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증여세법에서는 배우자에게 증여받은 경우에는 10년간 총합 6억원, 직계존속(直系尊屬)에게 증여받은 경우에는 10년간, 총합이 5000만원까지(미성년자의 경우 2000만원) 증여재산 공제라고 하여 과세되지 않고 있다.

1억원에 주택을 매입한 이명준 씨(가명)는 그 지역 일대가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돼 3년 만에 시가가 4억원까지 뛰었다. 껑충 뛴 집값에 따른 세금 부담을 걱정하던 그는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주택을 아내에게 증여하면 6억원까지 비과세되므로, 시가 4억에 증여해 비과세 혜택을 본 후 그 시가 그대로 제3자에게 매도하는 것이다.

이 씨가 바로 제3자에게 양도하면 매입 당시와 현재 시가의 차익인 3억에 대해 과세돼 약 9000만원이 넘는 세금(지방세 포함)을 내게 되지만, 배우자에게 증여 후 양도하면 증여세의 큰 공제액에 의해 과세되지 않고 양도세도 양도차익이 없게 되므로 아무런 과세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세법은 이명준 씨가 제3자에 양도한 것처럼 배우자에게 증여했다고 신고하더라도, 조세 회피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 조금 다른 계산 특례 규정을 두고 있다.

배우자 직계존비속(直系尊卑屬) 간의 증여재산에 대한 ‘이월과세’에 대해 알아보자. 위의 사례처럼 조세 회피의 우려가 있는 경우를 살펴보고자 한다. 세법에서는 증여일로부터 양도일까지가 5년 이내이며,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에게 증여받은 경우, 그리고 토지·건물·시설물이용권인 경우에 한해 이월과세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이월과세(Carry-Over)’란 배우자에 증여 후 제3자에 양도할 때 증여받은 배우자의 취득가액 대신 증여한 사람 이명준의 취득가액으로 본다. 즉 이 씨의 아내가 제3자에게 양도할 때 이월과세 규정에 따라 차익은 4억-4억이 아닌 4억-1억이 되어 3억에 대해 과세된다.

조금 더 상세한 규정으로 들어가 보자. 앞의 사례는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 경우였으나, 만약 주택의 시가가 6억을 초과하여 증여세가 과세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세법에서는 그 납부한 증여세에 대해서는 필요 경비로 인정하여 양도세 계산 시 공제해주고 있다. 또한 납세 의무자 역시 증여받은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이 되는 게 타당하며 세법 역시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단 두 가지 예외규정이 있다. 첫 번째는 사업인정고시일로부터 소급해 2년 내 배우자, 직계존비속에게 증여받은 경우다. 2년 내라면 일정법률에 따라 협의매수 또는 수용될 것을 모르고 증여받았다고 보고 조세 회피로는 보지 않아서 이월과세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1세대 1주택 비과세 규정을 적용하는 양도의 경우, 본인의 취득일이 증여받은 배우자의 취득일보다 이전이므로 오히려 이월과세 규정이 양도소득세를 회피하는 규정이 되고 마는 사례가 있었다. 그래서 1세대 1주택 비과세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증여받은 날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과세하도록 되어 있다.

이와 비슷한 양도소득세 특례 규정이 있다. 이명준 씨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이순자 씨(가명)에게 취득가액이 3000만원이고 공시지가 8000만원의 3년간 보유한 사업용 토지를 증여하게 되었다. 몇 개월 뒤 이순자 씨는 제3자에게 해당 토지를 1억2000만원에 양도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세법에서는 증여 후 양도 행위의 부인 규정을 두고 있다. 거주자가 특수관계인에게(이월과세 규정을 적용받는 경우는 제외) 자산을 증여한 후, 그 자산을 증여받는 자가 그 증여일로부터 5년 이내에 다시 타인에게 양도한 경우로써, 증여받은 자의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를 합한 세액이 증여자가 직접 양도하는 경우의 양도소득세보다 적은 경우에는, 그 자산을 직접 양도한 것으로 본다. 즉 해당 증여세는 750만원이며, 증여받은 자산을 이순자 씨가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의 양도세는 210여만원이 나온다. 직접 양도한 경우에는 1370여만원이 나오므로 직접 양도한 것으로 보고 1370만원이 과세된다.

이월과세 부분과 다른 점으로 보자면 증여자와 수증자와의 관계가 특수관계인이면 가능하고 적용 대상 자산이 토지 건물 시설물이용권일 필요도 없다. 납세의무자는 증여 자체를 부인하는 규정이므로 당초에 증여한 이명준 씨가 납세의무자가 되며, 추가적으로 수증자 이순자 씨는 연대 납세의무자가 된다. 당초에 부과된 증여세는 부과 취소되어 수증자에게 직접 환급되며 이 역시 증여를 부인한다는 규정과 같은 맥락이다.

두 규정 모두 조세 회피 방지가 목적이고 증여세를 맞물려 생각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월과세, 우회양도와 같은 특례 규정들이 계속 생겨날 것이고, 납세자들은 점점 더 ‘샤프’하게 그러한 세법을 뚫고 나갈 절세(?)의 길을 찾을 것이다. 사실 납세자가 자기의 세금 부담을 줄이고자 한다는 것에서 절세와 탈세는 그 목적이 같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에 자문을 구해 세법을 이해하고, 법 테두리 안에서 현명하게 세액을 줄이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