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CEO가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라고 해서 저희 내부적으로 알아보니까 홍보팀이 한 10년 전에 만들어 놓은 것이 있더라고요. 저희도 처음 봤는데 좀 이상해요. 언론 관련 플랜들이 대부분인 것 같고. 이걸 전사적으로 공유할 만한지 고민이 됩니다. 다른 회사들도 다 이 정도 매뉴얼을 가지고 있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아마 홍보팀이 만든 (위기 시) 언론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인 듯합니다. 전사적 위기관리 매뉴얼은 크게 ‘상황관리 매뉴얼’과 그 상황에 맞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로 구성됩니다. 먼저 상황관리 매뉴얼은 해당 상황을 관리하기로 되어 있는 주관 및 유관 부서들이 구성해 놓은 대응 매뉴얼입니다. 가장 흔한 예가 공장에 비치된 ‘안전 사고 대응 매뉴얼’입니다. 공장장을 비롯해 안전 및 총무부서가 이 매뉴얼을 개발하고 업데이트하는 주관과 유관 부서인 거죠.

여기에서 포인트는 주관과 유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의 핵심이 바로 ‘누가(Who)?’라고도 하지요. ‘어떻게(How)’라는 개념은 그 다음입니다. 조직에서 위기가 발생해도 이 ‘누가(Who)’라는 주관 및 유관 지정이 없으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누군가 움직인다고 해도 협업의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래서 매뉴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누가 주관과 유관인가?’가 됩니다.

이 주관과 유관 부서들이 각각의 주요 위기 유형과 연결되어야 일단 기본 대응 체계가 정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품질 위기’의 경우 주관이 품질관리부서가 되고, 유관에는 법무 및 대관부서, 홍보부서, 마케팅부서, 영업부서, 고객관리부서가 되곤 합니다. 일부에서는 재무부서도 유관이 됩니다. 이는 회사의 특성에 따라 정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연결 체계가 정해지면, 그 다음 그들끼리 모여 ‘품질 위기’에 대하여 머리를 맞대고 실제 발생 유형들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각각의 유형별 발생 가능성과 위해도를 산정해서 세부 유형별 우선순위를 정하게 되지요. 이 정도 되면 ‘이물질 발견’ 유형이 가장 가능성과 위해성이 높다고 정리되곤 하지요.

그 다음은 ‘이물질 발견’ 상황을 어떻게 관리할지 주관과 유관 부서들이 플랜을 짜는 것입니다. 누가 감지할 수 있을까? 누가 보고하고 분석해야 하는가? 의사 결정을 위해 주관과 유관은 어떤 자료를 마련해야 하는가? 의사 결정을 위해 소집되어야 하는 위기관리위원회 멤버들은 누구인가? 어떤 사항을 고려해 의사 결정해야 하는가? 주관과 유관팀 외에 타 부서들은 어떤 실행들을 함께 나누어 진행해야 하는가?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실행 관제는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위기관리위원회에 어떻게 상황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지속적인 의사 결정을 이끌어내야 하는가? 어떤 상황이 되면 해당 위기상황이 종료되었다 판단할 수 있는가? 이런 세부적 대응안을 주관과 유관 부서들이 함께 만듭니다. 이렇게 완성되면 이 회사는 ‘품질 위기 중 이물질 발견 상황에 대한 상황관리 매뉴얼이 완성되었다’고 말합니다.

그 다음은 ‘이물질 발견’ 상황에 따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만드는 단계입니다. 이 또한 주관과 유관 부서가 함께 만듭니다. 대신 이전의 상황 관리 중심적 플랜을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플랜이 필요합니다. 이물질 발견 상황을 들여다보고 누가 주요 이해관계자인지를 먼저 리스트업 합니다. 이물질 발견 고객, 식약처, 경찰, 언론, 판매 거래처, 일반 고객, 직원 등으로 이해관계자가 파악되면 이를 주관과 유관 부서의 기능별로 나누어 연결해 봅니다. 고객은 고객관리부서, 식약처와 경찰은 법무 및 대관부서, 언론과 직원은 홍보부서, 판매거래처는 영업부서, 일반 고객은 마케팅부서. 이런 식으로 나누어지겠죠.

그 다음엔 각 이해관계자 담당 부서가 상대 이해관계자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할 것인가를 플래닝 합니다. 여기서도 ‘우리 부서 내 누가’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할 것인지. 전화, 면대면, 이메일, 공문, 광고, SNS, 보도자료 등 어떤 채널을 활용할 것인지. 어떤 핵심 메시지와 근거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할 것인지 등을 설계합니다. 전사적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주관 부서는 홍보부서가 되곤 합니다.

이 홍보부서는 ‘이물질 발견’ 상황이 발생하면 각 주관 및 유관 부서들이 연결된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지원하고, 이를 전사적으로 스케줄링해 선후와 범위를 정해줍니다. 오케스트레이트(Orchestrate)라고 하죠. 질문에서 등장한 것은 이 많은 부분이 빠진 홍보실 자체의 언론 커뮤니케이션 매뉴얼 몇 페이지인 듯합니다. 물론 그 매뉴얼은 전사적 위기관리 매뉴얼이 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