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증권시장이 중국 위안화 하락과 같은 대외 변동성 확대와 더불어 국내 기업 실적 부진과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에 직면했다.

수출주들의 부진이 지속되는 데다 내수주까지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종들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장기투자 관점에서 은행업종을 주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마땅한 투자 대안처가 없는 가운데, 저금리 시대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데다 지금까지 저평가됐던 만큼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중국발 불안… 코스피 ‘부진’

최근 금융업계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환율을 달러당 6.4010위안으로 고시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1.86%, 12일 1.6% 각각 절하했다.

위안화 충격으로 인해 코스피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3일 코스피는 전일보다 7.99포인트 회복한 1983.46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2000선 회복을 못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3일 전거래일 대비 1.76% 상승한 3954.56으로 거래를 마쳤다. 

상하이지수는 지난 6월 12일 5178.19포인트로 최고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이어왔다. 지난 7월 9일 3373.54포인트를 기록하며 최저점을 기록했다.

중국 당국은 증시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인프라 투자 ▲은행예금 잔액 대출비율(예대비율) 폐지 ▲지준율(支準率) 50bp 인하 ▲양로기금의 증시 투자 허용 등을 추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증시는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다시 하락했다. 7월 9일부터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던 상하이 지수는 8월 현재까지 3000대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 증시의 부진은 결국 중국 실물 경기에서의 성장이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지난해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7.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13년 7월(49.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1분기와 2분기 중국의 성장률은 7%로 6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중국 증시의 코스터 장세는 중국 경제가 건전하지 않음을 드러내 보인다면서 세계 경제가 취약한 때 중국의 둔화는 더욱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민간컨설팅업체 소네콘의 회장 로버트 샤피로는 <가디언>을 통해 “과거 중국이 추진한 투자 중심의 성장정책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면서 “수많은 투자 프로젝트가 파산하고 있다. 이는 누구도 아파트를 사지 않고, 사무실을 임대해서 쓸 사업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7월 16일 발표된 중국 산업생산 증가율 역시 크게 둔화됐다. 중국 상반기 산업생산은 6.3%를 기록, 지난 1분기에 비해 증가 속도가 0.1% 포인트 낮아졌다. 올해 상반기 고정자산 투자 역시 23조7132억위안으로 11.4% 증가에 그쳐 1분기에 비해 증가폭이 둔화됐다. 중국의 불황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나라 수출업종의 중국 수출 부진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한국의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기준으로 0.3%에 머물렀다. 재고증가분 0.2% 포인트를 제외하면 사실상 0% 성장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로 인한 내수 침체의 회복이 더딘 가운데 코스피는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5월 22일 2146.10포인트를 기록했지만 6월 2일 2078.64포인트로 하락하며 2100선이 붕괴됐다. 이후 등락을 거듭했지만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이어가 8월 4일 기준 2027.99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주 대안 투자처 등극

전문가들은 금융권, 특히 은행주가 대안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한 상황에서 악재에 대한 영향이 덜한 데다, 기준금리가 1.5%까지 떨어진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은행은 ‘예대마진’을 통한 수익을 얻는다. 예대마진이란 소비자들에게 예금을 받은 뒤, 그 돈을 대출해주면서 발생하는 이자 차익이다. 예를 들어 100만원의 예금을 받고 1만원의 이자를 소비자에게 지급한 뒤, 같은 돈을 다른 사람에게 대출해주고 10만원의 이자를 받는다면 9만원의 차익이 발생한다. 이 9만원의 금액이 예대마진이 된다. 다만 대출한 뒤 이자와 원금을 갚지 않을 경우 문제가 된다. 때문에 은행업종의 경우 예대마진이 높고 연체율이 낮은 상황이 가장 이상적이다.

지금까지는 낮은 금리 때문에 은행의 이자수익 역시 감소했다. 2분기 상장 7개 주요 은행(및 지주회사)의 합산 지배주주순이익은 순이자마진율(NIM)의 하락으로 1조9000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3.5%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은행 NIM 하락세가 둔화되거나 멈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진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2.21%로 전월 대비 2bp 하락했다”며 “6월 기준금리 인하와 안심전환대출 관련 일회성 요인이 소멸되는 부분이 상쇄되면서 3분기 NIM 하락폭은 3~4bp 이내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정기예금 및 금융채 리프라이싱(가격재설정)을 통한 조달금리 하락효과 본격화를 기대할 수 있다”며 “향후 은행권 NIM은 더디게나마 상승추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연체율 역시 감소 추세다. 지난 6월 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61%로 전월 말(0.80%) 대비 19bp 하락했다. 전년 동월 (0.80%) 대비 19bp 줄어든 수치다.

 

저평가 은행주 강하게 반등

특히 지금까지 저평가됐던 은행주가 강하게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은행주는 올해 예상 주당순자산가치(BPS, Book Value Per Share) 대비 주가순자산율(PBR, Price Book Value Ratio)이 0.48배로 PBR 박스권 최하단에 있다. 결국 국내 정책이나 금리 모멘텀만 있으면 의외로 강한 반등이 나올 수 있는 국면으로 분석될 수 있다. 업종 PBR 0.48배에 내재할인율 평균 12.9%를 감안하면 은행주 주가의 하방리스크(Downside Risk)는 제한적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될 경우 결국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은행업종의 수혜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최진석 연구원은 “국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와 연내 미 연준 기준금리 인상 및 글로벌 물가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금리 베팅을 해도 잃을 것이 크게 없는 시점”이라며 “국내 은행들의 NIM만 안정된다면 국내 은행들의 상대적 이익 모멘텀은 강할 것으로 보여 금리 베팅을 하며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