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거리’로 불리던 서울 충무로 한복판. 그곳에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건물이 하나 서 있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에게는 ‘극장’으로, 충무로를 자주 지나는 젊은이들에게는 ‘아트홀’로 불리는 명보아트홀이다.

인근의 대한극장, 스카라극장(현재 아시아미디어타워)과 더불어 반세기 넘게 한국영화의 심장 역할을 했던 명보극장은 2009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에서 지난 4월 1일부터 특별한 마술쇼가 매일 열리고 있다. 매직쇼 ‘더 트리플’이 바로 화제의 공연이다.

이 공연은 마술로 시작해 마술로 마무리되는 전형적인 마술쇼다. 마술 사이에 조그만 에피소드를 삽입한 마술쇼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 같은 스토리를 마술로 풀어가는 퍼포먼스는 이 공연이 처음이다. 그 결과 마술사들은 마술사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배우로도 변신해야 한다. 대사는 없지만 마술을 통해 스토리를 설명해야 한다. 주연 마술사 3명 외에도 마임과 저글링 등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퍼니스트(Funiest) 2명도 가세해 마술로 다하지 못한 얘기를 코믹하게 풀어낸다.

공연의 배경은 어느 한적한 박물관. 이 박물관에 마법의 유물이 배달되면서 일어나는 한바탕 소동이 이 공연의 줄거리다. 그 소동 속에서는 유물 때문에 사람과 그림이 바뀌기도 하고, 말썽쟁이 관람객의 소동으로 박물관이 혼란을 겪는 모습이 연출된다.

마술사 김유정국, 노병욱, 한설희씨 등 3명은 극중에서 박물관의 큐레이터 겸 개구쟁이 관객 역할을 맡아 다양한 마술을 선보인다. 3명 모두 세계적인 마술 콘테스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프로 마술사들이어서 마법을 연출하는 느낌을 전해준다.

특히 CD 매니플레이션 마술의 세계 챔피언 한설희씨는 두꺼운 CD를 손 안에서 찍어내듯 쏟아내는 ‘CD 마술’을 선보인다. 여성 마술사 노병욱씨는 ‘링 마술’과 ‘구슬 마술’ 외에 중국의 변검술을 연상케 하는 ‘웨딩 마술(옷 바꿔 입기 마술)’을 선보여 관객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마술 중간에 등장하는 퍼니스트 최대성, 김희명씨는 박물관 경비원 역을 맡아 공연 틈틈이 코믹한 장면을 연출한다. 관객석을 돌아다니며 관객과 호흡하는 애드리브는 퍼니스트들이 자랑하는 알짜 공연 레퍼토리 중의 하나다.

공연기획자인 ㈜올댓페스타 노행철 CP는 “가정의 달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으로는 마술이 제격”이라면서 “많은 가족들이 이 공연을 보고 즐거움을 한아름 안고 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매직쇼 ‘더 트리플’은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 저녁 8시, 주말과 공휴일은 오후 4시와 7시에 충무로 명보아트홀 6층 하람홀에서 오픈 런으로 진행된다.

정백현 기자 jjeom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