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옥 통합바이러스연구회 회장.

어린 아이가 첫 걸음마를 떼는 순간, 부모들은 세상에 자기 아이만 걸을 줄 아는 것으로 착각하여 흥분하는 일을 흔히 볼 수 있다. 게다가 8개월을 지나 9개월도 안 되어 걸었다며 대단히 자랑하기도 한다. 반면 어떤 아이는 돌이 훨씬 지났는데도 걸을 생각을 안 한다며 울상을 지으며 혹시 지체부자유(肢體不自由)는 아니냐고 걱정하는 부모도 있다.

이처럼 어린 아이라 할지라도 태어나면서 본성이 급하고 자율신경 가운데 교감신경, 그리고 운동신경의 발달이 빠른 체질이 있고, 느긋하고 부교감신경의 우위인 체질이 있다. 이것을 양(陽) 체질 혹은 음(陰) 체질로 보면 간단하다.

문제는 양 체질 중 소양인은 성질이 급하고 머리 회전이 빨라 잠시도 조용히 있지 못하고 산만하며, 감정의 변화가 심하고 소근육 운동이 떨어진다. 집중력이 떨어지며 충동적이다. 이것은 체내의 열이 많기 때문인데, 열을 식히기 위해 좁은 방 안에만 머물러 있으면 답답하고 조급증이 난다. 따라서 냉장고를 수시로 열어보며 시원한 물이나 음료수나 빙과류를 찾게 된다. 또한 집중력이 부족하여 물건을 잘 잃어버리고, 기억력이 저하된 상태에 있다. 읽기, 쓰기, 셈하기 등 학습능력이 떨어지며, 말로 어떤 상황을 표현하기도 전에 이미 다른 생각에 빠지니 말도 빠르고 심지어 더듬을 때도 있어 언어능력도 떨어진다.

이런 증세는 뱃속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 장애를 지닌 아동은 예민하고 쉽게 자극을 받으며, 울고 좀처럼 그치지 않고 심지어 너무 울어 뇌에 산소가 부족하여 얼굴이 시퍼렇게 되며 기절하기도 한다. 잠도 잘 안 자는 등 유아기 때부터 키우기 힘들다고 한다. 시장에 데리고 가면 잠시 눈을 떼는 순간 지나가는 오토바이에 부딪히거나 길을 잃으며, 학교에서는 정상아보다 활동의 절제가 부족하면서 또한 남의 일에 참견도 잘한다. 또한 쉽게 화를 내고, 충동적이고 감정도 불안정하면서 기분 변화가 심하며,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아이를 흔히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우리말로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注意力缺乏過多行動障碍)’라고 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 빠른 판단력과 순발력, 그리고 발달된 운동신경을 이용해 운동선수나 군인 또는 코미디언, 사회자, 연예인, 화가 등으로 적성을 잘 찾아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소양인은 다정다감하여 온갖 경조사를 챙기며 봉사활동에 솔선수범하지만 남이 해 놓은 일이 마음에 안 든다고 전부 다시 뒤집는 일이 다반사이며, ‘요령쟁이’라서 어려운 일도 쉽게 해낸다. 하지만 성격이 급해서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대로 이 일 저 일 실행에 옮기다 보면,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문제점에 봉착하여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있다. 결국 실속이 없다. 더욱이 남에게 퍼주기를 좋아하여 남에게 선물 챙겨주기를 좋아 하며, 음식점에 가면 제일 먼저 지갑을 꺼내어 체면을 세우는 일도 많은 한마디로 ‘기분파’다. ‘버럭 성질’을 잘 내지만 뒤끝은 없다. 또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는 없이 앞만 바라보고 간다. 항상 정의감에 불타서 주위에서 잘못되는 것을 보면 입바른 소리를 하고 선동하며, 또 지저분한 것은 못 보고 깨끗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이렇게 순발력은 좋지만 경솔하고 지구력이 떨어져 마무리를 못 하고 손해를 보는 일이 많다. 따라서 자신이 할 수는 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는 체념을 배워야 한다. 하룻밤 사이에도 만리장성을 쌓았다 허물었다 하는 번민이 많을 수 있다. 그러나 어느 것이 중요한 것인지, 어느 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인지를 분별하며 득과 실을 신중하게 고민하여 결정할 줄 알아야 실수를 하지 않는다.

어른은 분별력이 있고 자제력을 갖게 되지만 ADHD로 장애를 지닌 아동의 75% 정도는 지속적으로 공격성, 분노, 적대감, 반항 등 행동 문제를 일으킨다. 학교적응 장애를 잘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적성과 개성을 잘 유도하여, 원만한 인격을 갖추도록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인내를 가지고 잘 이끌어 주어야 한다. 만약에 학교 선생님에게 문제아로 취급되는 경우에는 교우 관계에서 좌절을 겪으면서 반사회적 행동, 자기비하 행동 등을 보일 수 있다.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순간적인 상황논리에 익숙해지면 작은 거짓말로 사람을 속이는 잡범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과장된 생각과 행동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 많아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며, 여성의 경우 액세서리로 치장하는 것을 즐기며 시각적인 유혹에 약해 화려해 보이고 튀는 패션을 좋아해 먹는 것은 아껴도 비싼 옷을 걸치려 한다.

대인관계에서도 조그만 능력이라도 대단한 능력을 지닌 사람으로 부풀려 주위 사람들을 끌어들여 돋보이려고 하는 특징이 있다. 이런 소양인 남자들은 정력이 넘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이 여자 저 여자를 주위에 두고 마치 ‘돈 후안’ 같은 바람둥이로 보이기를 원한다. 여기에 ‘음허화동(陰虛火動)’ 증상이 같이 있는 경우에는 자신의 소모성 질환이 성행위 때문에 지나치게 체력 소모를 일으켜 체력이 고갈된다는 것을 모르고, 배우자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머릿속에서 스와핑을 꿈꾸며 실행하기도 하는 성욕과다자로 성범죄를 서슴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소양인은 늘 자신을 반성하며 머릿속에서부터 체념을 미덕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