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적은 설치면적으로 전력·지역난방 동시해결 최적의 분산전원

연료전지는 저공해·고효율의 신에너지원 대표주자다. 연료(도시가스) 중 수소 성분이 가진 에너지를 공기 중 산소 성분과 결합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것이 그 원리다. 화학에너지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바꿔주기에 에너지 손실이 적어 발전 설비 중 효율이 가장 높다. 시장 잠재력도 크다.

금속, 전기, 전자, 기계 및 제어 산업과 부수적인 장치를 공급하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어 경제적 부가가치가 쏠쏠하다. 이처럼 ‘매력만점’이건만 연료전지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에 비해 ‘빛’을 못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막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국내 연료전지 산업은 어떠한 모습으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서의 장밋빛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까. <편집자 주>


“ 1세대 PAFC(인산 연료전지)가 ‘브라운관 TV’, 2세대 MCFC(용융탄산염 연료전지)가 ‘LCD TV’라면, 현재 우리가 개발 중인 3세대 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는 ‘LED TV’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포스코그룹의 에너지 전문 계열사 포스코파워 관계자의 말이다. 아직은 개념조차 생소하지만 우리나라 연료전지가 상당한 기술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선두업체인 포스코파워는 현재 자체 독자기술로 SOFC 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SOFC는 기존 발전용 연료전지 대비 발전성능과 설비 안정성, 제품 원가 등이 월등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제품이다. 앞서 포스코파워는 선진기술 제휴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앞선 상용화 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인 2세대 MCFC 생산에 성공하며 국산화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국내 가정용 연료전지 분야는 GS퓨얼셀, 퓨얼셀파워 등이 이끌고 있다. GS칼텍스 자회사인 GS퓨얼셀은 2000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연료전지 전문기업이다. 스택, 연료변환장치, 시스템 구성 등 연료전지 3대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4년엔 국내 최초로 1kW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해부터 정부의 그린호 100만호 보급사업에 동참해 양산화 시스템 구축 등 본격적인 제품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산업 태동기… 기술로 승부하면 승산

퓨얼셀파워는 대기업과의 경쟁 속에서 수십여 편의 국내외 특허 출원을 통해 국내 연료전지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선도해 온 강소기업이다. 지난 1월엔 연료전지 기술의 본고장인 일본에 고분자 연료전지 제품을 수출하는 데 성공, 국내 기술력을 일본에서 인정받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연료전지는 지금으로부터 170여년전 영국의 물리학자인 윌리암 그로브에 의해 처음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도 본격적인 상용화가 실현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 상황.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에서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에 따르면 2009년 신재생에너지 원별 공급 비중은 연료전지는 0.32%로 풍력 2.42%, 태양광 2.0%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지식경제부 조사에서도 지난해 국내 연료전지 산업 규모는 매출액이나 수출액 등에서 태양광이나 풍력에 비해 크게 미비한 수준임이 드러났다

가정용·건물용 연료전지의 경우 지역 신재생에너지 시범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이것도 완전한 상업화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 원인으로는 핵심 부품이나 소재 분야 지원에 대한 정부 예산이 한정적이며, 전력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아 발전용 시장 수요 창출 여력이 낮다는 점 등이 지적된다. 스택, 전기장치와 기술인력이 부족해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성장성에서 뒤처지는 것도 현실이다.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주요 녹색산업의 지역별 발전전략’에 따르면 국내 연료전지설비는 수입제품 의존율이 78%로 태양광 및 풍력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최근 추세 역시 태양광 및 풍력에 비해 15%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향후 성장 전망은 기대 이상이다. 아직 연료전지산업은 산업 발전의 태동기에 있어 기술로 승부한다면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국내 연료전지에 대한 연구개발은 지난 10여 년간 정부 주도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최근 관련 기업들의 집중적인 기술개발 투자로 인해 기술수준은 선진국 대비 약 70% 수준에 도달한 상황이다. 설문조사 결과 첨단기술 및 연구개발의 비중도 녹색산업군에서 각각 28.7%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연료전지만의 팔색조 매력도 기대를 높인다. 가정용, 산업용, 발전용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연료전지는 친환경성, 설치용이성, 안전성 등이 탁월하다. 특히 설치면적이 작은데다 전기와 함께 열도 생산하므로 각 가정은 물론 대규모로 설치하면 지역의 난방과 전력의 동시 공급도 가능하다.

공장, 발전소는 물론 데이터센터, 아파트단지, 호텔, 병원, 공공시설 등 도심지에서도 운영할 수 있는 분산형 발전설비로서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경제성도 뛰어나다. GS퓨얼셀 관계자는 “건물용 연료전지의 경우 월평균 450kWh 사용 시 연간 약 52만 원, 월평균 550kWh 사용 시 연간 약 113만 원 정도”라고 말했다.

정부의 그린에너지전략 로드맵(2009)에 따르면 연료전지를 사용한 분산 발전 시장은 2005년 0.11GW에서 2010년 20GW, 2020년 96GW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전체 발전량의 약 10~13% 정도를 분산형 연료전지가 차지할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현재는 필요한 수소를 화석연료에서 추출해 사용하고 있지만 쓰레기 매립지, 하수처리장, LNG터미널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등 그 활용처도 폭넓다. 수소의 대량생산, 운송, 저장이 실현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 이후의 미래 수소에너지 사회에서는 연료전지가 주력 발전설비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RPS(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 발전사업자를 대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일정부분 생산해야 하는 RPS가 본격 시행되는 2012년부터는 한전 등 발전사들의 연료전지 도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고수준의 발전효율 자랑 폭발·화재 위험없는 클린에너지
도심 속 연료전지 발전소 ‘포스코파워 퓨얼셀’가보니…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옆 노을공원 입구. 간결하지만 독특한 구조의 발전시스템 구조물이 눈에 띈다. 발전소라 하지만 높다란 굴뚝이나 시끄러운 소음, 화염은 없었다. 나무가 우거진 공원에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곳은 지난 9월 말부터 가동 중인 포스코파워의 상암연료전지 발전소다. 연소반응과 터빈이 필요치 않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등 대기오염물질과 큰 소음이 없었던 것. 최고 5m 남짓한 높이의 설비 몇 개만이 있을 뿐, 한 눈에 보기에도 크지 않은 설비지만 발전 용량은 2.4MW에 달한다.

이상일 포스코파워 현장감독은 “2.4MW는 발전설비를 24시간 가동했을 때 일반가정 3000세대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라며 “현재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와 열은 마포지역 3000가구의 전력 공급에 쓰이고 있으며, 1000가구가 사용이 가능한 온수 공급도 이뤄질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곳 연료전지의 발전효율은 47%로 현존기술 중 최고의 발전효율을 자랑한다. 이용률(전기를 생산하는 시간)도 높다. 이 감독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이용률이 15%에 불과한 반면, 연료전지는 95% 이상으로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무해’를 넘어 환경친화적이기까지 하다. 이산화탄소를 화력발전소 대비 연간 1,812톤 이상 줄일 수 있어 248ha의 숲을 가꾸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연간 47.6톤 이상의 질소산화물 감소는 연 1489대의 차량운행을 줄이는 효과와 맞먹는다니 놀라웠다.

발전소는 3단계 구조로 돼 있다. MBOP(연료공급기)가 수소와 산소를 스택(stack, 발전기)에 공급하면 스택에서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반응으로 전기와 열이 생산된다. ‘셀(Cell)을 여러 장 쌓아 놓았다(Stacking)’는 의미의 스택은 공급된 원료에 대한 전기화학반응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전지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기술의 집합체인 셈이다. 또한 이때 발생되는 열은 지역난방공사를 통해 각 가정에 난방수나 온수로 공급한다.

이렇게 발전된 직류 전력은 마지막으로 EBOP(전력변환기)에서 우리나라 전압에 맞게 교류(AC)로 변환해 각 가정에 공급된다. 포스코 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은 24시간 모니터링과 불꽃 감지시스템 등을 통해 무결점 안전도 100%를 실현하고 있다. 컴퓨터를 통해 설비 제어가 이뤄지며 발전설비 옆 현장 사무실 모니터를 통해 상시 점검하는 형태다.

화염이나 연소가 없어 기존 발전설비와 달리 폭발 및 화재의 위험성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의 주 연료는 도시가스인데, 연소 과정을 거치지 않아 가스레인지나 히터보다도 오히려 안전하다고 한다.

포스코파워는 이러한 연료전지 발전설비를 올해까지 서울, 부산, 대구, 인천, 전주, 포항 등 도심지를 포함한 16개 지역에 40MW 규모로 설치 완료했다. 포항에 건립한 기술연구소에서는 현재 건물용, 비상발전용, 대용량, 선박용 등 시장별 맞춤 제품을 한창 개발 중이다.

RPS 시행에 따라 2012년까지 기존 디젤발전기를 대체할 수 있는 비상전원용 연료전지와 건물 내에 설치해 전기와 열을 제공하는 건물용 연료전지를, 2015년에는 대형선박의 보조동력으로 사용할 선박용 연료전지를 출시함으로써 다각적으로 시장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전민정 기자 puri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