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사업 진출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유통업계가 또다시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당초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 업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유통 대기업인 현대백화점과 신세계이마트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더욱 세간의 관심을 주목시키고 있다.

지난 8월 1일 투자은행(IB)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부익스프레스 예비입찰에 현대백화점과 신세계이마트를 비롯한 CJ대한통운, 동원그룹, 한국타이어,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7개 기업이 적격인수후보로 선정되었다. 동부익스프레스는 지난해 매출 8151억원, 영업이익 464억원, 당기순이익 221억원을 냈다. 오는 9월에는 인수후보들 간 본입찰에 나서게 된다.

동부익스프레스가 원활한 인수전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협상학 관점에서 어떤 부분을 챙겨야 할지 다음의 세 가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첫 번째는 인수 참여기업의 욕구에 집중해야한다.

욕구란 협상용어로 ‘인터레스트(interest)’라고 한다. 즉, 니즈(needs)에 집중하는 것이다. 욕구란 상대가 주장하는 그 이유에 집중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수전에 참여한 각 기업들의 이유,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의 욕구를 들여다보자.

누구보다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 가장 관심이 많은 기업은 CJ대한통운이다. CJ대한통운의 사업영역은 3자물류·포워딩·택배 및 국제 특송·해운·항만하역·유류판매·이사서비스 등이다. 동부익스프레스는 3자물류·육상물류·해상물류·고속버스·렌터카 등의 포트폴리오를 지니고 있다. CJ대한통운이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할 경우 3자물류, 해운·항만하역 등의 사업이 겹쳐 해당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CJ대한통운의 경우 지난 2분기 실적에 따르면 3자물류(CL)가 매출의 36.1%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핵심적이다. 3자물류는 제3의 업체가 물류를 대신 운송해주는 시스템으로, 동부익스프레스는 국내 3위 3자물류 회사로 해당 부문에 강점을 보이는 기업이다. 오는 2020년 ‘글로벌 톱5’를 앞두고 있는 CJ대한통운 입장에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그럼, 신세계의 욕구는 무엇일까. 전국적으로 분포해 있는 동부익스프레스의 거점을 활용한 유통망 확보와 물류비용 절감효과도 있겠지만 실질적 욕구는 따로 있다. 그것은 동부익스프레스가 보유하고 있는 서울고속터미널 지분 11.11%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신세계는 이미 신세계 강남점을 필두로 서울고속터미널 일대를 신세계 타운으로 만들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둔 상태다. 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서울고속터미널 지분을 3분의 2수준까지 확보해야 한다. 현재 신세계는 서울고속터미널 지분 48.29%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일고속이 보유하고 있던 서울고속터미널 지분 9.55%를 900억대에 매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수전에 뛰어든 현대백화점은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할 경우 전국 12개 백화점 점포와 현대홈쇼핑은 물론 현대백화점그룹 내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와 현대리바트 등의 물류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결국 동부익스프레스는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의 욕구, 나아가 숨은 욕구(hidden interest)까지 충족시킬 수 있는 협상을 해야 한다. 각 인수기업의 욕구에 집중해 진행시키면 상대는 안달하고 동부익스프레스는 원하는 데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둘째, 배트나를 최대한 활용하라.

배트나(BATNA: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란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 또는 마지노선을 말한다. 동부익스프레스는 배트나가 7개나 있다. 이들 외에도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업체나 사모펀드 등이 4~5개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인수기업 입장에서는 별다른 배트나가 없다. 왜냐하면 물류업계에 동부익스프레스 만한 매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인수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사업을 처음부터 갈고 닦아 물류사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이미 기존 인프라 등을 확보해 놓은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동부익스프레스는 이미 배트나(인수참여기업)가 많기 때문에 협상력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제 겨우 예비입찰이 시작됐지만 벌써부터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당초 6,000~7,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됐던 매각대금이 최대 1조 원 가까이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것도 배트나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머물면 안된다. 각 배트나에 대한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상대의 배트나를 비교・분석해서 어떤 배트나가 강력한지 아니면 열등한지 파악해야 한다. 기업의 가치는 물론 매각가격의 규모를 상당수 올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상대가 수용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인수금액을 제안해라.

더불어 그 금액의 객관적 기준(standards)과 근거를 제시하고 물러설 수 없음을 확실하게 표현하라. 요구수준에 맞지 않을 경우 협상 자체를 포기할 수 있다는 것도 인지시켜야 한다. ‘반드시 매각해야 된다.’는 입장을 보이면 오히려 인수기업의 협상력이 더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