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훈 현 케이큐브벤처스 대표가 다음카카오의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된다는 소식입니다. 최세훈, 이석우 공동대표가 물러나고 만 35세의 임 내정자가 시가총액 8조 원의 거대 ICT 기업을 끌어간다는 말에 업계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저는 왜 소프트뱅크의 니케시 아로라가 생각날까요? 네, 압니다. 전형적이지만 생각이 나는 것을 어떻합니까.

 

먼저 임 내정자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역시 전형적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현재 다음카카오는 다양한 모바일 실험을 거듭하며 나름의 활로를 개척하고 있지만, 사실 근본적인 위기감도 상당한 상태입니다. 카카오TV와 샵검색 등 다양한 서비스를 연속적으로 런칭한다는 점은 ‘존재감’이 강렬하다는 말이지만, 이는 역으로 ‘초조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롭습니다.

이견의 여지가 있겠지만 다음카카오가 위기와 진화의 간극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 비중을 따지자면 위기가 51, 진화가 49라고 생각합니다. 창업공신들이 떠난다는 것은 긍정적인 포장이 가능하지만, 비전의 문제이기도 하거든요.

▲ 임지훈 내정자. 출처=다음카카오

여기에서 임 내정자 단독대표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먼저 다음카카오가 자신의 조직을 어느 정도 가다듬는데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사실일 수 있고, 착각일 수 있겠지만 이 과정에서 ‘자신감’이 엿보이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최세훈 대표와 이석우 대표의 투톱체제는 다양한 의미가 있겠지만 다음과 카카오라는 ‘다른 조직’을 아우른다는 뉘앙스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결국 임 내정자 단독발탁은 이제 ‘중간과정을 생략해도 본격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젊음을 마케팅으로 포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가 만 35세의 젊은나이라는 점도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국내에서 창업주의 친족이 아닌 경우 만 35세의 나이에 시가총액 8조 원의 기업을 지휘하는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결국 다음카카오는 임 내정자의 젊음을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시대에 대응하고 이를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젊음이 빠르고 기민한 상황판단은 가능하게 만들지만, 연륜에서 오는 노련함은 부족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다음카카오는 나름의 장치를 만들었겠으나 꼭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김범수 의장의 존재와 임 내정자의 ‘주특기’입니다.

사실 임 내정자는 김 의장의 ‘시험’을 통과하고 다음카카오의 새로운 대표로 낙점받았다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소프크뱅크벤처스에서 수석심사역으로 근무하던 임 내정자는 로티플 인수를 두고 김 의장과 인연을 맺었고, 김 의장은 임 내정자를 전격적으로 자신의 투자전문기업인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로 영입했거든요.

이후 임 내정자는 자신의 적성을 살려 케이큐브벤처스를 훌륭하게 이끌었고, 지난 3월 케이큐브벤처스의 김 의장 지분 100%를 다음카카오가 인수하면서 사실상 ‘로드맵이 섰다’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김 의장은 임 내정자를 ‘찍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두고 볼 일이지만, 상왕처럼 보이나 사실 최대 실력자인 김 의장이 자신이 발탁하고 키운 임 내정자와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까요. 흥미진진합니다.

임 내정자가 투자에 특화된 인물이라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현재 다음카카오가 다수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평가입니다. 즉 임 내정자의 다음카카오는 추후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인수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입니다. 대승적으로 긍정적인 일입니다.

이 지점에서 소프트뱅크의 니케시 아로라가 연상되는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니케시 아로라는 임 내정자가 몸담았던 소프트뱅크 소속이며, 조직에 지분이 없었던 상태에서 창업주인 손정의 사장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혈혈단신으로 소프트뱅크에 입성한 인물입니다. 손정의 회장과 친족도 아니고 투자본능도 매섭습니다.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임 내정자도 다음카카오와 특별한 인연이 없는 상태에서 케이큐브벤처스를 통해 다음카카오에 적을 두었으며, 자신의 능력과 김 의장의 지지아래 지금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 소프트뱅크 임원명단, 2번째가 니케시 아로라. 출처=소프트뱅크 홈페이지

물론 지금 당장 이 두 사람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릅니다. 임 내정자도 분명히 대단한 사람이지만 니케시 아로라는 그 능력을 이미 ‘글로벌’에서 인정받았거든요. 물론 글로벌에서 인정을 받지 않았다고 뒤쳐진다는 것은 아니지만, 임 내정자는 아직 다음카카오에서 선 굵은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으니 애교로 넘어가 주세요.

니케시 아로라는 21살의 나이에 가방 두 개와 100달러를 들고 고향인 인도를 떠나 무작정 미국으로 갔습니다. 미국 보스턴 노스이스턴대에서 경영학석사(MBA)와 보스턴 칼리지에서는 금융학 석사과정을 이수했고 7년간 애널리스트로 일했습니다. 이후 통신 서비스 회사를 창업했다가 구글에 입사했어요. 구글에서는 유럽사업을 총괄하며 무시무시한 능력을 보여줬고, 소프트뱅크로 자리를 옮긴 후 전격적인 투자본능으로 인도의 스냅딜 투자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손 회장도 이 지점에서 높은점수를 줬다고 해요. 임 내정자와 비슷하죠? 두 사람 모두 ‘투자본능’을 ‘실력자’로부터 인정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재미있습니다.

결국 임 내정자는 다음카카오가 현재 ‘가장 필요로 하는 인물’이라는 평가입니다. 몇몇 불안요소가 나오고 있지만 일단 ‘하나’에만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니케시 아로라와 임 내정자를 함께 생각하는 것도 앞으로의 행보에서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서로 처한 상황은 약간 다르지만 몇몇 신기한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떤 ‘미래’를 보여줄까요? 벌써부터 재미있어집니다.

[IT여담은 취재과정에서 알게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번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가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