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세대주인 기존 청약저축 가입자라면 꾸준히 저축총액을 늘려 보금자리주택 등 알짜 단지를 노려보는 게 좋다.


주택 청약통장 1순위 가입자 1000만 명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주택청약종합저축이 이번달 출시 2년을 맞아 1순위 가입자 583만명을 쏟아낸다. 기존 청약저축과 청약 예·부금을 포함해 1000만 명에 가까운 1순위자가 배출되는 셈이다.

미성년자 제외땐 300만명 안팎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1091만59명으로 청약저축(160만662명), 청약예금(189만5768명), 청약부금(61만34명) 등 나머지 청약 관련 통장의 가입자를 모두 합친 숫자의 2배가 넘는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최초 가입자(2009년 5월 가입) 583만2987명이 이달 2년을 채워 1순위 자격을 얻게 된다. 물론 만 20세 미만의 미성년자나 기존 주택 소유주, 24개월간 꾸준히 일정액을 납입하지 않은 가입자 등은 1순위 청약자격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1순위자는 그보다 낮게 잡아야 한다.

당시 미성년 가입자 188만명(32.0%)의 대다수가 여전히 만 20세 미만이며 무주택 가구주가 아닌 주택 소유주들도 상당수 가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이달 실질적인 1순위 자격을 갖춘 가입자는 200만명에서 300만명 사이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초기 가입자 수의 절반 수준이기는 하지만 다른 3개 청약통장의 기존 1순위자를 모두 합한 367만2천 명에 맞먹는 수치다.


청약 1순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향후 분양시장에 미칠 파장도 상당할 전망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1순위 자격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청약 수요층이 두터워진다는 얘기”라며 “5월 이후 입지가 좋고 분양가가 싼 ‘유망 단지’에 청약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5월에만 전국에서 아파트 3만여 가구가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침체된 주택시장을 고려한다면 실제 경쟁률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자녀를 위한 금융상품으로 만능통장에 가입한 사람이 많은 데다 요즘 주택시장 침체로 청약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순위자가 너무 많아지다보니 청약통장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최근 보금자리주택 청약에서 보듯 장기간 무주택자를 제외하면 당첨 가능성이 거의 없어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많다.

본인에 맞는 전략 꼼꼼히 짜야

공급 물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1순위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경쟁이 심해지게 마련이다. 한층 좁아진 문을 통과하기 위해선 청약 전략을 새로 짤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청약통장이나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들은 청약요건을 꼼꼼히 따져 청약 대상과 타이밍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순위가 되는 종합저축 가입자들은 무주택 등 개별 조건에 따라 단지를 고를 수 있다. 무주택 세대주라면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주택을 노려볼 만하다. 특히 젊은 직장인은 조건만 맞다면 생애 최초 특별공급이 유리할 것 같다.

민영주택에 청약하려는 종합저축 가입자는 주택 규모에 맞는 예치금(서울 기준 전용 85㎡ 이하 300만 원, 85~102㎡ 600만 원 등)을 미리 넣어둬야 한다. 민영주택의 경우에는 경쟁률이 크게 높지 않는 단지를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5월에 1순위 자격이 주어지더라도 납입기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예치금액이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치금액이 낮은 경기권 중소형 면적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만하다. 경기도의 85㎡ 이하 청약 예치금액은 200만 원이다.

종합저축 1순위자들이 쏟아지더라도 기존 청약통장 가입자들이 주눅들 필요는 없다. 같이 경쟁할 경우에는 유리하기 때문이다. 수요가 많은 전용 85㎡ 이하 공공분양 물량은 기존 청약저축 가입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하는 공공분양 또는 보금자리주택은 청약저축 납입금액이 높은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간다. 인기 신도시나 보금자리주택의 청약저축 납입금액은 100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만능통장 가입자가 인기 신도시에 당첨되기 위해선 10년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 청약저축 가입자들은 꾸준히 저축총액을 늘려 보금자리주택 등 알짜 물량을 기다리는 게 유리하다.

민영주택도 기존 통장의 당첨 확률이 높다. 주택형에 따라 전체 분양 물량의 50~75%가 청약가점제에 따라 분양되는데 청약가점제의 점수를 좌우하는 주요 기준의 하나가 통장 가입 기간이다. 이 기간은 2년 전 생긴 종합저축통장보다 기존 통장 가입자가 더 길다.

기존 청약통장 가운데 청약저축 가입자는 보금자리주택을 두드릴 만하다. 보금자리주택은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다. 정부는 올해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를 낮출 방침이어서 보금자리주택의 매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전용면적 85㎡ 이하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100% 청약가점제로 바뀌면서 장기간 무주택자였던 사람을 빼면 사실상 당첨이 어려워졌다”며 “무주택 세대주인 기존 청약저축 가입자라면 꾸준히 저축총액을 늘려 보금자리주택 등 알짜 단지를 노려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만 보금자리주택은 전매제한 기간이 7~10년으로 민영주택보다 훨씬 길기 때문에 직접 거주 목적으로 청약해야 한다. 청약예·부금 가입자들은 서울 재개발·재건축 단지나 수도권 민영주택 중소형(전용 85㎡ 이하)을 노려볼 만하다. 장기 가입된 청약예금 통장은 서울 도심권이나 중대형 면적 청약도 가능하다.

이은정 아시아경제 기자 mybang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