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여부를 논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미국 금리인상 이후를 논해야 하는 시기다. 핵심은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미국의 정책이 바뀐다는 점이다. 하지만 미 금리인상에 대해 막연한 공포심을 느끼기보다 이를 명확히 이해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투자대상을 선별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은 지난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3%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2.5%를 하회하는 수치지만 우려와는 달리 미국의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올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양적완화(QE)라는 비정상적인 정책과 함께 기준금리를 제로(0)로 낮추는 등 경기회복을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했다. 그 결과, 전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 이전의 상황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위기에서 벗어난 상황’이 됐다. 단편적으로 본다면 미국 금리인상과 향후에 이어질 유동성 축소는 ‘위기에서 벗어난 상황’을 다시 위기로 돌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기 마련이다.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는 위기를 경험한 시장 참여자들의 ‘트라우마’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미 금리인상, 정말 두려움의 대상인가

‘A가 발생할 경우 B가 발생한다’는 명제가 사실이라 해도 ‘A가 발생하지 않으면 B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 할 수 없다. 즉, '미국의 제로금리정책이 경기회복을 유도했다‘는 명제가 사실이라 해도 ’미국이 제로금리 정책을 펼치지 않으면 경기는 회복되지 않는다‘는 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금리인상에 무조건 ’공포‘를 느끼기보다 현재 경제상황과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파급효과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이미 기정사실화 됐다. 설령 경제상황이 급격히 악화돼 미국 금리인상이 지연된다해도 비정상적인 수준의 금리는 언젠가 정상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미국 금리인상 이후 대면해야 하는 문제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를 위한 준비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이 가지는 가장 큰 위험은 달러강세와 이에 따른 신흥시장 위기 가능성”이라며 “미 금리인상과 관련 긴축발작(Taper Tantrum)이라는 신조어부터 Fragile 5(인도, 남아공, 터키, 브라질, 인도네시아), PICTS(페루,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터키, 남아공) 등의 차기 위기국가를 지목하는 단어들이 양산되고 있다는 점은 지난 1990년대 후반 이머징 외환위기가 얼마나 뿌리깊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 주요 신흥국 외환보유고 추이 [출처:SK증권]

그렇다면 달러강세에 따른 신흥시장의 위기 가능성이 지난 1990년대 후반과 비교해 어떤 수준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위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거론되는 신흥국들도 학습효과로 인해 달러 강세 가능성에 대비를 했다는 것이다.

SK증권에 따르면 Fragile 5, PICTS, BRICs의 외환보유고는 지난 1990년대 대비 각각 9배, 7배, 11배로 늘었다.

그러나 신흥국들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금융시장과 더불어 중장기 실물경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중장기 경기둔화에 따른 금융위기로의 전이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영준 연구원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자산시장의 버블이나 신용창출이 가능한 금융제도의 변화가 반드시 수반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90년대 후반 일본발 버블, 최초의 버블로 꼽히는 튤립버블 당시에는 옵션제도의 도입, 2008년 금융위기는 부채담보부증권인 CDO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중국은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 자리하고 있으며 러시아, 브라질 등은 원자재 싸이클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경제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안심전환대출이라는 한국판 CDO가 자리하고 있어 이에 대한 장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같은 주식·채권·대체투자 다른 결과 낳는다

현재는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유동성 축소가 예상되는 반면, 중국, 일본, 유로존 국가들의 경기부양 및 양적완화 정책이 예고돼 있어 소위 말하는 리플레이션(통화재팽창)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한편,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일부 달러표시 자산에 국한된 버블 현상이 여타 자산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달러화 강세에 대한 경계심과 미국 주식시장의 ‘과도한 상승’이라는 언급은 심리적으로 달러화 표시자산에 대한 투자자들 적극적인 모습을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도 나홀로 독주보다는 여타 주변국의 경기회복이 동반돼야 세계 경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의견을 뒷받침한다.

▲ 미국 부동산 가격과 인구성장률 [출처:SK증권]

따라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서유럽 및 국내를 포함한 신흥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회복을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 다만, 점진적 비중을 확대해야 하며 이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현실화된 이후를 의미한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을 두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이 경기회복을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관심은 기본이며 여타 국가들의 상황과 함께 선별적 투자전략이 필요하다.

만약 미국의 금리인상이 될 경우 채권시장은 어떻게 될까. 미 금리인상이 즉각적으로 여타 주변국의 정책동조화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또한 이머징의 외환위기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달러표시 채권을 제외한 여타 채권의 비중을 급격히 축소할 필요는 없다. 다만 금리인상으로 인한 위험이 잠재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만큼 채권투자에 있어서는 듀레이션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

▲ 투자자 위험성향별 자산배분 [출처:SK증권]

듀레이션이란 채권투자시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가중평균기간으로 일반적으로 장기채가 단기채가 듀레이션이 높을 수밖에 없다. 듀레이션이 높을수록 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가격 변동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를 고려한 채권투자전략이 필요하다.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이었던 미국 부동산이 주택 허가 건수 반등 및 기존 주택 판매량이 급등하는 등 주택 경기회복에 대한 긍정적 신호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인구구조 변화에도 불구하고 오바마케어 등에 힙입어 미국 부동산시장 하락 압력이 낮아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와 연관된 상품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