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A씨와 아내 B씨는 별거를 한 후 B씨가 혼자 벌어서 자녀를 키워왔다. A씨는 다른 여성과 동거했고 별거한 지 10년 후 가족 사업을 하던 A씨가 동업자인 누나 C씨와 자주 마찰을 빚으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그러자 C씨는 A씨가 도박에 중독돼 가산을 모두 탕진하기 직전인데다, 폭력배에게 위협을 받고 있어 숨어 지내야 한다며 가족들에게 거짓말을 했고, C씨의 거짓말에 가족들은 A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아내 B씨도 허위의 진술서를 써서 C씨를 도왔고, 정신질환이 없어 금방 퇴원한 A씨를 C씨는 병원 관계자를 매수해 다시 구금했다. 170일 동안 A씨는 여러 정신병원을 돌며 갇혀 지내다가 의사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병원에서 벗어났다.

유책배우자라고 할지라도 거짓으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은 배우자로서 할 처신 아냐

이후 아내 B씨는 A씨에게 C씨의 말에 속아 입원에 동의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A씨는 B씨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이혼소송을 냈다. 이에 서울가정법원 가사4단독은 ‘가정파탄의 책임이 B씨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바람을 피운 남편 A씨가 유책배우자이므로 이혼소송이 무효라는 B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남편을 바로잡아 가정을 지키려고 한 것이라고 해도 정신질환이 없는 남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데 동의한 것은 배우자로서 적절한 처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 창원시 법무법인 금강의 고규정 변호사는 “법원은 남편 A씨가 아무리 유책배우자라고 할지라도 혼인제도의 목적에 비춰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로 잘못이 크지 않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혼인 파탄되었다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민법 840조에서 규정하는 이혼 사유 있어야

일반적으로 이혼 과정에서 이혼 여부가 문제되지 않을 경우에는 위자료나 재산분할, 친권 및 양육권, 양육비의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배우자 일방에서 이혼을 거부한다면 법원에서도 이혼을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신중하게 할 수밖에 없다.

이에 고규정 변호사는 “배우자 일방이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 이혼소송으로 이어지는데, 이혼 판결을 하기 위해서 법원은 부부의 혼인관계 파탄 여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가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판에서 법원으로부터 혼인이 파탄되었다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민법 840조에서 규정하는 이혼 사유가 있어야 한다. 법률에서 정한 ‘재판상이혼사유’로는 배우자에게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배우자가 악의(惡意)로 다른 일방을 유기(遺棄)한 때,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시부모, 장인, 장모 등)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않을 때, 그 밖에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이다.

이혼소송만의 특징 있어… 법률전문가의 도움 받아 가장 적절한 대응해야

그러나 고규정 변호사는 “재판상이혼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 무조건 혼인파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부부가 별거와 각방을 사용하였더라도 서로가 노력한 흔적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사항을 통해 혼인파탄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규정 변호사는 “단순한 사실만으로는 혼인파탄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고, 부부 사이에 있었던 다양한 사실관계들을 파악하여 세밀하게 접근해서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이처럼 이혼소송만의 특징이 있기 때문에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가장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50여 년간 혼인관계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소송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6월 26일 대법원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열렸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측은 “세계 각국의 이혼법도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변경되고 있고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혼인관계가 파탄됐다면 파탄주의에 따라 유책 여부를 묻지 않고 이혼을 허용하고, 상대배우자와 자녀 보호를 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측은 “혼인도 민법상 중요한 계약인데 부정행위로 혼인계약을 깬 자의 권리 남용을 법이나 판례로 보호할 수 없다”면서, “민법은 이혼 시 상대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조항과 혼인파탄에 관한 기준을 명백히 규정하는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올해 안으로 이에 대한 선고와 판례 변경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도움말: 법무법인 금강. 고규정 변호사 055-282-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