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자들은 다변화된 주거문화와 인구 구조 변화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아파트의 효자 노릇을 대신할 수 있는 주거 상품은 무엇일까? 수도권 외곽지역의 아파트 시대는 끝났다. 과거 하루에 몇 천만원씩 오르며 효자 노릇을 해주던 아파트 시대는 앞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유럽 사람들에게 아파트는 영세민용으로 인식되어 있듯 우리나라도 주택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이미 투자 중심에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됐고, 저출산 등으로 아파트 수요 인구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주택보급률 100%를 넘어섰다. 그리고 그동안 부동산 재테크에서 짭짤한 시세차익을 가져다줬던 효자 노릇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일반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현대인들의 달라진 생활패턴도 큰 원인이다. 주 5일 근무제와 주 5일 수업제 등으로 시간적 여유도 많아졌고, 생활 수준도 매우 높아져 건강(웰빙)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앞으로는 시끌벅적한 도심생활보다는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여행을 온 듯한, 365일 자연과 벗 삼아 살 수 있는 주택 문화가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앞으로 부동산 투자자들은 다변화된 주거문화와 인구 구조 변화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봐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아파트의 효자 노릇을 대신해줄 주거 상품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본다.

마당 있는 아파트, 테라스하우스

땅의 기운을 받아 몸을 건강하게 한다. 그리고 바람은 원활히 통하게 흘려보내고 햇볕은 받아들여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했던 ‘한옥’의 지혜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획일적인 아파트의 주거 문화와 일부 부유층이라는 타운하우스의 수요층 한계를 넘은 ‘테라스하우스’. 그 뜨거운 몸부림이 주택 문화를 뒤흔들고 있다.

테라스하우스의 장점은 단독주택에서만 누릴 수 있는 앞마당을 아파트에서도 가질 수 있다는 것. 대다수 입주자는 테라스를 ‘나만의 정원’으로 꾸미거나 바비큐를 구워 먹고 차를 마시는 파티 공간으로 활용한다. 특히 테라스하우스는 타운하우스가 놓쳤던 몇몇 문제점을 철저히 보완된 주거 형태다. 타운하우스가 평면적인 개념이라면 테라스하우스는 공간적인 개념이다. 아래층 세대의 지붕을 테라스 공간으로 활용해 화단이나 정원을 만들어 놓은 공동주택이지만, 단독주택의 마당을 소유한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이라면 테라스를 넓게 쓴다는 것이다. 유별스럽게도 감성적인 한국 사람들에게는 마당과 넓은 테라스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특히 테라스가 분양 면적이 아닌 서비스 면적에 포함된다. 최근에 분양한 테라스하우스는 도심과 가까운 곳에서 분양하고 있어 생활 편리성도 큰 몫을 해 결과도 좋았다.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한 ‘위례 자이’ 아파트(451가구)의 테라스하우스는 이른바 청약 대박을 터뜨렸다. 발코니 대신 테라스가 설치된 24가구(전용 면적 121~131㎡)에 2311명이 신청해 평균 96.3대 1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서울 강남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모든 주택형을 테라스하우스로 꾸민 ‘강남 효성해링턴 코트’도 마찬가지였다. 총 175가구 모집에 7956명이 몰려 평균 45대 1의 청약률을 기록한 것.

타운하우스는 수요자들의 외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테라스하우스가 수요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뭘까. 이들의 공통적인 면이 있다. 뛰어난 입지, 저렴한 분양가, 수요자들의 선호 주택형 등 수요자들의 입맛에 맞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테라스하우스의 주택 크기는 실속형으로 중소형 위주로 인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그동안 타운하우스는 초대형으로만 분양이 돼 수요층 한계를 넘지 못했다. 즉 일부 부유층이라는 수요층 타깃으로 진행이 됐기 때문에 분양률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파트의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 생활은 이끌어가면서 단독주택에서 즐길 수 있는 마당, 즉 땅과 가까이 살 수 있는 테라스하우스의 인기는 앞으로 10년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거와 임대수익을 동시에 ‘상가 주택’

앞으로 미래를 이끌 주거 문화로 1순위를 꼽자면 ‘상가 주택’이다. 은퇴자들의 최대 고민인 주거와 임대수익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8일 위례신도시 내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 45필지에 대한 청약 신청에 무려 1만7531여 명의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이 가운데 2104-1 필지는 2746대 1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 분양 경쟁률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평균 경쟁률도 390대 1에 달했다.

위례 점포 겸용 주택에 돈이 몰린 것은 입지적인 이유도 있다. 하지만 크게는 제도적인 부분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은퇴 베이비부머의 지속적인 증가가 바로 그것. 총 7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 은퇴가 2010년부터 수년째 본격화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해마다 베이비부머 30만~40만명이 직장을 떠나고 있고, 경기침체로 실적이 나빠진 주요 대기업들이 계속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어서 앞으로도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하는 중장년층은 해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은퇴자를 유형별로 보면 자본형 은퇴와 비자본형 은퇴로 갈리는 현상을 보이는데, 최근 자영업 창업 증가 원인의 하나로 베이비부머의 창업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주로 비자본형 은퇴자들이 큰 자금이 필요한 부동산 임대에 뛰어들지 못하고 창업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베이비부머 은퇴자 중 비교적 자본형 은퇴자에 속하는 사람들은 10억원이 훌쩍 넘는 중대형 아파트와 유동성 현금을 보유하기보다는, 주택 부분을 다운사이징하고 유동성 자금을 더해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노후자금 설계를 하거나 주거의 안정과 노후생활자금 확보를 할 수 있는 점포 겸용 주택 투자에 합세하고 있다.

실속형 ‘도심 전원주택’

전원주택 시장을 찾는 수요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 ‘양호한 입지’와 ‘저렴한 분양가’를 갖춘 도심형 전원주택이 속속 개발되는 것. 전원주택(단독주택)의 이 같은 인기는 부동산 침체로 인한 아파트의 담보가치 하락과도 연결된다. 그동안 아파트는 부동산에서 시세차익을 얻어 주는 최고의 상품이었지만, 그 가치가 하락한 만큼 굳이 아파트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실제 2014년 4월 초 국토연구원이 국민 1590명을 대상으로 현재 및 미래(30년 뒤) 거주 희망 주택을 설문조사한 결과 현재 아파트에 거주하겠다는 응답자는 64.1%, 단독주택은 14.7%에 조사됐다. 하지만 30년 후 미래에도 계속 아파트에 거주하겠다는 의사는 28.7%로 낮아졌다. 반면 단독주택은 41%로 증가했고, 타운하우스 및 테라스하우스에 살겠다는 응답은 0.4%에서 15.8%로 높아졌다.

침체된 부동산 경기 탓에 대지 지분이 적은 아파트 시세는 떨어지고 있지만 땅 지분이 많은 단독주택 가격은 오를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투자수요로 매입을 고려하는 문의도 적지 않다. 도심 전원주택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위치다. 과거에는 친환경만 고집해 수도권 외곽에 단독주택이 지어졌다면, 이제는 도심형 단독주택이어야 한다. 도심형 단독주택단지인 만큼 학군, 교통은 물론 쇼핑시설 같은 도심에서나 누릴 수 있는 생활 인프라 이용이 편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