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출처=LG경제연구원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버림’의 덕목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오랜기간 고민과 준비 기간을 거쳐야 ‘버림’을 실천할 수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경쟁 업체와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는 논리다.

12일 LG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준비된 기업이 버릴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의 평균 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반면 기업의 수명은 날로 줄고 있다. 맥킨지는 1935년 90년에 달하던 기업의 평균 수명이 1995년 22년으로 단축됐으며 2015년에는 15년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글로벌 1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이 약 30년에 불과하며 이들이 70년간 존속할 확률은 18%에 불과하다는 포브스의 발표 내용과 그 궤를 같이한다.

상황이 이렇자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사업구조 개편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다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고민은 ‘어떤 사업을 버릴 것인가’로 귀결된다.

특히 행동경제학에서는 기업이 무엇인가를 잘 버리지 못하는 습성을 ‘보유효과’로 설명한다. 어떤 대상을 소유한 순간 그 대상에 대한 애착이 생겨 객관적인 가치 판단이 힘들어지는 심리 현상이다. 이미 투자한 것에 대한 미련이 남는 것도 ‘버림’을 가로막는 장벽 중 하나다.

기업들에게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장수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꾸준히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기업과 차별화를 추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흑자사업을 버린 기업도 있고, 주력·모태 사업에서 손을 뗀 업체도 있다.

2015년 4월 GE는 금융 부문을 매각하며 해당 분야의 몸집을 75% 가량 줄였다. 작년 5월 지멘스는 ‘비전 2020’을 발표하며 혁신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1836년 철강업체로 시작한 슈나이더는 전기설비 제조업체를 거쳐 2015년 현재 에너지관리 솔루션 제공업체로 변신했다. 2013년 기준 235억유로 수준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해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 13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버릴 수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추구해야할 미래상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미래상은 자신과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미래 예측을 바탕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버림에 대한 원칙을 일관성있게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 시작해도 이 사업을 할 것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 임지아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용기있는 기업들의 ‘버림’은 외부 환경 대문에 어쩔 수 없이 이뤄지거나 비용 절감 차원 때문에 일어나는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다”라며 “오랜 기간 고민과 준비 끝에 내린 ‘그들의 내일’에 대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어 “버릴 수 있는 용기는 이러한 결론에 대한 확신에서 나온다”며 “‘버림’은 준비된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