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국적사인 대항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난기류’를 만나 흔들리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직격탄’을 맞으며 기대 이하의 경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각각 10만명 넘게 탑승객이 줄어든 탓이다. 국내 신용평가 업체들에서 등급이 하향되는 굴욕을 맛봤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에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 물량 공세를 펼치는 중동·중국 항공사들의 위협도 문제다. 단거리 노선은 LCC에, 장거리 노선은 중동·중국 항공사에 치이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땅콩회항’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안전성 의혹, 노예계약 논란 등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려 시끄럽다. 안팎으로 힘든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이다. 위기를 극복하고 활로를 찾기 위한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 출처=대한항공

‘메르스 여파’ 암울한 경영 실적

올해 2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메르스 사태 때문에 일본·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 여객 수요가 급감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한항공은 2분기 2조7859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3.8% 줄었다. 영업이익은 -26억원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의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333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5.4%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614억원이었다.

상황이 이렇자 신용등급도 하락했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각각 ‘A-’에서 ‘BBB+’로 한 단계 내렸다. 아시아나의 경우 한국기업평가의 등급이 ‘BBB’로 떨어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아시아나의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했지만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큰 폭의 유가 하락 등에 힘입어 손익이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시장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친 실적을 냈다는 게 신용평가 업계의 설명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의 2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손실은 각각 1692억원, 853억원에 이른다.

저비용항공사·중동업체 ‘파상공세’

경쟁 업체들의 도전도 골칫거리다. 안에서는 저비용항공사들에 치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살펴보면 저비용항공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매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제노선의 경우 2010년 상반기 1.8%에 불과했던 분담률이 2011년 3.6%, 2013년 9.3%로 오르다 올해 상반기에는 13.2%로 뛰었다. 국내노선에서는 2010년 상반기 34.0%였던 분담률이 2011년 40.5%, 2013년 47.8%, 올해 상반기 53.6%로 증가했다. 2015년 상반기 여객 운송은 708만명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24.1% 많아진 수치다. 점유율은 53.6%에 달한다. 저비용항공사들이 대한항공·아시아나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얘기다.

▲ 출처=각사

대표적인 국내 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의 경우 작년 기준 매출액 5106억원, 당기순이익 320억원을 시현할 정도로 성장했다. 8월 20일에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주권 상장 예비심사신청서도 접수했다. 2분기 영업이익도 90억원에 달한다. 진에어는 350여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중대형 여객기도 최근 들여왔다. 오사카·세부 등 신규 노선을 꾸준히 취항하고 ‘슬림한 진’ 특가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소비자 마음 공략에 적극적이다. 에어부산은 모바일을 통해 10초 안에 항공권을 예매할 수 있도록 기획하는 등 스마트한 마케팅을 기획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메르스 등 악재가 있었지만 오히려 프로모션 등을 통해 더욱 적극적인 시장 공세를 펼친 것이 상반기 실적 향상의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며 “저비용항공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주 무기로 삼고 있고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서비스 질·안전성 문제 등을 극복해 나가고 있어 향후 점유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고 진단했다.

밖에서는 중동·중국 업체들이 신경 쓰인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 항공사와 정부 지원 등을 등에 업고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국적사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미레이트·카타르·에티하드항공 등 중동 업체들의 한국-중동 노선 수송객은 2011년 이후 4년간 평균 35%씩 늘고 있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아시아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유럽 환승객 수요까지 잠식해나가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의 경우 8월 현재 81개국 147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2012년 18개, 2013년 8개, 작년 7개 도시에 신규 취항하며 그 세를 빠르게 넓히는 중이다. 승객 수송량은 작년 기준 약 4930만명으로 2008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카타르항공 역시 2012년부터 매년 12개 노선을 신규로 오픈하고 있다. 보잉·에어버스 등 항공기도 꾸준히 구매해 8월 현재 보유 항공기가 162대에 달한다. 저렴한 가격과 특가 프로모션 등으로 중무장한 중국의 춘추항공, 상하이항공, 산둥항공 등도 국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 출처=제주항공

신뢰회복 ‘첫 걸음’ 활로 찾아라

대한항공·아시아나가 ‘내우외환’에 힘들어하고 있긴 하지만 활로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우선 앞으로 매출 및 비용 측면에서 항공사가 좋은 성적표를 내기에 좋은 시장 환경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분명 ‘청신호’다. 여객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데다 유류비 부담도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6월께 한국을 강타했던 메르스도 진정 국면에 접어든 지 오래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유류비 부담이 올해 각각 1조7483억원, 8608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결국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기 돌파의 첫 걸음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한항공은 ‘땅콩회항’ 사건 이후에도 조현아 특혜 의혹, 조종사 노예계약 논란 등에 시달려왔다. 아시아나는 ‘최근 5년간 안전 문제로 회항한 사례가 가장 많았던 국적사’라는 오명을 얻었다. 대한항공·아시아나의 주요 고객층은 서비스·안전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실적도 동반 하락했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각종 논란에 진심을 다해 해명하고,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정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해석이다.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동·중국 항공사들은 각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비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점유율을 뺏길 경우 항공이라는 국가 기반산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공항의 경쟁력도 약화시킬 위험이 크다. 구형 항공기 교체 시 지원금 지급 등 구체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의 성장은 국내 항공 시장에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분명 의미 있는 변화”라며 “대한항공·아시아나는 진정성 있는 움직임을 통해 소비자 신뢰를 얻으며 경쟁력을 강화시켜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아시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