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올해 2분기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매출 13조9257억 원, 영업이익 2441억 원에 그쳤다.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영업이익률의 지속적인 하락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최대 4%의 영업이익을 내던 LG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1.8%로 내려앉았고, 올해 1분기 2%대로 반등에 성공했으나 올해 2분기 다시 1.75%로 떨어졌다

하지만 더욱 우울한 것은 이러한 저조한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에 있다. 야심차게 준비한 승부수들이 시장의 호응을 얻어내지 못하고 줄줄이 외면받고 있는가 하면, 뚜렷한 반등의 동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이렇게 무너지는 것일까?

동력을 모으다
LG전자의 스마트폰 경쟁력은 말 그대로 위기일발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G4가 충격적인 실적저조를 기록하며 끝없는 추락을 예고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팔리지 않으니 과도한 마케팅이 반복되어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가 무한반복되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이 올해 3분기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문제다. 올해 3분기 LG전자 MC 사업본부 영업이익 예상 전망치를 두고 유안타 증권은 220억 원, 동부증권은 26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LG전자 MC 사업본부 2분기 영업이익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3분기에서 실적반등은 이루겠으나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팽배하다.

이 지점에서 LG전자는 승부수를 던졌다. LG전자 조준호 MC 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달 29일 실적발표 직후 소속 임직원에게 조직개편을 암시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 중 '미래 준비를 위해 해야 할 일에 인원을 제대로 배치해 실행하겠다'는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사실상 인력 재배치를 통해 성장의 기회를 제로 베이스에서 논하겠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MC 사업본부의 조직개편 규모가 최대 20%일 것으로 본다. 10명 중 2명이 부서를 옮기는 격이다. 여기에 제품 개발 방법도 기존의 핸드오버(handover) 방식에서 프로젝트 매니저 중심의 태스크(task) 조직으로 바꾸고 성과중심의 조직문화를 구축하겠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지다. LG젠틀과 LG비트로 대표되는 중저가 라인업 다변화와 더불어 전체 스마트폰 전략을 새로짜는 분위기도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반적인 유럽사업 강화를 검토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오는 9월 4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하는 IFA 2015에서 대대적인 현지시장 공세에 돌입하는 지점이 단적인 사례다. 업게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10년 동안 사용해 온 메세 베를린 11.2홀을 버리고 18홀을 단독 사용하기로 IFA 주최사 메세 베를린과 계약했다. 단일 참가기업으로는 두 번째로 큰 전시장을 운영하는 셈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사업을 강화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의지다.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 사업본부는 올해 2분기 매출 4조4853억 원, 영업이익 2918억 원을 기록하며 나름의 선방을 하기도 했다. 결국 당장의 성장동력을 위해 강력한 한 방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순간이다.

올레드TV에 대한 전사적인 투자가 진행되는 대목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27일부터 국내 시장에 4개 시리즈 5종의 올레드 TV를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번 출시로 한국 시장에서 총 8개 시리즈 10종의 올레드 TV 라인업을 확보하게 된다. 상당한 자신감이다. LG전자는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올해를 진정한 올래드 TV 원년으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 대중화라는 전제가 붙으며 시장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 출처=LG전자

신성장 동력제고에도 집중해야 한다. 특히 자동차 사업이다. 2005년 내비게이션 사업에 진출한 이후 줄곧 자동차 사업에 관심을 뒀던 LG전자가 최근 VC 사업본부를 통해 의미있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구글 자율주행차에 자동차 배터리를 제공하는 한편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와 무인차의 핵심 부품인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아직 뚜렷한 실적개선의 효과는 없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대목이다.

최근 시장에서는 LG전자가 구글과의 협력을 넘어 아예 '한 몸'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물론 최종적으로 루머로 밝혀졌지만 이는 LG전자가 글로벌 ICT 업계를 선도하는 구글과의 전사적인 협력 가능성을 크게 열어두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LG페이를 비롯해 다양한 접점이 발견된다.

LG전자는 구글의 프로젝션 표준 기술을 적용한 차량용 AVN(Audio Video Navigation) 디스플레이에 자사의 기술을 탑재시키며 기술적 협력관계를 강조하는 한편, 지난해 구글의 커넥티드 카 연합인 '오픈 오토모티브 얼라이언스(OAA)'에도 참여해 연결의 끈을 긴밀하게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출시된 LG전자의 가상현실 기기 VR for G3도 구글의 카드보드를 모티브로 만든 제품이다. 본 제품은 플라스틱으로 제작됐으며 내부에 G3를 부착하기 쉬워 사용 편의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내 유료 VR앱인 ‘Robobliteration’ 데모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사용자가 V3 for G3의 종이 매뉴얼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바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난 4월 24일 LG전자는 자사의 스마트워치인 ‘LG 워치 어베인’을 국내에 출시하며 구글의 스마트워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웨어를 탑재했으며 특허관련 이슈에서도 양사의 간격은 급속도로 좁아지고 있다.

▲ 출처=LG전자

조직의 동력을 살려라
LG전자가 최악의 시련에 직면했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당장 지표상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LG전자가 이미 승부수를 던지는 한편, 조직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전사적인 행보에 돌입했다는 부분도 재조명되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이 100% 성공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LG전자의 행보를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