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CEO가 최근 발생한 경쟁사의 대형 사고를 보더니, 우리도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는데요. 미디어 트레이닝이라는 게 있더라고요. 이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으면 위기관리 시스템이 좀 잡히는 건가요? 대체 미디어 트레이닝이 뭔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먼저 이야기하면 ‘미디어 트레이닝’은 기본적으로 위기관리 시스템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미디어 트레이닝은 기업 임원이나 기타 언론 접촉이 가능한 직원들이 받아야 하는 기본 직무 훈련이라 볼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 시스템을 미디어 트레이닝이라는 훈련을 통해 갈음하려 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그건 전후가 잘못된 것이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위기관리 시스템의 구축은 첫째 ‘어떤 위기가 자사에게 발생할 수 있는가?’에 관련된 진단(Audit)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많은 예측 가능 위기들에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이 단계에서 진행됩니다. 둘째로는 각각의 위기 유형별로 발생 형태와 구체적 대응 방식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위기관리팀과 함께 각 부서별 역할과 책임도 정해지고, 감지부터 종료까지의 상세한 대응 프로세스를 논의하게 되지요. 셋째로는 해당 프로세스별로 필요한 위기관리 자산들과 내 외부 이해관계자망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이때 구체적으로 사전 조치 및 개선 방안까지 도출됩니다.

이 세 가지 프로세스를 먼저 밟는 것이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우선적 업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의 프로세스를 통해서 대략적 위기관리 가이드라인과 매뉴얼 등이 나오면, 그 이후 이를 기반으로 미디어 트레이닝과 같은 각종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실시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단, 미디어 트레이닝을 예상되는 이슈 발생 전 적정 시점에 진행해 발생할 논란에 대응하는 목적으로 진행은 가능합니다. 예상되는 논란에 대하여 미리 함께 해당 이슈를 들여다보고, 이에 대한 언론이나 이해관계자들의 여러 질문들을 분석하고 답을 마련해 놓는 거죠. 이를 기반으로 실제 커뮤니케이션 훈련도 진행합니다. 언론을 포함한 각각의 이해관계자 창구 임직원들이 그 대상이 됩니다. 모든 준비를 갖추어 놓고 논란이 발생하면 핵심 임직원들이 바로 신속 정확하게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을 여러 채널들을 통해 진행하자는 취지입니다.

이런 류의 미디어 트레이닝은 이슈나 위기 발생 시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팩트나 논리를 혼동 속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해 놓고 예상된 대부분의 질문과 의혹들을 신속 정확하게 하나하나 해명해 나가는 아주 적극적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입니다.

평소에는 미디어 트레이닝을 임원들의 불필요한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실수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으로도 진행합니다. 고위 임원일수록 다루는 정보나 책임의 질과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은 신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합니다. 평소 당황스러운 논란이나 이슈를 미리 만들지 말자는 조언을 미디어 트레이닝을 통해 전달합니다. 더 나아가 이런 민감한 상황을 상정해 실제와 같은 환경에서 언론 커뮤니케이션 실습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노력도 사전적 이슈관리라는 의미는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미디어 트레이닝이 곧 위기관리 시스템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위기관리 시스템에는 미디어 트레이닝 등과 관련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가장 중요한 상황관리 방안들이 통합적으로 포함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위기 발생 시 한국 기업이나 조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상황관리를 부실하게 하거나, 관리에 실패하고 나서 커뮤니케이션 관리에만 신경을 쏟는 케이스들입니다.

성공 케이스들에서 상황관리 없이 커뮤니케이션으로만 위기가 해결된 케이스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황관리가 신속 적절하게 이루어져서 그 결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빛을 발한 케이스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진정으로 제대로 된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원한다면 좀 더 큰 틀에서 전사적 차원으로 접근했으면 합니다. 기본 프로세스들을 전문가들과 함께 협업을 통해 하나하나 점검하며 자사의 위기관리 뼈대를 만들기 바랍니다. 그 후에 각종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해당 위기관리 시스템을 살아 있게 지속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 간단한 작업은 아니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작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