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어제까지도 몰랐던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다. 우주인이 우주정거장에서 상추를 키워 먹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임신한 산모가 요오드를 섭취하면 갑상선 호르몬이 생겨, 태아의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어 태아가 좀 더 영리해진다는 실험 결과도 들었다. 로봇 골격을 3D 프린팅 부품으로 조립하고 골격 속으로 유압회로를 구성해서 로봇의 힘을 강화하는 방법이 새롭게 활용된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안성 인터체인지 부근에 교통 정체가 심하면 얼마 후에 양재동과 사당동 사거리에서 정체가 발생하는지 알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가 직접 사람들의 스마트폰에 뜨면서 교통경찰관들, 수의사들, 시설 담당자들의 전문성이 높아지고 자신 있게 모든 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고객들, 직원들, 시민들, 환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각자에게 알맞게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정보를 서비스하게 될지 우리는 곧 알게 된다. 세상은 계속해서 새롭게 등장한 기술들로 인해 바뀌고 있으며 데이터와 인공지능에 의해 새롭게 응용되고 있다. 지식은 인터넷 클라우드에서 재생산되고, 일부는 컴퓨터 코드로 작성된다. 모든 사람과 사물이 매일같이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에는 한계가 있다

알고리즘이 세상이 등장하면서부터 사람의 판단이 절대적 권위를 갖는 일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인간의 두뇌 역할이 사라진 건 아니다. 미국의 샌디아 국립연구소는 최근 인공지능 신경망이나 기계학습 모델로 인간의 두뇌를 대체하려는 생각을 포기했다. 인간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은 굳이 자동지능으로 대체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인간과 기계의 데이터 시스템이 힘을 합치면 오히려 더욱 성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계에 사람 수준의 지능을 부여하는 방법보다 인간의 능력을 증강하는 방법이 훨씬 쉽다. 인간의 두뇌는 넘쳐나는 데이터를 하나하나 다루기는 힘들지만 패턴 인식능력은 빼어나다. 인간은 소음 속에서도 미약한 신호를 찾아내는 재주가 있다. 왁자지껄한 파티에서도 한 사람의 목소리를 구분해낸다. 적진을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탱크와 대포 은닉처를 순간적으로 쉽게 찾아낸다. 컴퓨터는 인간의 이런 감각적 재능을 아직 흉내 내지 못한다. 본능적인 인간의 감각이 작동원리를 정확히 서술하기도 힘들다. 두뇌 속에서 무슨 일이 진행됐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니 코딩하기가 힘들다.

아이비엠은 별도로 코딩하지 않고도 컴퓨터가 사람처럼 인지능력을 갖게 하려고 많은 연구를 해왔다. 아이비엠이 개발한 인공지능 왓슨은 문장을 읽고 자연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문제를 분석할 때 가정을 설정하고 이를 논박하거나 지탱하는 증거들을 모아서 설명하는 능력도 있다. 하지만 왓슨은 자신의 판단이 옳은지 틀린지를 알지 못한다. 사람이 왓슨의 결론을 평가해주면 그 결과를 반복해서 학습할 뿐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시간이 갈수록 왓슨은 똑똑한 판단을 내리고 있으며 이젠 인간이 미처 생각지 못한 우수한 판단도 제시하고 있다. 왓슨은 지금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능력을 증강한다

아이비엠은 오래전부터 왓슨을 암 전문가로 훈련해왔다. 왓슨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세상에 존재하는 방대한 의료 정보를 수집하고 암 환자들의 질병 종류, 유전 데이터, 영상 이미지, 증상들 그리고 치료 경과를 분류하여 개인별 맞춤 치료법을 찾아내고자 했다. 이런 시도는 훌륭한 의사가 있는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의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다. 병에 걸리면 모두가 최고의 의술을 지닌 의사에게 진찰받고 싶어 한다. 만약 왓슨이 정확한 판단 기준만 제공해준다면 전문가를 찾아 여기저기 병원을 기웃거리지 않아도 된다. 왓슨은 빠른 속도로 의료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여러 가지 상충하는 목표가 있더라도 사용자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변환해 서로 대비되는 방법들의 장단점을 비교해 준다. 사람이 예전에 혼자 처리하던 방식보다 판단 자료가 다양해졌고, 일이 줄었다기보다 일의 깊이가 더 심오해졌다고 표현함이 맞다. 일은 심오해졌는데 처리 시간은 오히려 단축됐다. 의사의 능력이 증강된 효과다.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보다 우수한 점은 편견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인간의 지능이 기계 지능에 앞선다고 믿는 점은 창의적 발상 능력 때문이다. 한 가지 사물을 관찰할 때 항상 똑같은 시각으로 관찰하지 않고, 좀 지루해지면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바꿔버린다. 기계는 사람의 이런 변덕스런 취향을 무시하고 원칙적인 판단만을 반복한다. 어떤 지능이 더 우수한지는 응용 분야별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완고한 인공지능의 분석 능력은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데 치명적인 약점을 지닌다. 세상은 계속해서 변하는 데 비해 한 가지 원칙만으로 모든 경우를 수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이비엠이 개발한 인공지능 왓슨은 반드시 두세 가지 해답을 동시에 제시하며, 마지막 선택은 장단점의 비중을 고려한 인간이 정한다.

미래 일자리를 찾는 법

문제는 이 세상에는 단순한 일도 많다는 점이다. 굳이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기계나 소프트웨어가 척척 알아서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이 의외로 많다. 화이트 컬러냐, 블루 컬러냐는 중요치 않다. 인간의 증강된 업무 처리 능력이 필요 없다면 그 일자리는 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인간들은 기계보다 월등해지기 위해 업무 처리 능력을 증강하고, 심오하고 높은 업무 성과를 내서 상대적 경쟁력을 높여간다. 어느 순간에 모든 경쟁 상대들이 증강된 인간의 업무 성과로 서로 경합하게 된다. 업무가 훨씬 복잡해지고 심오해져서 컴퓨터의 코딩이나 단순 학습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업무로 발전해 간다. 미래의 일자리 환경은 차라리 지식 노동자와 컴퓨터나 로봇이 파트너가 되는 경우에 더 높은 차원의 창의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발전해 간다.

미래 노동자는 컴퓨터보다 좀 더 큰 그림으로 생각하고 높은 수준의 추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수준에 오르려면 많은 경험을 체득해야 하고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세상이 어떤 식으로 변해 가는지 눈치 빠르게 알아차려야만 한다. 조직 내에선 정보통이어야 하고 항상 혁신활동과 정책적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핵심 일원이어야 한다. 이런 업무는 주로 기획통들이 한다.

기획통 같이 폭넓은 사고를 할 기회가 없다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을 맡아야 한다. 사람들 간에 일을 조정하거나 사람들의 지혜를 모으는 일을 찾아야 한다. 아니면 사람들의 불편을 들어주는 카운슬러가 되면 좋다.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일을 찾아내야 한다. 예를 들면 환자들을 보살피는 요양 업무 같은 경우다. 고객을 접대하는 일이나 동료들을 접대하거나 고용주를 모시는 일도 좋다. 이런 일들은 부지런해야 빛이 난다. 진정성으로 모든 사람들을 대하면 못할 일이 없다. 아예 컴퓨터를 정복하는 방법도 있다. 컴퓨터나 로봇의 오작동을 가려내고 수정하는 일이나 이들을 수리하는 영선 업무도 안전하다. 자동설비는 항상 새로운 업무에 맞게 알고리즘을 계속 수정해 줘야 한다. 사람들은 이런 업무를 하려면 STEM(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을 전공하라고 권한다.

어느 영역이나 심오하게 전문적인 업무는 컴퓨터가 침투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지식만 깊어서는 안 되고 실제로 몸소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학자라면 실험을 잘해서 새로운 진리를 찾아내야 하고, 예술가라면 심금을 울릴 만큼 감동적이어야 한다. 스포츠 선수라면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재주를 뽐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특별나지 않다면 일반인과 차별화되지 못한다. 웬만한 재주는 일반인도 컴퓨터의 도움을 받으면 즐길 수 있는 수준은 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받지만 시대를 항상 앞서가는 기술을 개발하는 방법도 있다. 차세대 컴퓨터를 만들거나 로봇 또는 인공지능을 직접 만들어내는 일을 하면 된다. 컴퓨터 과학이나 인공지능 분야에 강력한 재주가 있는 경우다. 시뮬레이션, 알고리즘, 기계학습, 수학적 모델링, 회로설계, 동적제어 등 수많은 공학적 전문 영역이 있다.

이 세상엔 이루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전문 영역들이 존재한다. 이런 모든 영역에서 스스로 업무 능력을 증강하려면 위에 열거한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업무 능력이 증강되려면 기계와 힘을 합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좋은 소프트웨어를 발굴하고 직접 익히는 일이다. 항상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바로 경쟁력이다.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점을 믿어야 한다. 앞으로의 사회는 원가절감보다 혁신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고집은 버리고 혁신에 몸을 던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