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사에 중요한 순간마다 과일이 하나 등장하는데, 그것은 바로 사과다.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에서부터 등장하는 사과는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는 순간에도 등장한다. 사과가 아래로 툭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지구가 잡아당기는 중력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다는 것.

사과를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물체는 중력의 지배를 받는다. 우리의 몸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한껏 위로만 올라갔으면 하는 가슴이나 엉덩이도 언젠가는 처지게 되어 있다. 하지만 속옷만 잘 입어도 처진 살도 보정할 수 있다면 약간의 위로가 될까? 더 나아가 오랜 시간 꾸준히만 입어준다면 관리의 차원에서 처짐이나 늘어짐을 조금은 늦출 수도 있다. 속옷 안을 잘 살펴보면 감히 중력의 힘을 거스르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들이 숨어있다.

가장 대표적 장치로는 브래지어의 와이어가 있다. 아래로 처지고 옆으로 퍼지는 가슴을 위로, 그리고 안쪽으로 모아주는 것이 와이어의 역할이다. 1970년대에는 이 와이어는 단순히 쇠를 구부려 만든 것이었지만, 그전까지 존재했던 천으로만 감싸는 형태의 브래지어보다는 가슴을 모아주는 힘이 훨씬 강해 이후 와이어는 다양한 변천을 거듭하게 된다. 원래 모양대로 돌아오는 형상기억합금이나 가볍고 탄성이 좋은 하이플렉스(Hi-Flex)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 가슴 부위별로 각도나 단면적을 다르게 설계하는 등 와이어의 진화는 현재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이렇듯 가슴을 받쳐주고 모아주는 고마운 와이어지만, 단단한 소재를 사용하다 보니 가슴에는 어느 정도 압박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몸에 아예 압박감을 주고 싶지 않은 여성들은 와이어 자체가 없는 노와이어 브래지어를 주로 착용한다. 하지만 와이어가 없다 보니 컵이 옆으로 퍼지기 쉽고, 덩달아 가슴도 퍼지거나 처지기 쉽다는 게 또 하나의 단점이었다. 와이어가 없다고 해서 중력에 의해 아래로 처지려는 가슴을 마냥 방치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노와이어 브래지어 컵 안쪽에는 쫀쫀한 탄성이 있는 망 원단이 숨겨져 있다. 이 망 원단은 와이어가 없어서 퍼지기 쉬운 양쪽의 컵을 안쪽으로 모아줘 가슴의 보정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중력에 의해 처지는 것은 가슴뿐만이 아니다. 지방이 많이 분포한 엉덩이도 아래로 처지기 쉽다. 힘 있게 위로 업된 엉덩이는 일명 ‘애플힙’이라고 불리며 건강미의 상징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지방 분포가 많은 엉덩이는 더욱 아래로 처지기 쉬운데, 보정속옷의 일종인 거들을 입으면 힙업 효과를 볼 수 있다. 거들은 하체의 군살을 보정해줘야 하기 때문에 늘어남이 적은 탄탄한 원단을 사용하는데, 힙업 효과를 위해서 엉덩이 아래쪽 부분에는 좀 더 탄탄한 원단을 사용한다. 더 강력한 효과를 위해서 거들 안쪽에 엉덩이를 받쳐주는 별도의 원단을 넣기도 한다.

여성들만 중력을 거스르는 속옷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성들을 위한 속옷도 있는데,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남성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위한 것이다. 트렁크 팬티는 몸에 딱 붙는 드로즈에 비해 편안하지만 남성들의 중심 부분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일부 트렁크 팬티 안에는 이를 잘 받쳐주기 위한 망 원단이 숨겨져 있다. 메쉬 소재의 망 원단이 남성의 중심을 잘 받쳐줘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주는 것이다.

속옷도 패션 아이템이므로 맨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디자인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피할 수 없는 처짐이나 늘어짐마저도 속옷을 통해 조금은 늦출 수 있다면 더더욱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천기누설과도 같은 속옷 안의 비밀 장치들을 통해 젊음의 기쁨과 편안함을 좀 더 오래 누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