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강세로 미국의 수출이 둔화돼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편협한 시각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달러화 강세는 수출 둔화라는 부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구매력 증가와 내수성장 그리고 미국의 대외 부채를 경감시킬 수 있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달러화 강세가 미국의 기준금리인상에 대한 고민을 가중시킨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전체 수출은 전년대비 3% 감소했다. 이에 반해 수입은 늘어나면서 지난 6월 미국의 무역적자는 438억달러(약 51조401억원)를 기록해 5월 대비 7.1% 증가했다.

미국의 무역적자로 기업들의 실적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에 포함된 기업 절반의 지난 2분기 수익은 전년대비 2.1% 감소했다. 기업별로 보면 같은 기간 마이크로소프트(MS)는 수익이 5% 감소했으며 IBM (13.5%), 화이자(7%), P&G(9.2%) 등 미국 대표 기업들의 실적도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 관계자들은 미국 무역적자는 물론 기업 이익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달러화 강세를 꼽았다. 이에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달러화의 통화량을 줄여 달러화 가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금리인상은 단기적으로 달러화 강세를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달러화 가치를 결정하는 요인은 금리 수준과 함께 미국의 경상수지, 대외 여건에 따른 기축통화프리미엄은 다양하다.

예를 들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돼 미국 경제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될 경우 달러화는 물론 달러화 자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달러화 가치 약세를 유도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확대돼 미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세계 경제 불황으로 이어진다면 역으로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화 수요를 증대시킬 가능성도 있다. 즉, 달러화 가치는 개별 요인은 물론 경제 상황에 따른 무수히 많은 요인들이 결부돼 결정되기 때문에 그 ‘방향성을 쉽게 논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옳은 답이다.

▲ 미국 금리인상 시기별 특징과 달러화 변동 [출처:KDB대우증권]

과거 미국 정책금리 인상시기의 달러화 추이를 비교해 보면 달러화의 방향성을 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절실히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지난 1977년 8월에서 1981년 5월까지의 46개월간 미국의 정책금리는 4.75%에서 19%로 14.25%포인트의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달러화 가치는 선진국 통화대비 오히려 0.7% 하락했다. 이 시기에 미국은 ‘2차 오일쇼크’와 고금리 정책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한편, 지난 1999년 6월부터 2000년 5월까지 12개월간 미국의 정책금리는 4.75%에서 6.5%로 1.75%포인트 올랐지만 같은 기간 주요선진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는 4.6% 상승했다. 이 시기에는 아시아 외환위기와 함께 1999년 유로화 출범 등 다양한 외부요소가 달러화 가치에 영향을 미쳤다.

이렇듯 단순히 미국의 정책금리 수준을 달러화 가치에 결부시키고 이를 통해 금리인상 여부를 논하는 것은 달러화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재밌는 점은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시기에 달러화 가치도 동반 상승했던 1999년 6월부터 2000년 5월까지의 미국 경제성장률은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던 여타 시기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세계 경제성장률은 금리인상 이전 1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으나 금리인상 이후에는 오히려 4.3%의 고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은 달러화 가치 상승이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위협이라는 주장을 불식시킨다.

▲ 미국의 세계 성장 주도는 달러화 강세 요인 [출처:KDB대우증권]

달러화 강세는 미국의 수출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는 균형을 잃으면 다시 그 균형을 찾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만약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된다면 달러화 수요는 줄어들고 그 가치는 하락한다.

한편, 달러화 강세는 미국 수출 둔화로 이어지는 동시에 강달러에 따른 미국의 구매력 증가를 통해 내수성장을 견인한다. 현재 미국 경제에 미치는 수출과 내수는 약 3 대 7의 수준으로 내수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달러화 강세는 미국의 대외부채를 경감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할수록 여타국의 통화가치는 낮아져 낮은 가격에 부채를 상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축통화라는 지위 유지를 위해서는 달러화 강세는 필수요인이다.

▲ 향후 장기적 물가 안정이 관건 [출처:KDB대우증권]

미국의 기준금리인상과 달러화 가치는 그 수준이 문제가 아니라 ‘기간’과 ‘속도’다.

<이코노믹리뷰>는 지난 5월 15일 ‘[뜨거운 감자, 美 금리인상] 미국 경제 성장, 반드시 ‘완만’해야-④‘라는 기사를 통해 미국의 완만한 경제 성장이 세계 경제 성장에도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또한 미국의 정책금리 결정 목적은 ‘유동성 축소’, ‘경제 압박’이 아닌 ‘인플레 압력 완화’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지난 2011년 FOMC의사록을 통해 발표했던 미국의 금리 정책 스탠스가 여전히 변하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