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앤트족[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복잡 다난해진 우리사회의 자화상

시대가 변하고 있다. 차도남, 꼬픈남이란 단어가 유행을 하며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아름다움이 남성에게 요구되고 있다. 안티에이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꽃중년’이란 단어도 생겼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올레길, 둘레길 같은 걷기 열풍도 거세졌다. 이렇듯 사람들의 관심 범위는 보다 다양화되고 트렌드에 따라 루비족, 노모족, 그루밍족 같은 새로운 유형의 新인류도 생겨나고 있다. <이코노믹리뷰> 에서는 新인류의 종류를 살펴보고 新인류가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담아보았다. <편집자 주>

청담동의 남성전용 미용실 EVAN STYLE. 이곳은 평일에도 10대부터 40~50대 남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깔끔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옛말. 이들은 머리를 다듬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눈썹을 다듬고 최신 유행하는 탤런트의 사진을 보며 자신에게 맞는 헤어스타일을 상담한다. 면접이나 소개팅이 있을 경우 내추럴 메이크업도 받는다.

“꽃남이 되고싶다” 그루밍족

그루밍족

최근 꼬픈남 (꼬시고 싶은 남자),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등의 단어가 붐을 일으키며 뷰티에 관심을 갖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는 남성들을 그루밍(Grooming)족이라고 하는데 그루밍은 여성의 뷰티에 해당하는 남성의 뷰티 용어로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는 뜻에서 비롯됐다.

그 동안 여성들에게 주로 적용됐던 ‘외모가 경쟁력’이란 표현이 남성들에게 적용되며 자신을 꾸미는 일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그루밍족은 패션은 물론 피부, 모발 관리에도 절대 소홀함이 없다. 남성 패션지를 꼼꼼히 보며 최신 트렌드를 익히고 눈가에 주름이 생기면 보톡스나 필러 시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여성들보다 피지가 많고 피부가 두꺼운 남성들은 남성전용 샴푸와 트리트먼트를 사용해 모발을 보호하고, 남성클리닉을 전문으로 하는 피부과를 찾기도 한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의 시장조사 기관인 NPD그룹은 미국 남성 의류시장이 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며 그 외에도 남성화장품과 패션 액세서리 등의 상품 매출이 2014년 28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더 이상 여성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쇼핑을 즐기고 있는 남성들. 물론 이들은 화려한 치장보다 기능성과 효용성을 높인 제품을 선호하지만 미학적인 요소도 티 나지 않게 중요시 여긴다.

또한 여성들처럼 새로운 브랜드를 찾아가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도 매우 높다.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움을 중요시 하는 남성들, 이들이 그루밍족이다.

“우린 꽃중년” 루비족과 노무족, 新레옹족

코피스족

나이는 50대, 마인드는 20대, 외모는 30대의 꽃중년이 늘어난다. 나이가 들어도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자 하는 중년들을 가리키는 말로 루비족(RUBY)과 노무족(NOMU)이 있다. 루비족(RUBY)은 삶을 신선하게 다시 만들고(Refresh), 평범한 아줌마임을 거부(Uncommon)하며, 아름답고(Beautiful), 젊어 보이는(Youthful) 45~55세의 여성을, 노무족(NOMU)은(No More Uncle)의 준말로 나이와 상관없이 자유로운 사고와 생활을 추구하는 40~50대 가장을 이른다.

루비족은 내리사랑으로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희생하던 기존의 모성과 확실히 구분된다. 단적으로 손자, 손녀들을 보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무조건 내주지 않는다. 그들은 건강과 탄력 있는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피트니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비용 투자도 아끼지 않으며 고가의 미용 시술과 뷰티 케어 제품 구매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

마음만 젊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10년 이상은 젊어 보이기 때문에 마담복 브랜드보다는 트렌디한 영캐주얼 패션도 충분히 소화한다. 노무족 역시 마찬가지이다. 백화점의 남성전문 화장품 LAB매장의 김영현 매니저는 “이전에는 여성들에게 대신 구매를 부탁하는 경향이 많았으나 이제는 직접 방문해 테스팅하고 구매한다” 고 말한다.

찰나족

그 동안 남들의 시선으로 남성화장품이나 향수 매장 앞에서 우물쭈물거렸던 중년의 남성들이 용기 있게 나선 것이다. 비슷한 용어로 ‘新레옹족’이 있다. 일본의 중년 잡지 레옹에서 따온 말로 가정에서는 따뜻한 아버지, 사회에서는 패션을 추구하는 멋쟁이 신사를 말한다.

그들에게 퉁퉁한 아랫배는 더 이상 중년의 상징이 아니다. 젊은 층보다 과감한 디자인 선택이나 위 아래 컬러 매칭(일명 깔 맞춤) 등으로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그들. LG패션 타운젠트 송현옥 디자인 실장은 봄을 맞이한 신레옹족 스타일에 대해 ‘타이트한 디자인으로 옷의 라인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제품의 소재와 칼라를 활용해 피트감을 살리면서 실용성을 살리라’ 고 조언한다. 또한 ‘행커치프, 조끼, 스카프, 벨트 등 강화된 남성 액세서리를 활용하여 다양한 상황에 맞는 다이나믹한 연출을 보여주는 것도 센스’ 라고 말한다.

“이모가 사 줄게” 골드앤트족

데스크테이러족

결혼이 늦어지거나 독신자들이 늘어나며 생긴 新인류 중 하나로 골드앤트(Gold Aunt)족이 있다. 앤트(Aunt)는 고모나 이모, 숙모 같은 아주머니를 칭하는 말로 골드앤트는 골드미스에 아주머니를 합쳐 만든 신조어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고모나 이모들이 자신의 핏줄인 조카들을 마치 자신의 아이처럼 귀여워하며 선물 공세를 하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정말 필요한지 그 실용성을 꼼꼼히 살펴보며 구매하는 엄마와는 달리 조카에게 열광하는 미혼인 이모나 고모가 유아용품 시장에서는 최고의 고객으로 떠오르는 것도 새로운 기류다. 아이들에게 ‘누가 제일 부자냐’는 질문을 했을 때 아빠보다는 이모나 고모를 꼽는 경우가 많다.

결혼이 늦어지며 생기는 여러 신인류 중 하나로 '골드 앤트' 외에 결혼은 NO, 아이는 OK를 표방하는 ‘미스맘’ 역시 주목할 만하다.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으려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배우자 없이 아이 낳기를 선택하는 여성을 ‘미스맘’이라고 부른다.

‘싱글맘’이 이혼이나 사별로 아이를 혼자 키우게 된 여성을 지칭하는 표현이라면 ‘미스맘’은 혼자서라도 키우겠다는 여성의 적극적인 선택을 강조한 신조어다. 미스맘이 논란의 중심이 된 시초는 2007년 이혼 후 3번의 인공수정 끝에 아이를 낳은 방송인 허수경씨다. ‘생물학적 아버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허씨 외에도 탤런트 김청씨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결혼보다는 연애를, 연애보다는 아이를 갖고 싶다” 고 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결혼정보업체 ㈜좋은 만남 선우 부설 결혼문화연구소는 미혼여성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미혼여성의 17.7%가 ‘미스맘 선택을 고려한다’고 대답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 ‘며느리나 부인의 역할은 부담스럽지만 엄마로서의 삶은 살고 싶다’ ‘아이는 좋은데 결혼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시댁과의 갈등을 피할 수 있어서’라고 응답했다 밝혔다. 이는 미혼여성들의 미스맘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과 결혼제도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반영한 결과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미스맘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버지 없이 자라날 아이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는데 ‘성장 후 견뎌야 할 사회적 시선과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 ‘여성 혼자 키우는 데서 오는 경제적 부담감’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골드앤트나 미스맘, 모두 여성의 경제력 상승에서 비롯된 현상 중 하나로 볼 수 있겠다.

“웹은 정보 보물창고” 찰나족

아이폰, 아이패드 등 새로운 문명은 계속 발전을 하고 그 속도에 맞춰 발 빠르게 진보하는 소비자들이 있으니 이를 ‘찰나족’ 이라고 한다. 광고대행업체인 이노션(innocean)의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연구소는 찰나족을 구별하기 위한 8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①신문이나 뉴스를 휴대전화로 검색해 읽는다. ②궁금한 것이 생기면 바로 인터넷을 검색해 본다. ③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웹서핑(web surfing), 이메일 체크 등으로 시간을 활용한다. ④맛집이나 낯선 장소에 대한 정보는 바로 바로 검색해야 한다. ⑤나의 위치나 상황 등을 문자 메시지로 주변에 알리고 싶은 욕구가 있다. ⑥TV프로그램은 이동하면서도 마저 보는 편이다. ⑦나는 트위터(twitter)를 즐긴다. ⑧‘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습호(스포일러, 영화나 TV 드라마 공개 전 내용을 알려주는 것)’ 등의 네티즌 용어를 알고 있다.

위의 8가지 기준에서 6가지 이상이 일치하면 찰나족으로 보면 된다. 찰나족은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완벽 적응한 디지털 신인류를 뜻하는 新조어로 스마트폰, 태블릿 PC, 넷북, 전자책 등 최신 디지털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웹을 즐긴다.

찰나족의 등장으로 인해 새로운 소비 시장이 형성되었는데 디지털 제품은 물론 10분 안에 밥이 완성되는 밥솥과 30초면 물이 끓는 커피포트 등 스피드 가전제품 시장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라는 성향이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다.

“조금은 느리게 살자” 슬로비족

최근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강원도 바우길 등 걷기 등 느린 여행이 유행하고 있다. 걷기 열풍에 힘 입어 서울 도심 안에서도 아름다운 골목길을 찾아다니거나 서울 속의 숲길을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른바 ‘호모워커스’가 바로 그들이다. ‘호모워커스’는 걷기를 통해 생각하고, 느끼는 사람들을 부르는 새로운 신조어다.

그들은 길을 걸으며 사고를 하고, 천천히 걷기를 통해 몸의 건강과 마음의 여유를 찾는다.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한 템포 쉬자는 이러한 사고는 ‘슬로비족’과도 일맥상통한다. ‘천천히, 그러나 더 완벽하게’를 주장하는 ‘슬로비족(Slow but better working people)’. 그들은 물질적인 결과와 성공보다는 마음의 여유와 가치를 중시한다.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의 결과 따윈 무시하고 삶을 즐기는 것이다. 슬로비족이 증가한다는 것은 삶의 방식이 생존 경쟁에서 공존으로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이런 느림 문화의 키워드를 ‘감속과 친환경’ ‘감성과 건강’ 등 4가지로 구분했다.

‘감속’을 시도한다는 것은 경쟁사회의 속도문화에서 한발자욱 빗겨서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변화속도가 빠른 도심과 달리 자연은 변화가 완만하며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매우 적다.

이는 자연이 품고 있는 생명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자연의 여유와 넉넉함을 맛 보는 것이 친환경 삶이다. 감성이 발달하면 경쟁에 지친 자신뿐 아니라 경쟁 대상인 타인까지 돌아보는 여유가 생겨 인간관계로 인한 마찰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느림문화’의 특징이다.

다운시프트족(Downshift) 역시 삶의 가치를 중시하는 대표적인 케이스. 비록 저소득일지라도 여유 있는 직장생활을 즐기며 삶의 만족을 찾으려는 사람들을 일컫는데 원래 자동차를 ‘저속 기어로 바꾼다’는 뜻의 다운시프트족은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난 유럽의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비록 저소득일지라도 자신의 마음에 맞는 일을 느긋하게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등장했다.

우리나라 역시 20대 직장인 태반이 이런 성향을 즐긴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채용 정보 전문 검색 사이트 코리아잡서치(http://koreajobsearch.com)에서 직장인 신조어들을 모아 이 중 20대 직장인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단어를 조사한 결과, 다운시프트족이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이탈해 돈이나 사회적 지위에 연연하지 않고 느긋하고 여유로운 삶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 다운시프트족과 슬로비족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밖에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 카페에서 직장 업무를 보거나 도서관처럼 활용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코피스족(Coffice)’, 건강과 환경을 생각해 정장을 입고 자전거로 출퇴하는 하는 자출족, 사무실에서 마치 아내처럼, 남편처럼 친한 동료를 말하는 오피스와이프(Office Wife)와 오피스허즈번드(Office Husband), 사무실 책상 위를 예쁘고 아기자기한 디자인 문구 제품들로 꾸며 자신의 공간을 만들고 자기표현을 하는 데스크테리어족(Deskterior) 등 사회의 변화에 따라 기능적인 부분 외에도 디자인의 미학을 추구하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여유를 즐기는 新인류의 모습은 2011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최원영 기자 uni3542@ai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