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차가 지난 4월 서울모터쇼를 통해 공개한 경차 레이 캠핑카 모습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뜻밖에 연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14일이 임시 휴무일로 지정되면서 아빠들은 분주해졌다. 불과 열흘 앞두고 갑자기 정해진 연휴인지라 유명 캠핑장은 이미 예약이 차 버렸다. 그렇다고 황금연휴를 집에서만 보내자니 가족들 눈치가 보인다.

갑자기 여행 일정을 잡자니 가장 우려되는 것은 숙박시설이다. 경치 좋은 관광지, 조용한 캠핑장에 빈자리가 남아 있을리 없다. 식사야 오며가며 해결할 방법이 많다지만 가족들과 잠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걱정이다. 큰 결심으로 구입한 캠핑 장비가 차량 트렁크에서 잠만 자고 있는 것도 신경 쓰인다. 이렇게 예고 없이 찾아온 여행에는 차박 만한 아이템이 없다. 차박은 올해 가장 뜨고 있는 여행 아이템이다.

차박이란 그야말로 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캠핑 방법이다. 차량으로 이동 중에 전망 좋고 조용한 공간을 찾아 주차하면 그곳이 캠핑장으로 변한다. 코펠과 버너 등을 이용해 식사를 마치고 해가 지면 뒷좌석 의자를 눕혀 잠자리까지 해결한다. 

 

캠핑 열풍 보다 한 박자 늦게 차박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단연 적합한 레져차량(RV) 모델의 출시 덕분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차박이라고 검색만 하면 '차박이 가능한 차량'부터 간단한 차박 개조 방법, 그리고 차박에 좋은 장소까지 관련 자료 들이 쏟아진다.장소만 제대로 선택하면 울창한 숲에서 텐트 없이 하룻밤을 보낼 수 있고 해안선 도로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기상할 수도 있다. 또한 인적이 드문 공영주차장은 무료로 세면까지 해결할 수도 있다.

차박을 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처음부터 캠핑을 위해 개조한 캠핑카를 구입하거나 트레일러를 장착하는 방법, 루프톱 텐트(차량의 지붕 위에 설치하는 텐트)를 구입·장착해 차량 지붕에 싣고 다니는 방법, 그리고 마지막으로 뒷좌석을 눕혀 차에서 수면을 취하는 방법 등이다. 물론 가격적인 면으로 봐서는 평소 타고 다니던 차량에 추가 장비 구입 없이 이용하는 것이 최고다.

▲ 마니아들 사이에서 '올란텔'이라고 불리는 한국GM 쉐보레 올란도

차박에 가장 적합한 모델은 한국GM 쉐보레 캡티바와 올란도다. 특히 올란도와 호텔의 합성어인 '올란텔'로 불릴 만큼 차박 마니아들에게 인기다. 2열과 3열 좌석을 접어 평평하게 만든 후 그 위에 매트나 돗자리만 깔면 성인 남성 2명과 아이 한명은 충분히 누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진다. 올란도는 캡티바에 비해 1천만 이상 차값이 저렴하다는 장점과 함께 디젤뿐만 아니라 LPG도 구입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뛰어난다. 특히 중형 세단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주행성능이 뛰어나고 패밀리카와 차박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새차 뿐만 아니라 1천만원대 초반까지 구입할 수 있는 중고차는 여름철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 4륜 구동 장착과 넓은 실내 공간으로 오토캠핑에 적합한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

오지 오토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4륜구동으로 자유로운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하고 루프톱 텐트를 설치하면 전국 어디서나 ‘길이던 아니던’ 캠핑장으로 변한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3m 휠베이스를 기반으로 넓은 실내공간이 장점이다. 4열로 구성된 내부는 필요에 따라 2열과 3열 좌석을 접어 이동 중 테이블로 사용할 수 있으며 4열을 접으면 3240ℓ의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다. 또 고속도로서 버스전용차선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거리 여행에서의 장점이다.

▲ 매직게이트로 무거운 캠핑 용품 수납과 차박이 가능한 르노삼성차 QM5 네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QM5 네오'를 선보이며 캠핑활동에 최적화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위, 아래로 트렁크 문이 열리는 '매직게이트'는 무거운 짐을 싣고 내리는 캠핑에서 유용하다. 아래쪽 문은 선반이나 의자로 활용할 수도 있다. 트렁크를 활짝 열고 전용 모기장을 설치하면 성인 두명 정도는 여름철 차박을 즐길 수 있다. 또 2열 좌석은 180도로 펼칠 수도 있어 한번의 레버조작으로 완전히 접을 수도 있다.

▲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인가 좋은 현대차 스타렉스 캠핑카

현대·기아차는 국내 완성차 최초로 캠핑카를 제작 판매하고 있다. 2013년에 선보인 스타렉스의 캠핑카 버전이다. 이동 중 숙식은 물론 넓은 공간에서 휴식까지 취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일반 차량을 구입해 개조하는 비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파는 회사나 사고자 하는 고객들은 물량이 많지 않아 애간장이 탄다. 캠핑카 제작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분류되면서 3년간 판매량 제한을 두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 차를 2013년 120대, 2014년 150대, 그리고 올해 180대까지 판매하고 있다. 스타렉스 캠핑카 가격은 4802만원, 옵션을 추가해도 5000만원대까지 오르지만, 기존 개조차량의 경우 6000만~8000만원 선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또 기존 캠핑카와 달리 현대차가 직접 판매 하면서 사후 서비스나 제품 신뢰도 등에서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중소기업청과 합의한 판매 쿼터제가 종료됨에 따라 내년부터는 캠핑카 판매를 본격화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 현대모비스는 기아차 카니발의 캠핑카를 직접 제작 판매할 계획이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한편 현대모비스는 기아차 카니발을 개조한 캠핑카를 지난 4월 서울모터쇼를 통해 공개했다. 모비스 관계자는 "제작은 완료했고 판매 시점 등만 고민하고 있다"면서 "현대모비스 이름으로 직접 판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도 서울모터쇼에서 박스형 경차 레이의 1인용 캠핑카 버전을 깜짝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