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넘게 대한민국을 한껏 움츠리게 만들었던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에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 정부가 지난 7월 28일 황교안 국무총리의 입을 빌어 “국민들은 이제 안심해도 좋다”며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다. 지난 5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뒤 딱 69일 만에 국가 차원에서 ‘메르스 공포’에서 벗어났음을 확인한 것이다. 비록 초동대응이 늦어 조기 진화 기회를 놓친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아쉬움은 남지만, 어쨌든 추가 환자 발생과 그에 따른 전염 확산 우려로 일상적인 경제생활이 위축되면서 두 달 동안 감내해야 했던 경제 주체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정말 다행이다.

일각에선 국제 기준에 따른 공식적인 메르스 종식 선언이 나오려면 8월 말에야 가능하다며 정부 발표의 성급함을 탓하는 목소리도 있다. 즉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염병 양성 반응을 보인 환자(확진자)가 2회 연속 음성 판정을 받아 완치하는 날부터 28일이 지나야 공식적인 종식으로 유권해석한다. 지난 7월 30일(오전 6시 기준) 치료 중인 메르스 환자는 모두 12명이며, 이 가운데 1명이 양성 반응자이기 때문에 정부의 종식 선언이 성급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시쳇말로 ‘만사불여(萬事不如)튼튼’이라, 모든 일을 확실하게 매듭짓는 것이 옳다. 그러나 국민들의 실생활 모습이 두 달 전과는 확연히 다르고, 지난해 세월호 침몰 참사에 이은 올해 메르스 사태로 악화일로를 겪는 경제 사정을 감안하면 정부의 선제적 대응은 충분히 공감하고 수용할 만하다.

메르스 사태는 69일이라는 시간적 손해뿐 아니라, 확진자 186명 중 사망자 36명, 격리대상자 1만6729명(해제자 1만6693명)이라는 인적 피해를 남겼다. 또한 경제적 측면에서 메르스 감염국이라는 오명으로 한창 잘 나가던 ‘한류 관광’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특히 한류 관광의 중심이었던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피해 이웃나라 일본으로 빠져나가는 광경을 두 눈 뜨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쓰라림(?)은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슴 아팠을 것이다. 이처럼 적지 않은 인적, 물적 피해를 끼친 메르스가 사라졌다고 하니 마치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얼마나 반갑고 시원한 일인가.

하지만 메르스의 종식에 우리가 그저 “굿바이(Good bye), 메르스~”하며 환호작약(歡呼雀躍)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반응일까. 메르스가 남긴 상처를 곰곰이 되짚어 보면 우리는 이율배반적으로 “땡큐(Thank You), 메르스!”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우선 메르스 사태는 정부의 국가적 위생 안전 및 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드러냈고, 동시에 민간의료의 자율 시스템도 공익 차원에서 협조 또는 관리되지 않을 경우 자칫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는 점에서 고맙다. 즉 국민들이 위임한 뷰로크라트(Bureaucrat, 관료집단)들이 자신의 역할과 전문성에 소홀한 경우, 한 개인이 아닌 전 국민이 위험에 빠질 수 있기에 이들에 대한 보다 엄격한 도덕성과 전문성 교육이 필요하다. 동시에 국민복리의 공공의료와 첨단 의료기술의 민간의료 간 서비스 융복합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또한 메르스 사태로 고마워해야 할 점은 ‘한국 관광의 중국 의존’ 실태를 절실히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 규모는 약 612만명이었다. 지난 한 해 전체 외국인 관광객 1420만명(해외동포 29만명 포함)의 43%에 해당한다. 중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에 관광 와서 쓴 금액만 약 13조4000억원(2013년 기준)에 이른다. 심지어 일자리도 24만개가량 만들어진다고 추산됐다.

우리 국민들이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지갑을 열지 않는 내수 시장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존재감은 지대할 수밖에 없다. 이런 ‘큰 손’이 메르스 여파로 발길이 뚝 끊기니 당연히 관광업을 비롯해 유통업 등 내수 중심 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자 정부부처 장관, 지자체 기관장, 그리고 관광 및 항공 업계 등 민간 등 너도나도 중국으로 넘어가 ‘안심 관광’을 설명하고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선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을 보면서 과연 ‘요우커 특수’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그리고 우리나라 관광산업은 특수를 유지 지속시킬 만한 관광 인프라와 콘텐츠의 메리트를 갖고 있는가 본질적인 의문을 품는다. 관광산업 인프라가 일본의 10분의 1도 안 되는 한국이, 지난해까지 외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에서 일본을 앞지른 것 자체가 불가사의한 일이라며 자못 자랑하던 한 관광업계 관계자가 이번 메르스 사태로 정반대의 걱정을 하고 있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당장 눈앞의 내수 시장 회복을 위해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읍소해야 하는 처지는 이해하지만, 메르스 사태로 인해 우리 관광 시장의 취약성이 드러난 만큼 이참에 정부와 관광업계가 체질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메르스가 종식됐다는 의미에서 ‘굿바이, 메르스’라면,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제도적 상처를 들추고 반성과 함께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땡큐, 메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