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 비판보다 포용적인 가족관 정립 필요

여성의 경제력 상승과 핵가족, 글로벌 화 등 사회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가족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한 동성애 가족과 비 혈연 가족들로 구성된 공동체 가족까지. 이코노믹 리뷰에서는 가정의 달을 맞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족형태 양상을 짚어보고 나아가 가족의 첫 출발점인 ‘결혼’ 의 새로운 풍속도를 살펴본다.

공지영 소설 <즐거운 나의 집>을 보면 위녕, 둥빈, 제재 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각기 성(姓)이 다른 세 자녀와 싱글맘이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지영 작가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인 소설로 이 책을 보면 싱글맘으로서의 당당함과 세월이 준 성숙함, 차이를 인정하는 포용력, 그리고 세상을 향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2010년을 살아가는 요즘, 우리 사회는 다변화 되며 정산가족(부부+자녀) 대 비정상가족( 결손가족)의 이분법적인 틀 안에 다양한 복합가족의 양상을 묶어두기 어려워졌다. 2011년 우리사회의 가족 형태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을까?

가족 유형이 변해간다

신림동에 사는 37살의 김모씨, 결혼을 하지 않은 그녀는 일찌감치 독립해 원룸형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독립한 지는 10년째, 이제 형광등 가는 것은 물론, 망치질도 거뜬하다.

이처럼 혼자 사는 1인 가족은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1인 가족에는 혼자 사는 독거노인 등도 포함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1인 가족 추계현황 중 점유율을 보면 2005년이 21.38%, 2008년 21.41%를 보이고 있으며 2014년 21.36%, 2020년 21.22%를 예상하고 있다.

1인 가족의 전체 점유율이 20%이상 지속적으로 차지하는것을 보면 1인 가구 인프라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자료다. 1인 가족의 증가 원인으로는 의학의 발달과 건강관리에 따른 평균 수명의 연장, 만혼 현상, 혼인율 감소, 이혼 증가, 홀로 사는 노인 증가, 도시지역 생활 패턴 추구 등 실로 다양하다.


그런가 하면 '무자녀 가족' 역시 증가 추세다. 맞벌이 결혼 4년 차 서모(38)씨는 주말이면 근처 사는 친정어머니에게 맡겼던 강아지를 데려온다. 자녀 없이 부부 둘만 살기 허전했던 그녀는 평일엔 친정어머니에게 강아지를 맡겨 놓고 퇴근 후나 주말에 데리러 간다. 친정이나 시댁에 아이를 맡기는 맞벌이 부부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이들 부부는 “아기는 절대 낳지 않겠다”고 양가(兩家)에 선언해 놓은 상태. 맞벌이하면서 자녀를 낳지 않고(DINK ; Double Income No Kids) 대신 애완동물(pet)을 키우는 ‘딩크펫 가족’인 셈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에서 발전된 형태로 전문가들은 '애완동물이라도 정을 주고 친밀감이 있으면 가족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당당한 싱글맘도 주목할 유형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유치원 교사 허모(33)씨. 요즘 아이들과 어버이날 카네이션 만들기에 한창이다. 어린 아이들이다 보니 “엄마, 아빠 사랑해요” 라고 문구까지 가르쳐 준다. 그럴 때 마다 여기저기 손을 드는 아이들. “엄마가 없는데요?” “할머니만 있는데요?.” 이젠 이런 질문에도 익숙해 졌다는 그는 자연스럽게 “할머니, 사랑해요”라는 문구를 일러준다.

그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반 별로 20명, 그 중 2명은 부모님 없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거나 엄마 아빠 중 한 분이 없는 조손(祖孫) 가족이나 한 부모 가족의 아이들이다. 다른 반의 상황도 마찬가지. 반에서 평균 10%는 조손 부모나 한 부모 가족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혼과 재혼율이 증가하며 조손 가족의 숫자 역시 늘어나고 있다. 조손 가족은 조부모가 손자녀와 함께 살며 손자녀의 기본적인 의식주 및 생활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가족의 형태다. 조손 가족은 사회적 또는 경제적인 여건, 가정 내외부의 환경이 열악하고 사회적 지원 장치가 부족해 여느 가족 형태보다 복지 혜택이 필요한 가정이다.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2010 조손가족 실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조부모와 만 18세 이하의 손자녀로 구성된 전국의 조손 가족이 1995년 3만 5194가구에서 2010년 6만 9175가구로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조손 가구의 82.9%가 조모 또는 조부 혼자 손자녀를 키우고 있으며 절반 이상인 53.2%가 ‘이혼과 재혼’에 의해 손자녀를 양육하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의 조손 가족은 맞벌이 부부의 증가나 잦은 근무지 이동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조부모 평균 연령은 72.6세의 고령으로 이 중 절반가량인 46.7%는 정부나 공공 기관의 지원금에 의존하고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단순 노무직(20.2%)을 통해 어렵게 생활비를 벌고 있다. 조손 가족의 월평균 소득 수준은 40만~80만원선, 40만원 미만도 20.1%로 심각한 수준이다. 조손 가족 역시 새로운 가족 유형이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복지정책이 필요한 가족유형이라 할 수 있다.

재혼율이 늘어나며 생기는 ‘패치워크 가족’ 역시 이제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재혼으로 인해 '성이 다른 가족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 가족' 인 패치워크 가족은 다양한 색상의 조각보를 여러 개 이어 만든 패치워크를 연상시킨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재혼가정의 전형적인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싱글맘, 싱글대디’ 역시 주목할 만하다. 특히 남편 없이 아이를 혼자 키우는 싱글맘은 어쩔 수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게 되는 경우의 ‘미혼모’나 이혼 및 사별로 홀로 키우게 되는 ‘편모’와는 다른 의미다. 남편 없이 아이를 홀로 낳아 키우는 것을 ‘자발적’으로 결정했다는 의미가 강한 싱글맘은 학력과 소득이 높은 독신 여성이 늘어감에 따라 그 현상도 점차 증가해간다.

최근 생겨난 신조어인 미스맘 (결혼은 하지 않았으나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거나 입양해 혼자 아이를 낳고 기르는 사람) 역시 자발적 싱글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회원 수 7400여 명의 싱글맘, 싱글대디 카페 ‘씽클럽’의 수민맘(대화명)은 ‘싱글맘은 여성의 주체적인 선택에 따른 것’임을 강조한다. ‘배우자 없이 자라나는 아이의 정서와 교육상 좋지않다’고 생각하는 우려의 시선 속에 그녀는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었다.

다문화 2세에 따뜻한 시선을

최근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의 수가 증가하며 다문화 가족 역시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외국인과의 혼인은 3만 4200건으로 2009년보다 900건 증가했다.

외국인과의 혼인 중 외국 여성과의 혼인은 76.7%, 외국 남성과의 혼인은 23.3%를 차지했는데 주로 한국 남성과 혼인하는 외국 여성의 국적은 중국(36.6%), 베트남(36.6%), 필리핀(7.3%) 순이며, 한국 여성과 혼인한 외국 남성의 국적은 중국(28.8%), 일본(26.3%), 미국(19.0%) 순이다. 매년 증가하는 다문화가족은 그들에 대한 대우와 복지, 그리고 2세 교육과 따듯한 시선이라는 숙제를 우리에게 안기고 있으나 어느새 한국 가족의 새 유형으로 그 자리를 넓혀가고 있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전통적인 대가족이 1970년대 산업화를 거치면서 ‘핵가족’으로 분화했고, 90년대엔 자녀를 안 갖는 ‘딩크족(族)’이 출현했다. 그리고 지금은 한 부모 가족, 다문화가족, 동성애 가족, 딩크펫 가족 등 가족의 '해체와 재탄생'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산업화의 영향 이외, 가치관 변화도 중요한 이유로 들고 있다. " 변화하고 있는 것을 무조건 잘못된 것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라는 것이다. 가족의 해체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이 높지만 조손가족과 다문화 가족 등 복지가 필요한 부분은 지원하되 가족의 해체가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그 어떠한 형태의 가족도 존중해줘야 할 ‘그들 나름의 삶’ 이라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원영 기자 uni354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