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3차 구제금융 협상이 최종 타결되던 날, 공교롭게도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가 단행됐다. 상반기 글로벌 증시의 핵심이었던 그리스가 퇴장하고, 이제는 중국이 주연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쇼크는 글로벌 증시를 차례로 떨게 했다. 외환시장도 요동치게 했다. 중국과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대부분 급락했다. 중국의 최대 수요처인 국제유가도 급락했다.  원자재 가격 역시 추풍낙엽이었다.

이날 강세를 보인 것은 달러화와 국제 금값이다. 양립하기 어려운 두 자산이 동시에 강세를 보이는 기현상을 보였다.

시장은 매수보다는 매도가 편해보인다. 이제는 노골적으로 매도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증시가 꼭지점을 쳤다는 의견들이 심심찮게 제기되면서 이제는 이익실현 기회를 엿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시장을 이끌었던 기술주들에 대한 목표가 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시장은 전환점에 놓여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212.33포인트(1.21%) 내린 1만7402.84로, S&P500 지수는 20.11포인트(0.96%) 내린 2084.07로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 역시 65.01포인트(1.27%) 하락한 5036.79로 마쳤다. 반등하룻만에 다시 상승분을 반납했다.

다우지수는 200일 이동평균선이 50일 이동평균선을 하향 돌파하는 소위 ‘데드 크로스’가 발생했다. 추세적인 하락 압박으로 투자자들을 긴장시켰다.

이날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했다. 특히 중국 진출 기업들의 주가는 여지없이 급락했다.

전일 신제품출시 기대감으로 모처럼 큰 폭 반등했던 IT대장주 애플 주가는 5.16% 추락했다. 목표주가도 기존 135달러에서 130달러로 긴급 하향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반도체 주가도 중국쇼크는 예외가 아니었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주가도  무려 5.05% 급락했다.  샌디스크(-3.15%), 인텔(-2.16%) 등 동반 추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이날 2.21% 하락했다.

GM주가도 판매둔화 우려로 3.48%, 소비재 섹터인 티파니 앤 코 역시 판매 둔화 우려로 주가가 2.1% 하락했다. 이날 전날 지주회사 알파벳 설립 계획을 발표한 구글만 4.1% 상승 눈길을 끌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위안하 전격 절하와 관련 중국 진출 미국 기업들의 올해 실적이 15%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한편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는 호조를 이뤘다.  6월 도매재고가 0.9% 증가해 1년 2개월래 최대폭으로 늘어났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0.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앞서 마감한 유럽증시 역시 요동치는 가운데 급락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1%,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2.7%,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9% 하락했다.

이날 국제유가도 최대 수요처인 중국경제 둔화로 큰 폭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88달러(4.2%) 하락한 43.08달러로,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ICE유럽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21달러(2.40%) 하락한 49.20 달러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날 지난 7월 회원국들의 하루 산유량이 전월에 비해 10만1000배럴 증가한 하루 3151만배럴로 발표 공급과잉 지속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줬다. 중국쇼크와 겹치며 하락세를 부채질했다.

달러 가치는 나홀로 강세를 유지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0.14% 상승한 97.33로 마쳤다. 달러/유로 환율은 0.07% 오른 1.1024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0.41% 상승한 125.12엔선을 기록했다.

국제 금값이 중국 쇼크 불안감으로 나흘째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3.6달러(0.33%) 상승한 1107.70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약 3주 만에 최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