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가 되기도 전에 연 매출 1000억대 기업을 일군 소피아 아모루소. 의류 전문 인터넷쇼핑몰 ‘내스티 갤’의 창업자이자 CEO인 그녀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나는 내스티 갤의 설립자이자 CEO,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7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그것도 서른 전에 내 사업을 여기까지 일으켰다. 나는 부잣집 딸도 아니고, 내세울 만한 학벌도 없고, 손잡고 이끌어준 멘토도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알아서 했다. 나는 고등학교 중퇴자였고, 방랑자였고, 절도범이었고, 꼴불견 학생이었고, 나태한 직원이었다. 불편, 불만과 의심을 숨길 줄 모르고 다 드러내는 사람, 자신을 도저히 감추지 못하는 사람, 지나치게 솔직해서 문제인 그런 사람 말이다.”

소피아 아모루소는 10대 때 주의력 결핍증과 우울증 진단을 받고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20대 때는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을 뒤져 먹는 프리건 생활을 하며, 히치하이킹과 도둑질로 생계를 유지했다. 수많은 임시직을 전전했다. 걸핏하면 잘렸고, 싫증나면 그만 두었다.

그런데, 이런 이력과 성격이 그녀의 성공비결이었다. 내성적인 그녀는 사람을 상대하지 않고 혼자 집에 처박혀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시작했다. 나태하고 시간도 남아돌아 그녀는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인터넷을 하며 지냈다. 당시 마이스페이스가 한참 뜨던 시절이라 대세에 합류했다. 그러던 중 젊은 여성들에게 빈티지 옷들을 팔려는 이베이 셀러들이 친구 신청을 자주 해왔다. 자연스럽게 인터넷쇼핑에 관심을 갖게 됐다.

더구나 그녀는 패션 취향이 남달랐다. 유행하는 비싼 옷을 사서 남들과 똑같이 입는 것이 우스웠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퀴퀴하고 냄새나는’ 옷을 사랑하는 괴짜 성향을 지녔다. 이런 취향 덕분에 빈티지 루트에 대해 전문가가 됐다.

마침내 창업에 눈을 뜨게 된 그녀는 이베이에 ‘내스티 갤 빈티지’라는 패션 숍을 열었다. 첫 거래 품목은 옷이 아니라 책방에서 훔친 서적이었다. 책은 브랜딩 과정부터, 리테일러로서 물건을 떼어오는 과정, 온라인 숍에 필요한 사진 기술과 모델 선정 방식 등이 생생하게 소개돼 있다. 8달러에 건진 샤넬 재킷을 999달러에 팔아 치울 정도로 잘 나가는 셀러였지만, 그녀는 오래지 않아 타의에 의해 이베이를 떠난다.

그녀는 좌절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2008년 온라인 쇼핑몰 내스티갤닷컴을 개설했다. 사이트 오픈 첫날 모든 상품이 품절됐다. 구제 옷을 찾아다니던 이 1인 기업은 제프리 캠벨과 샘 에델만과 같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공략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옷을 선보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외곽의 작은 집에서 혼자 시작한 내스티 갤은 2011년에 2400만달러(282억원)를, 2012년에는 4배 증가한 1억달러(1200억원)라는 연매출을 올렸다. 2014년에는 LA에 1400평 규모의 본사와 350명의 직원을 둔 중견 기업체로 우뚝 섰다. 목욕 가운 차림에 스타벅스 차이 라테로 끼니를 때우며 컴퓨터 한 대로 일하던 소피아 아모루소는 개인자산 3500억의 CEO가 되었다.

내스티 갤 쇼핑몰을 할 때 그녀에겐 무형의 자산이 있었다. 이베이 셀러를 하며 쌓았던 고객 정보 하나 없이 다시 맨 땅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이었지만, 시간이 남아돌던 시절에 만났던 마이스페이스 친구들이 6만명이나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1인 기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마케팅 기법인 SNS를 활용할 수 있었다. 마케팅비가 들지 않는 ‘공짜 마케팅’이 가능했다.

그녀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법은 남달랐다. “내 페이지에 달리는 모든 댓글에 빠짐없이 답글을 달았다. 그저 그것이 사람을 대하는 기본 예의라는 생각에서였다. 많은 기업들이 소셜 미디어를 장악하려고 수백만달러를 쓰고 있었지만, 나는 그저 내 본능에 따라 내 고객들을 진짜 친구처럼 대할 뿐이었다.”

<#걸보스> 소피아 아모루소 지음, 노지양 옮김, 이봄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