션에 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스 엣지' 기능을 추가해 사용성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이에 맞서는 애플은 9월 9일 새로운 애플TV와 아이폰6S를 공개한다. 기본적인 스펙은 A9 프로세서와 2GB램, 1200만 화소 전면 카메라 등이 유력하다. 밴드게이트를 피하기 위해 ‘7000시리즈 알루미늄’이 적용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포스터치 탑재는 기정사실이며 일각에서는 인터넷 전화 기능이 탑재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로즈골드 색상을 새롭게 선보이며 플러스 모델도 유지될 예정이다.

구글도 한 방이 있다. 안드로이드 6.0 마시멜로를 탑재한 레퍼런스 스마트폰 넥서스다. 오는 10월 출시 예정이며 이미지가 누출되고 있어 대략적인 윤곽을 확인할 수 있다. 조립식 스마트폰인 아라 프로젝트는 일단 다음을 기약하는 분위기다. 이 외에도 샤오미와 화웨이의 신작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격렬한 전쟁을 펼칠 전망이며, 여기에 삼성전자의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이 가세할 예정이다. LG전자의 프로 시리즈 부활도 초미의 관심사다.

▲ 안드로이드 6.0 마시멜로. 출처=구글

스마트워치 전쟁, 운영체제 전투?
스마트워치에서는 애플워치 출시로 애플이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준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최근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분기에 360만대의 스마트워치를 판매해 19.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웨어러블의 강자이자 한국계 CEO로 유명하 핏비트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웨어러블 시장도 애플천하가 될 판이다. 애플은 단말기 경쟁력을 바탕으로 자사의 소프트웨어 잠재력을 가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 애플워치. 출처=애플

애플워치의 성공은 곧 스마트워치 운영체제 시장의 지각변동을 의미한다. 애플워치가 스마트밴드 일색의 웨어러블 시장을 '워치'의 수준까지 견인하는 촉매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맞서는 삼성전자는 오는 9월 IFA 2015에서 기어S2를 공개한다. 스마트폰에는 안드로이드를 탑재하지만 스마트워치에는 타이젠을 탑재하는 삼성전자이기 때문에, 이는 자연스럽게 운영체제 점유율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Z1을 중심으로 삼성전자가 동남아시아에서 타이젠의 영향력을 확산시키고 있으나 사실상 '백미'는 스마트워치다.

▲ 초기 기어A로 알려졌던 기어S2. 출처=미 특허청

삼성전자는 기어S2로 기어S의 성공을 이어간다는 복안이다. 기어S2는 타이젠을 운영체제로 활용하며 원형 모양의 360x360픽셀의 수퍼 아몰레드를 장착할 전망이다. 테두리(베젤)를 회전시키는 방식이 지원되며 엑시노스 3472 프로세서를 비롯해 768MB 램, 4GB 저장용량, 블루투스, 근거리통신(NFC) 기능도 모두 지원한다. 배터리는 250mAh가 유력하다.

구글은 별도의 스마트워치를 제작하고 있지 않지만, 안드로이드웨어라는 운영체제를 확산시키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LG전자의 워치 어베인과 협력해 눈길을 끌었으며, 안드로이드 동맹군을 적절하게 움직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애플워치와의 합작설이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 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안드로이드웨어가 탑재된 중국 화웨이워치의 아마존닷컴 예약주문 화면에 구글 안드로이드웨어의 새 버전이 애플 아이폰과 연동된다는 설명글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해프닝일 가능성도 있지만, 양사의 협력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평가다.

스마트워치 국면에서는 애플워치로 운영체제와 단말기를 내세운 애플과, 같은 전략으로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삼성전자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구글의 운영체제 확산이 어떤 비전을 보여주느냐에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페이전쟁, 누가 승기 잡나?
이견의 여지는 있지만 애플의 애플페이는 시장에서 순항하고 있다. 단말기를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 전략이 적절하게 들어맞고 있다.

이에 맞서는 삼성전자는 삼성페이를 출시했다. NFC와 마그네틱을 모두 지원하기 때문에 강력한 범용성을 가지고 있으나 프리미엄 모델에만 적용되는 것은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다.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과의 협의만 남겨두고 있으며, 국내에 이러 미국에서도 시범 서비스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구글의 안드로이드페이도 조만간 등장한 예정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안드로이드 동맹군으로 묶인 삼성페이와의 관계설정이다. 만약 안드로이드페이가 기본앱으로 설정되면 이미 구글 서버에 카드를 등록한 이용자들이 삼성페이를 사용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페이전쟁은, 특히 카드처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페이전쟁은 정확히 3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운영체제 독자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삼성페이의 막강한 경쟁력을 가감없이 발휘하기는 다소 어려운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 외 다양한 전략의 충돌
삼성전자의 애플, 구글은 각각 사물인터넷 분야에서도 나름의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또 자동차 사업의 경우 삼성전자는 미온적이지만 구글은 자율주행차, 애플은 프로젝트 타이탄을 통해 이분법적인 스마트카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가상현실도, 스트리밍 시장에서도 이들의 경쟁은 불을 뿜고 있다.

이들의 올해 하반기 격렬한 ICT 전쟁은 어떤 결말을 맞을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