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 LIFE&PEOPLE > 스포츠
‘구렁이의 전설’ 세인트포

제주 세인트포골프장(사진) 부근에는 구렁이와 얽힌 전설이 내려온다.
골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만장굴이 있는데 그 중간에 굴이 하나 또 있다.

길이 700m가량으로 입구는 뱀의 머리처럼 크게 벌어져 있고, 내부 깊숙이 들어갈수록 점점 가늘어진다. 굴의 모양 역시 S자여서 영락없는 뱀의 형상이다. 지명을 따 ‘김녕사굴’이라 한다. 바로 이 굴에 거대한 구렁이가 살았다는 전설이다.

이 뱀은 매년 음식을 마련하고 15세 처녀를 제물로 바치지 않으면 마을에 나와 농사를 망쳐놓곤 했다. 조선 중종 10년 새로 부임한 서련이라는 제주 판관은 이 이야기를 듣고 뱀을 퇴치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무당이 굿을 하는 동안 군졸들을 거느리고 굴 주위에 매복해 있다가 뱀이 나와 제물을 먹고 처녀까지 삼키려는 찰나에 창검으로 뱀을 찔러 죽였다.

이 광경을 본 무당이 아연실색하더니 서 판관에게 어서 빨리 말을 몰아 성 안으로 피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뒤를 돌아봐선 안 된다”고 단단히 일렀다. 서 판관이 무사히 성 동문 밖까지 이르렀을 때 쫓아오던 군졸 한 사람이 외쳤다. “뒤에 피비(血雨)가 옵니다.”

서 판관은 “무슨 피비가 오느냐”면서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한 줄기 붉은 빛이 서 판관의 등을 비추었다. 서 판관은 이후 알 수 없는 병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곧 죽고 말았다. 뱀이 죽으면서 그 피가 하늘로 올라가 복수를 한 것이다.

뱀은 체온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변온동물이다. 겨울에는 따뜻한 굴 속에서 동면을 취한다. 신령한 구렁이가 터를 잡았던 김녕은 특히 제주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평균 온도가 높은 곳이다. 반대로 여름에는 선선하다. 바다가 인접해 있는 데다가 용암 동굴지형의 특징이라는 과학적인 근거도 있다.

제주 방언으로 ‘빌레’ 즉, 버려진 땅이었던 이곳을 김정욱 세인트포골프장 대표가 한눈에 알아보고 대규모 리조트 단지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 36홀 코스가 완성됐고, 빌라 단지도 조성됐다. 최근에는 골프장 안에 온천까지 솟아나 라운드 후 피로를 풀기에도 그만이다.

골프장 옆에는 드라마 〈태왕사신기〉 세트장이 남아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옛날 환웅이 인간을 이롭게 하고자 바람의 신 풍백, 구름의 신 운사, 비의 신 우사를 거느리고 땅을 찾았듯이 세인트포골프장도 사람을 즐겁게 하고자 하늘과 바다와 숲을 신성시한다. 네 가지의 신성함이라는 이름도 여기서 출발했다.

아시아경제신문 김세영 기자(freegolf@asiae.co.kr)


이코노믹리뷰  |  econo@econovill.com  |  승인 2009.03.24  14:40:09
이코노믹리뷰의 다른기사 보기

[태그]

#골프, #제주, #세인트포골프장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여백
여백
전문가 칼럼
동영상
PREV NEXT
여백
포토뉴스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