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진항에 이어 산둥성 화학공장까지 중국에서 연이은 산업사고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톈진항 컨테이너 선적소에서 일어난 대형 폭발사고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수출을 위해 현지에 나가 있던 국내 기업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톈진항 사고가 채 수습되기도 전, 사고발생 10일 만에 산둥성 화학공장에서도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두 사고로 인해 발생한 유독성 화학물질 국내 유입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산업사고로 인한 피해는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산업현장의 ‘안전’이 갖는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제가 어렵고 힘든 시기일수록 성장에 급급해 안전은 등한시하기 쉽다.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이지만, 국내에서도 크고 작은 산업재해, 안전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산업안전’에 대한 확고한 대비야말로 혁신의 기본이라는 관점에서 총체적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화공플랜트설비 및 강교를 제작하는 중공업 업체 A사에서의 일이다. 업무 특성상 수십에서 수백 톤의 중량물을 수시로 이동시키다 보니, 현장에는 언제나 긴장감이 흐른다. 매년 13~15회의 중대 재해가 발생하고 있었지만 현장 안전활동은 외부기관 안전인증을 포함한 안전교육, 안전작업 규정, 절차서 등을 갖추고 있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사고발생 빈도는 줄어들지 않았다. 사고예방이 우선시 돼야 하는 현장 안전활동은 발생한 사고 처리에 급급하고, 예방활동은 오히려 불요불급한 형식적 업무에 치우쳐 있었다. 일례로 하루 4~50건에 이르는 안전작업허가서는 작업현장에 나가보지도 못한 채 생산팀장의 책상 위에서 결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 달이면 한두 건씩 발생하는 사고를 근절하기 위해 모든 형식적 업무를 걷어내고, 안전작업을 위해 꼭 필요하고 가장 기본적인 업무들만 남기도록 대대적인 개선을 전개했다. 안전작업허가서는 하루 3~4건 발생하는 고위험 작업에만 적용하되 반드시 작업현장을 확인하고 허가하도록 했다. 공정위험성 평가는 해당 작업을 담당하는 작업자가 직접 참여하여 위험요인을 도출하고 작업별 안전 점검표를 만들도록 하고, 안전교육의 내용을 세분화하여 각 작업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교육만을 반드시 받도록 했다.

현장 작업자부터 경영진까지 전사적으로 동참한 10개월간의 프로젝트를 마친 A사는 프로젝트 종료 후 3년간 안전재해 발생률 0%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안전이 결코 복잡한 절차나 혁신적 체계로 확보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얼마 전 고객사와 인터뷰 기회가 있었다. 현장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담당자는 ‘회사의 미래를 위해 혁신 과제를 도출하고 전사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현장의 안전에 대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혁신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털어 놓았다. 대다수 기업들이 고민하는 문제다. 사실 안전에는 특별히 혁신적이고 새로운 대책은 없다. ‘완벽하다는 것은 모든 것이 들어 있다는 뜻이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제조현장의 안전확보를 위해 백 번이라도 되새기고 기억해야 할 말이다. 남들이 효과를 봤다는 다양한 대책을 도입해 슈퍼마켓을 만들어 놓는다고 안전이 확보되지는 않는다. 시급하고 중요한 시점일수록, 안전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현재 실행하는 다양한 안전활동이 정말 위험요인을 줄이고, 안전의식을 높이며 궁극적으로 재해방지에 기여하는지 재검토해야 한다.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혁신적 안전대책이란 있을 수 없지만, 안전은 그 자체가 기업의 수준이고 혁신의 척도가 된다. 혁신이 중요하다지만 안전을 소홀히 하는 기업에겐 혁신의 기회 자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