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없는 대출’, ‘무이자, 당일 대출’

전화번호가 대체 어디에서 뚫렸는지 모겠지만, 하루에도 수도 없이 울려 대는 대출 광고에 지친 이들에게 오늘 진짜 ‘무이자 대출’을 하는 단체를 소개하려 한다. 개발도상국의 소규모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수수료와 이자가 없는 자선 대출 사업을 하는 사회적 기업, 키바(Kiva).

키바는 온라인 P2P (Person to Person) 마이크로파이낸스 회사로 개인 간의 무담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키바의 시스템은 기부자 직접 온라인에서 돈을 빌려줄 사람을 선택하여 일정액을 투자하는 것이다. 큰돈도 필요 없다. 단돈 25달러면 된다. 이 돈은 고스란히 대출자에게 전달된다. 대출자는 투자한 돈이 각 비즈니스상에서 어떻게 쓰이고 현지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온라인상에서 올려둔다. 그리고 일정 기간 내에 돈을 갚으면 기부자는 처음 냈던 25달러를 돌려받는다. 대신 이자는 없다. 기부자는 돌아온 그 돈을 뺄지 아니면 다시 또 투자할지 결정할 수 있다.

투자금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고스란히 대출자에게 전달되고 또다시 후원자에게 돌아가면 키바는 도대체 어떻게 운영되는 건지 궁금해진다. 비법은 ‘팁 시스템’이다. 돈이 회수 되면 투자자들은 그 돈을 인출하거나 다시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는데, 이때 ‘키바’에게 팁으로 기부할 것인지 슬쩍 물어보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팁을 주는 쪽을 선택한다. 시스템에 대한 신뢰 덕분이다. 더 놀라운 것은 키바의 대출 상환율은 99%에 이른다는 것이다. 세계 어떤 은행보다 높은 상환율이다.

키바를 설립한 제시카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우간다로 갔을 때 현지인들을 보고 “비록 내가 지금 이들을 돕는다고 해도 이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가난을 벗어날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보통은 이런 생각에 머물고 말았겠지만 제시카는 달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했고, ‘사람들의 자립을 도울 수 있도록 사업할 수 있게 사업 자금을 대주면 어떨까?’ 생각했고 그래서 작은 실험에 들어갔다. 우간다에서 만난 양 치는 사람, 염소 키우는 사람 등 7명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놀랍게도 6개월 안에 7명 모두가 원금을 다 갚았고 빌린 자금으로 사업을 확장해 돈을 빌리기 전보다 더 잘 살게 되는 것을 보고 이 시스템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키바가 탄생했다.

키바는 기부자 입장에서 철저히 고민했다. 기부의 첫 번째 허들은 ‘금액’이다. 유명한 사람이 몇 천, 몇 억을 기부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래, 돈 좀 더 벌면 기부해야지’가 보통이다. 그런데 단돈 25달러로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냥 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 돌려받을 수도 있기에 사람들이 쉽게 동참할 수 있다. 실제로 25달러가 상환되었을 때 사람들은 또 다시 투자를 하는 게 보통인데, 평균 8회 이상 투자를 한다고 한다. 또 다른 허들은 ‘단체의 투명성’이다. 이것 역시 ‘팁’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해결했다. 많은 단체들이 기부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 했지만 키바는 영리하게 그것을 이루어낸 것이다.

Insight

제시카의 키바 정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방법이 더 이상 동정어린 시선이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스토리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키바에서 내보내는 것은 굶고 있다거나 병들고 아파한다든가 하는 눈을 샘을 자극하는 이야기 대신 적극적인 생활과 투자 계획을 보여 주며 기부자와 수혜자를 ‘비즈니스 파트너’의 관계로 관점을 전환시킨다. 그 돈을 기반으로 자립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혁신은 이렇게 관점을 전환시키는 것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