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 이후 원화가치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는 올해 안에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추가적인 원화 약세기조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증시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위안화 평가절하가 현재의 불안을 증폭시킨 원인이라 할 수 없다. 이미 업종·기업별 고평가 현상이 관찰됐지만 이를 인식하지 못했던 것의 문제다. 특히 PBR을 세부적으로 나눠서 보면 더욱 그렇다.

PBR은 주가순자산비율로 이는 기업의 주가를 BPS(주당순자산)로 나눈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의 장부가치(일반적으로 자본총계)를 총 주식 수로 나눈 BPS가 1만원이라고 하자. 이때, 이 기업의 주가가 3만원이라면 PBR 3배라고 표현하며 이는 주당순자산 대비 현 주가가 3배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그만큼 고평가로 분류된다.

이 밖에도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측정하는 방법에는 PER(주가수익비율), PSR(주가매출액비율) 등의 비율지표와 이 지표들을 동종업계 평균과 비교하는 방법 또는 DCF(현금흐름할인)모형, RIM(잔여이익모델)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들 지표는 시장 상황과 큰 폭의 기업이익 증감에 따라 쉽게 변한다는 점이 문제다. 또한 대부분은 현재 발생하지 않은 미래 이익과 할인율을 추정해 반영한다는 점에서 불완전하다.

그러나 PBR은 기업의 현재가치와 주가 수준으로 나타낸다는 점에서 그나마 현실적이다. 게다가 역산을 이용할 경우 현재 기업의 주가 수준이 향후 얼마 수준의 성장률을 반영하고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현재 주당순자산이 1만원이고 주가가 3만원(PBR 3배)인 기업을 예로 들어보자. 기업은 순이익이 발생하면 최종적으로 배당여부를 결정하고 나머지를 사내유보금 명목으로 이익잉여금에 포함한다. 이익잉여금은 자본계정에 포함되고 이는 자산가치를 증가시키는 요소가 된다. 이익잉여금이 증가해 현재 주당순자산이 1만원인 기업이 현 주가 수준인 3만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익잉여금 2만원이 필요하다.

만약 이 기업에 10년간 투자할 경우 매년 ROE(자기자본이익률) 11.6%를 기록하면 주가와 장부가치가 같아진다. 만약 기간을 줄여 5년간 투자할 경우 무려 24.6%의 연평균 성장률을 필요로 한다. 5년간 24.6%의 성장률을 꾸준히 올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10년간 11.6%의 성장률을 기록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급부상하는 산업의 경우 일시적으로 성장률이 폭증하면서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결국 고성장 뒤에는 저성장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만큼 PBR이 고평가되어 있다면 주가에 거품이 형성됐을 확률이 높으며 향후 성장률에 조금이라도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주가는 실망감에 폭락할 우려가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시는 상장된 전체 종목 수 대비 PBR(주가순자산비율)3배 이상인 종목 수의 비율이 20%에 이른다. 과거 사례에서 고PBR 종목 비중이 정점에서 내려올 때, 국내 증시 급락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삼성증권은 고PBR 투자의 일반적인 사후성과에 대한 계량적 백테스팅 점검을 했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PBR 4배 이상의 종목군에 매월 투자할 경우, 이후 1년간의 투자 수익률이 벤치마크를 밑돌 확률이 70%로 나타났다. 평균 수익률은 -8.3%로 PBR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지 못한 성과를 낳았다.

지난 20년간 국내 증시 내 종목 밸류에이션 분포를 보면 고밸류에이션 종목(PBR 3배 이상)의 비중은 평균 9% 수준이었다. 시기에 따라 이 비율은 2%에서 높게는 20% 수준까지도 변동했다. 지난 13일 기준 고밸류에이션 종목 비중이 20%를 차지했다는 점은 국내 증시가 역사적 고점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국내 증시의 하락을 중국 혹은 미국 등의 경제 상황을 핑계 삼아 위로하려 하지만 결국 국내 증시에도 ‘거품’이 낀 셈이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밸류에이션의 양극화다. 지난해 말 BPS 기준 한미사이언스의 PBR은 19.5배, 아모레퍼시픽은 9.1배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전력의 PBR은 0.6배, 현대차의 PBR은 0.7배로 종목 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자금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일부 종목군들이 전체 지수를 왜곡한 셈이다.

이러한 불균형은 과거에도 나타났다. 특히 고평가된 종목 수 비중이 정점에서 감소하는 시기에는 지수하락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이와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은 증시변동성 증대와 함께 향후 업종별 전망에 따른 시장 양극화 해소 국면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러한 상황은 시장의 주도주가 없는 장세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 올해 9월 이후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업종 및 기업 간 밸류에이션에 더욱 집중할 확률이 높아진다.

저평가+실적모멘텀, 은행·증권·보험·음식료 주목

최근 위안화 약세는 달러강세에 이어 다시 아시아 신흥국들의 통화가치를 하락시켰다. 이에 원화 가치도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에게는 호재다. 하지만 이러한 환율효과가 반영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약 3개월에서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외환시장은 환율이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곳이다. 따라서 원화 약세는 원화 수요가 약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원화 자산에 대한 수요도 동반 감소한다는 것을 뜻한다. 단기적으로 주식시장 전체가 조정국면 혹은 업종 간 움직임이 기존과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PBR 저평가 업종은 철강·에너지(0.5배)가 가장 낮으며 은행(0.6배), 유틸리티(0.7배), 에너지·증권(0.9배), 보험(1.0배) 등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종이 낮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무작정 달려들기는 힘들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는 것처럼 가격이 싼 데에도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업종은 고평가 돼 있는 업종을 선택하는 것보다 지수방어 여력은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건강관리(4.4배), 소프트웨어(4.1배), 호텔·레저(4.0배), 화장품·의류(3.7배) 업종은 고평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수급적 측면에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의 상관계수는 -0.62로 뚜렷한 역의 상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과 외국인 누적순매수 간의 상관계수도 -0.65로 나타났다는 점은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 외국인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을 뒷받침한다. 특히 국내 증시를 주도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약세 흐름을 용인할 경우, 고평가된 업종에 대한 매도세는 더욱 집중될 수 있다. 시장이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시기에는 업종 간 밸류에이션 조정이 이뤄졌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이와는 조금 다른 시선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7월 중순 이후 신흥국 전반의 약세와 더불어 국내 주식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는 과정에서 상업 서비스, 미디어, 자동차·부품, 내구소비재·의류, 유통, 은행, 통신 서비스, 음식료 등 8개 업종이 상승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오름세를 보인 자동차·부품 업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내수주로 분류되는 업종이다.

내수주들의 차별적인 흐름의 원인으로는 위안화 가치 절하와 맞물려 환율변동성과 일정 부분 무관하다는 점, 안정적인 이익을 기반으로 구조적 성장기에 진입했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내수주들 가운데 통신서비스, 음식료, 은행, 미디어 등 4개 업종은 실적모멘텀과 함께 업종지수가 상승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축약해서 보면 은행업종이 긍정적이라 할 수 있으며 최근 실적개선세를 보이는 증권, 보험업종과 음식료 업종이 투자자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