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사격을 받기 위해 굳이 정부기관의 문을 두드릴 필요는 없다. 민간 주도의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이다. 큰 틀은 정부 주도 지원정책과 다르지 않다. 스타트업이 홀로 설 수 있게 물심양면 도와준다는 취지는 같으니 말이다. 다만 차이도 있다. 민간 주도는 프로그램이나 투자 유치 방식이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다방면으로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스타트업 스타를 꿈꾸는 당신은 어디로 가야 든든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 허브

디캠프(D.CAMP)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운영하는 국내 최초 복합 창업 생태계 허브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산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타트업을 위한 다양한 형식의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백미는 매달 마지막 주 진행하는 ‘D.DAY’ 행사다. 스타트업 참가자가 150여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 앞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일 기회를 제공한다. 결과에 따라 투자자와의 만남도 이뤄진다. 디캠프는 직접 투자는 물론 스타트업 전문 벤처 캐피털(VC)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투자를 진행하기도 한다.

공동 사무실형 업무 공간을 제공하는 르호봇도 스타트업 맞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벤처스퀘어와 함께 운영하는 ‘스파크스퀘어’가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기본적으로는 창업 전문교육 과정이지만 우수 수료자에게는 각종 특혜가 주어진다. 르호봇 사무공간을 무료 제공하는 것은 물론 분야별 전문가 1:1 멘토링, VC 및 엔젤투자자로부터 투자 기회가 주어진다.

지난 5월 공식 개관한 구글 캠퍼스 서울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시간짜리 짧은 세미나부터 10주 과정 엑셀레이터 프로그램까지 창업가를 위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지난달 28일부터는 ‘엄마를 위한 캠퍼스’ 프로그램을 시작해 호응을 얻고 있다. 출산과 육아 때문에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참여하기 힘든 20~40대 여성이 아이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풀코스’ 지원, 투자는 과감히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도 스타트업을 ‘풀코스’로 지원하는 시설이다. 심사를 거쳐 선정된 업체를 집중 지원해 국내·외 투자 유치는 물론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매월 3주차에 데모데이를 개최해 투자 유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네이버 등 ICT 기업, 투자기관, 창업보육기관 등이 힘을 합쳐 만든 민관협력네트워크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촉진하는 구심점 중 하나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수시로 세미나·콘퍼런스는 물론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파워서포트’ 프로그램 6차 신청(9월 30일까지)을 받고 있다. 네이버와 함께 준비한 지원 프로그램으로, 네이버의 스타트업 인프라 지원 패키지 Npac(클라우드 서버, 기업형 솔루션,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한편 기업들도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SK플래닛의 ‘동go동락’이 대표적이다. GO IDEA·GO ACTION·GO BIG·GO GLOBAL 등으로 나뉘는 이 프로그램은 여러 세부 항목을 통해 맞춤 지원을 제공한다. 일례로 ‘동go동락 창업지원’ 프로그램은 스마트폰 환경에서 실현 가능한 사업 아이템을 준비한 스타트업을 선정해 사무 공간, 개발 인프라, 경영 컨설팅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해준다.

지난 3월 다음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된 케이큐브벤처스는 인터넷, 모바일, 게임,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사업계획서를 선별해 평균 1억원부터 10억원까지 투자하고 있으며 ‘글로벌’ 혹은 ‘기술 기반’ 사업일 경우 정부로부터 추가 5억원을 지분 희석 없이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대기업과 함께 사업 추진 ‘빅딜’

신한금융그룹이 마련한 ‘신한퓨처스랩’도 이색적이다. 핀테크에 초점을 맞춰 지원하기 때문이다. 선정된 업체는 12주 멘토링 과정을 거치며 사업모델을 정교하게 구축할 수 있다. 이 기간에 금융전문가를 조언을 받는 것은 물론 글로벌 연계 지원과 사무 공간 지원 등이 제공된다. 공식 과정이 끝나면 국내 최고 VC가 참여하는 데모데이에 참여할 기회를 준다. 또 신한금융그룹과의 제휴를 하게 될 여지도 있다.

국내 이동통신 3사도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의 ‘브라보! 리스타트’가 대표적이다. ‘청·장년층을 위한 ICT 융합형 벤처창업지원 프로젝트’라는 설명이다. 혜택이 다채롭다. 사업 구체화를 위한 멘토링·컨설팅은 기본이고, SK텔레콤과 공동 기술개발 기회도 주어진다. SK텔레콤은 마케팅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판로개척과 홍보를 지원하기도 한다. 초기 창업지원금 2000만원과 함께 기술 개발자금을 최대 1억원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KT는 올 초 공모전 형식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케이챔프(K-Champ)가 그것이다. 공모전은 설립 5년 미만 10인 이하 기업과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ICT 전 분야·모바일 게임·ICT와 융합된 바이오기술(BT)과 나노기술(NT)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선발된 팀은 팀당 최대 1000만원의 초기 사업·마케팅 지원금과 입주 공간은 물로 사업화를 위한 테스트베드도 지원받았다.

 

특화 지원부터 크라우드펀딩까지

한편 게임사들도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넥슨은 넥슨앤파트너즈센터(NPC)를 운영한다. 지난 2012년 “성장 가능성 있는 유망한 게임 벤처와 스타트업을 지원해 국내 벤처생태계 성장에 일조하기 위해 설립”했다는 설명이다. 넥슨은 NPC 입주업체에 공간·운영자문·넥슨과의 공동 사업기회 등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NPC 입주사들은 지금껏 케이큐브벤처스, 캠스톤파트너스, NHN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스마일게이트도 ‘오렌지 팜’을 통해 게임·모바일·인터넷서비스 등 문화콘텐츠 분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지원한다. 사무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법률·회계·세무 자문을 지원하며 3개월마다 ‘리뷰 데이’를 진행해 사업성을 검증한다. 또 중소기업청과 함께 조성한 300억원 규모 청년창업펀드를 비롯해 스타트업의 도약과 확장단계에서 필수적인 투자 유치 연계를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와디즈는 스타트업이 크라우드펀딩을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팀을 꾸려 프로젝트를 제시하면 투자자들이 사업성을 판단해 투자를 결정한다. 목표 투자액 100%에 도달하면 투자자는 제품 등을 받을 수 있는 리워드 방식이다. 100%를 채우지 못하면 투자금은 되돌려준다. 와디즈는 ‘크라우드펀딩 스쿨’을 운영해 성공 전략을 제시하기도 한다. 실제 투자 유치 성공률은 70%가량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펀딩에 성공하면 팀 성향에 따라 맞춤 추천 프로그램 4가지를 운영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페녹스벤처캐피탈코리아는 상장기업과 스타트업 간 M&A 목적 매칭 플랫폼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신사업을 필요로 하는 상장 기업에 필요한 서비스와 역량을 갖춘 스타트업을 연결하고 두 회사의 자문 역할을 통해 정확한 가격 산정과 협상·경영 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계획을 위해 벤처기업협회·기술보증기금 등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스기사] ‘쏟아지는 특혜’ 성공 예약

지난달 젊은 CEO 3인이 중국으로 출국했다.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상하이 2015’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각각 반디통신기술·제이디사운드·마그나랩을 운영한다. 3개사의 공통점은 SK텔레콤 벤처창업 지원프로그램 ‘브라보! 리스타트’ 출신 기업이라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이 업체들에게 전시 부스를 제공했다. 부스 설치비용은 물론 항공권·숙박료·행사 입장권 등 행사 참가 경비를 모두 지원했다. 앞으로도 SK텔레콤은 스타트업들이 해외 진출을 모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는 계획이다.

P2P대출 플랫폼 어니스트펀드를 운영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비모는 신한은행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비모는 지난달 신한금융그룹 핀테크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퓨처스랩 프로그램에 최종 선정된 업체다. 실질적인 협력모델을 통해 스타트업에 공동 사업 추진의 기회를 준 것이다. 이번 협력을 통해 두 회사는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P2P 대출영역에서 다양한 협업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추진할 계획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신한퓨처스랩 육성대상으로 선정된 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향후 다양한 협업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교육용 테크키트 ‘비트브릭’ 개발사 헬로긱스는 와디즈를 통해 성공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들이 준비한 프로젝트는 시작 한 달 만에 270여명이 참여해 2만달러를 유치했다. 목표의 680%를 초과한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와디즈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리니어블의 경우 1800여명이 참여해 3만3000달러를 유치했다. 와디즈는 향후 다양한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소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내·외 성공 사례를 연구해 펀딩에 도전하는 업체들이 빛을 낼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