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네이트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컴즈)를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IHQ에 넘긴다. SK플래닛은 26일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인 SK컴즈 지분 51%를 IHQ에 넘기고, 신주 28.5%를 받기로 결정했다. 이제 SK플래닛이 보유했던 SK컴즈 지분은 64.54%에서 13.5%까지 줄어든다. 잔여지분은 당분간 가지고 있을 전망이지만 경영권은 IHQ가 완전히 가져간다.

업계에서는 SK가 SK컴즈를 외부에 매각하지 않고 다른 계열사에 넘긴 지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주사가 증손회사를 두려면 손자회사가 100%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에 따르기 위해 SK플래닛이 SK컴즈의 지분을 100%로 확대하거나 경영권 의결 지분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기점으로 새로운 ICT 경쟁력을 품어낼 여지가 분명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SK의 선택은 SK컴즈를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최근 SK텔레콤을 중심으로 그룹의 ICT 경쟁력을 모아가던 상황이라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컴즈, 그 영광과 오욕의 역사

2002년 넷츠고와 라이코스코리아가 통합하며 출범한 SK컴즈는 사실상 SK그룹의 ICT 최전선을 전담했다. 네이트닷컴과 PC메신저 네이트온의 경쟁력까지 더해진 SK컴즈는 싸이월드까지 인수해 몸집을 불렸고, 2004년 지금은 국내에서 후퇴한 야후를 누르고 3대 포털로 입지를 굳혔다. 이후로는 탄탄대로였다. 2005년 3월 당시 PC 메신저 최강자였던 MSN을 눌렀고, 2006년에는 엠파스까지 인수했다.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도 이 시기에 이루어 졌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위기가 찾아왔다. 급격하게 사세를 키우는 상황에서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한 나머지 조직융화에 나서지 못했고, 이러한 문제가 인수된 기업의 ‘야성’을 사라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엠파스의 실적부진과 글로벌 시장 공략이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대목도 돌발변수로 작동했다.

이후 실제적인 위기는 파도처럼 닥쳐왔다. 먼저 2000년 중후반에 들어서며 싸이월드의 인기가 시들해진 대목이 문제였다. 싸이월드는 최초의 SNS라는 명성에 걸맞게 ‘국민월드’로 불리며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으나 SK컴즈에 인수된 이후 조금씩 경쟁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이 지점에서 싸이월드는 지나친 도토리 장사로 이용자를 잃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결국 싸이월드는 2014년 분사됐다.

직접적인 타격은 네이트 정보유출사건이다. 2011년 7월 21일 해커가 SK컴즈 PC에 침입해 약 3400만 명의 개인정보를 탈취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소송이 이어졌으며, 이는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네이트에 대한 이용자의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더욱 큰 위기는 정보유출사건에 정신이 쏠린 SK컴즈가 모바일 혁명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대목이다. 온라인의 거대한 권력이 웹에서 모바일로 빠르게 이행되던 2000년 후반과 2010년 초반, SK컴즈는 말 그대로 손을 놓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싸이월드는 더욱 타격을 받아 말 그대로 추억의 아이템이 되어버렸고, 네이트온은 카카오톡과 같은 신흥강자의 등장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 지점에서 SK컴즈는 2013년 12월 검색 서비스를 다음에 넘기며 사실상 관련사업을 포기했다. 실적도 크게 떨어졌다. 2012년에만 총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연속 15분기 적자라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반전, 가능할까?

SK컴즈의 시련은 네이트 정보유출에 따른 신뢰도 하락, 그리고 모바일 혁명을 준비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기인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싸이월드를 분사하고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하는 등 필사적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대부분 무위에 끝났다. 게다가 미래성장가능성도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SK가 SK컴즈를 포기한 배경이다.

업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SK컴즈에서 ‘SK’를 떼어낼 ‘컴즈’가 걸어갈 미래에 쏠리고 있다. 일단 경영권을 가질 IHQ가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이기 때문에 미디어적 측면에서 적절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연예 기획사인 싸이더스HQ가 IHQ 소속이다. 엔터테인먼트적 측면에서 활로를 찾을 확률이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IHQ가 지지부진한 씨앤앰 매각 정국에서 SK컴즈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씨앤앰은 IHQ의 대주주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막대한 매각비용으로 적절한 주인을 찾지 못한 씨앤앰의 현 상황과, 몸집 불리기적 측면에서 기업논리를 따져야 하는 여지도 있다.

SK컴즈의 잠재력 자체가 여전한 대목도 있다. 현재 네이트온은 B2B 메신저로 확실한 시장을 잠아가고 있다. 또 IHQ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서 나름의 플랫폼적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도 있다. 분사한 싸이월드가 특별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나 나름의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것처럼, SK컴즈도 플랫폼 사업의 측면에서 ICT 경쟁력을 발휘할 소지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모바일 혁명도 그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며, 방대한 DB는 실제 활용도에 있어 의문부호가 달리지만 ‘아직은’ 훌륭한 무기 중 하나다.

한편 SK컴즈를 떼어낸 SK그룹의 ICT 경쟁력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일단 SK플래닛의 주요사업을 이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SK는 ICT 플랫폼으로 SK텔레콤을 낙점한 상태다. 자연스럽게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완전한 합병’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실적부진에 시달리는 SK플래닛이 O2O에 방점을 찍으며 글로벌 시장 공략까지 성공한다면, 미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