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 서비스 전성시대다. 이제 기술의 발전으로 모든 것을 대행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지금까지 특정 영역에서만 이뤄지던, 혹은 전문적인 영역에서만 행해지던 다양한 대행 서비스가 봇물처럼 등장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O2O의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이는 필연적인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되기는 하지만 ‘공유하는 경제’로 온디맨드(On Demand)를 모두 품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성공과 실패의 간극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감행하는 온디맨드의 민낯에 집중해 보자.

온디맨드 전성시대

온디맨드와 대행은 엄밀한 의미에서 동일하지 않다. 하지만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사용자 경험의 극대화를 원하는 수요가 급증하며 자연스럽게 온디맨드가 다양한 가면을 쓰고 나타나는 분위기다. 대부분 중개업자의 흐름을 타고 있다는 부분도 새롭다. 결국 플랫폼 사업자라는 뜻이다.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택시는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전면에 내걸고 전체 플랫폼을 장악하는 단계에서 온디맨드 존재감을 떨치고 있다. 기본적인 인프라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택시를 잡아야 하는 일을 대신하는 사업’에 나섰다는 뜻이다. 의미심장한 성공이다. 카카오톡의 포털화를 추구하는 다음카카오의 전체적인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공유경제의 대표주자로 여겨지는 우버도 있다. 우버엑스 영업은 국내 이해관계자의 강력한 반발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지만, 온디맨드를 접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막강한 투자유치를 끌어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에어비앤비도 숙박을 중심으로 ‘공간의 문화’를 대신 구입해 판매하는 일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을 진정한 공유경제의 틀에 올려야 하느냐는 의문도 있지만, 일단은 ‘온디맨드’다.

자동차 영역에서는 온디맨드가 특히 많다. 우버를 비롯해 다음카카오도 마찬가지지만, 교통이라는 기본적인 인프라와 사용자 경험의 확대라는 접점이 만났기 때문이다. 결국 생활밀착형 프레임이다. ‘대한민국 모바일 어워드 2015’ 7월의 우수 모바일 상을 수상한 솔버도 있다. 솔버는 주차가 어려운 지역에서 주차 대행 서비스를 지원해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초행길이라 주차장을 찾지 못하는 사람은 솔버를 통해 전문적인 주차 베테랑을 요청할 수 있고, 볼일을 마치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 차를 가져오도록 할 수 있다. ‘찾아오는 주차장’을 표방하는 솔버는 틈새시장과, 실제적이지만 소소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만나 창출된 대표적인 사례다. 상반기 시범 서비스를 거쳐 6월 말 본격 서비스에 돌입한 후 지금까지 누적 호출 수는 1000여건에 달한다. 최근 하루 평균 최대 40건의 호출이 들어온다는 설명이다.

‘찾아오는 세차 서비스’도 있다. 아직 완벽한 설립은 아니지만 인스타워시가 그 주인공이다. 쟁쟁한 경쟁자를 누르고 특화된 서비스로 시장을 장악하려는 기세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주차장을 찾는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온디맨드 서비스, 파크히어와 모두의 주차장이 있으며 자동차 정비에서는 카닥도 눈길을 끈다. 카닥은 스마트폰으로 차량 파손부위를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면 근처 정비소의 견적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

운전기사를 제공하는 콜킴도 눈길을 끈다. 오는 9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할 예정이며, 말 그대로 원하는 장소와 원하는 시간에 운전기사를 보내주는 일을 실시할 예정이다. 연극배우와 같이 스케줄이 불확실한 인물들을 대거 모집해 탄력적인 운영을 예고하고 있으며, 굳이 돈이 아니라 인적 네트워크를 쌓고 운전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을 기사로 영입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여기에 가사 업무를 제공하는, 일명 주부 대행 앱이라 불리며 푸드매니저를 양성하는 홈스토리도 있고 세탁 대행업체인 크린스바켓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의 식재료를 재공하며 아예 코스트코 구매 대행만 전담하는 코바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배달의 민족 등 배달 앱 업계는 가장 성공한 온디맨드 사업으로 분류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강력해진다. 문어발 사업 확장으로 유명한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페인트 칠 및 소소한 집수리를 대행하는 인력 용역 대행 서비스를 발표하기도 했으며 신선제품 대행을 실시하는 아마존 프레쉬도 그 영향력을 늘리고 있다. 개인 요리사와 가정을 연결해 주는 중국의 하오추스도 비슷한 사업을 실시한다. 국내의 홈스토리와 비슷하다.

스타트업, 생활밀착형, O2O, 프로모션, 연결, 특화, 파생력

다음카카오의 경우 모바일 메신저를 중심으로 자신의 강점을 가감 없이 발휘한 사례고, 아마존은 막강한 유통 플랫폼을 바탕으로 무한확장의 식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외 온디맨드 서비스의 경우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경향이 강하다. 아직 온디맨드 서비스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고, 아이디어와 실행력만 있으면 단번에 무주공산을 휘어잡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연한 말이지만 온디맨드 서비스는 ‘편리함’에 방점을 찍은 정체성을 바탕으로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수렴되는 분위기다. 자동차와 같은 기본적인 인프라를 비롯해 가사 지원, 요리 등 우리가 소소하게 마주치는 분야가 온디맨드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여기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O2O가 기술적 기능으로 탑재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사용자 경험이 확장되며 ‘대행’해주는 서비스가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공유경제와 비슷하다.

시장이 아직 열리지 않아서일까. 프로모션을 앞세워 무료 서비스로 추진되는 경향(이용자 무료가 아님)도 강하다. 수수료가 없는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택시가 대표적이며 그 외 다양한 온디맨드 사업자들은 대부분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고 있다. 이용자가 기회비용을 따져 대행할 결심이 섰을 경우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선을 넘지 않는 서비스가 대부분이다. 생소한 분야인 데다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수고로움’에 대한 반작용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극히 자연스럽지만 중간사업자야말로 온디맨드의 정체성이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 특화된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점도 중요하며, 이를 통한 파생 서비스를 창조해 서비스의 품질을 끌어 올리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대목도 공통점이다. 홈스토리는 푸드매니저를 통해 기본적인 가사 업무 외 다양한 관련 서비스를 타진할 수 있고 카닥은 기존 정비 인프라와 연결될 소지도 있다. 자동차 관련 온디맨드 서비스는 빅데이터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결론적으로 온디맨드는 새롭고 특화된 시장, 그리고 지금까지 경제적 효과로 창출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영역의 ‘발견’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부정적인 지적도 많지만 어차피 판은 벌어졌다. 이제 온디맨드는 새로운 사업으로 발전할 기회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