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제조회사 임원으로 퇴직하고 자영업을 하는 김진복 씨(55)는 강남의 인기 주상복합 아파트 경매로 단숨에 재산을 불렸다. 올해 초 법원경매로 감정가 12억원에서 2회 유찰해 최저가 7억6800만원까지 떨어진 서울 강남구 도곡동 A 주상복합 아파트를, 5명과 함께 입찰 경쟁에 참여해 8억7200만원을 써내 가까스로 낙찰받았다. 낙찰 잔금, 등기 이전비와 세입자 이사비 등을 합쳐 총 9억1000만원이 들었지만 감정가보다 3억2000만원, 급매 거래가 대비 3억원 이상 저렴한 가격이었다.

이 아파트는 지은 지 5년 된 51층의 고층 주상복합 건물로, 주변이 초고층 대형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몰려있고 지하철 3호선 매봉역이 가까워 주거와 교통여건이 좋았다. 김 씨는 두 달간의 임차인을 내보내는 명도 과정을 거쳤다. 아파트를 인도받은 후 한 달간의 내부 수리와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고 올해 1월 입주를 마쳤다. 122㎡(50평형)로 집도 넓히고 낙찰받은 금액도 저렴해 매우 흡족해하고 있다.

2회 유찰 늘어 시세 대비 30% 싸게 낙찰

부동산 활황기에 주변 시세를 견인했던 도심 주상복합 아파트 경매 공급량이 늘면서 낙찰가율이 하락하고 있다. 일반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등이 높은 경쟁률 속에 고가에 낙찰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도심 주상복합 아파트는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2회 이상 유찰은 기본이고 낙찰가율이 일반 아파트가 85%인데 반해 주상복합 아파트는 75%대로 10% 이상 벌어지고 있다. 3회 이상 유찰한 후 턱없이 값싸게 낙찰되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 남부지법 경매에 나온 양천구 신월동 D빌 174㎡(전용면적 기준)는 7억7555만원에 낙찰됐다. 최초감정가 11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67%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 지난 4월 분당신도시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정자동 분당 아이파크 196㎡도 감정가 16억원에 시작된 경매가 2회 유찰 후 2명이 입찰해 10억6550만원인 66%에 낙찰됐다. 중고가 주상복합의 경우 서울은 80% 미만, 수도권은 72%대에 낙찰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최근의 주택 시장 침체와 함께 중대형 아파트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고가 주상복합 아파트는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주상복합 아파트는 대형 고급주택이기 때문에 환금성이 떨어지는 반면, 부채 부담을 안고 가격이 비싼 고가 아파트를 사들이기보다는 재건축이나 중저가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수요가 몰린 탓이다.

‘남이 팔 때 사고 남이 살 때 팔라’는 부동산 투자의 명언(?)처럼, 요즘처럼 낙찰가율 하락기에 인기지역 내 주상복합 아파트에 투자하면 주변 시세보다 턱없이 값싸게 중대형 아파트를 낙찰받을 수 있다. 평균 낙찰가율이 70%선이어서 감정가 대비 30% 저렴하게 낙찰받을 수 있다. 게다가 최근 경매장에 나오는 아파트는 가격 거품이 빠진 상태에서 감정됐기 때문에 시세차익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주상복합 아파트는 2000년대 중반 주로 도심 노른자위 내 상업지역에 건축돼 최고의 위치에 있는 데다 역세권내 초고층으로 세대수가 많은 단지형으로 지어졌다. 따라서 일반 아파트 단지에 비해 매매가격이 10% 이상 높고, 조망권과 호텔식 부대시설 덕분에 ‘부의 상징’이라고도 불려 고급 아파트 인식이 강하다. 대체로 지역 랜드마크 아파트이자 초고층이기 때문에 지역 집값을 리드하는 경우가 많다.

경매에 부쳐지는 주상복합 아파트 매물은 서울과 수도권을 합쳐 한 달에 약 50~60건 정도다. 최근 공급량은 늘고 있으나 입찰자는 줄고 있다. 주상복합 경매의 특징으로 취하율이 비교적 적은 점을 들 수 있다. 부동산 소유자의 사업 악화로 빚이 많은 상태에서 경매에 부쳐진 경우가 많고, 호황기 때 투자 목적으로 과다한 대출을 얻었다가 이자 부담으로 경매 시장에 나오는 경우도 상당수다. 사업자의 경우 신용보증기관 등에서 보증 선 기업대출과 함께 개인대출도 많아 주택의 가치보다 대출 규모가 큰 특징이 있다.

주상복합 아파트 경매 물건을 검색할 때는 도심·부도심, 강남 3구 등 인기지역 및 시내 주상복합 밀집지역에서 고르면 어렵지 않다. 토지는 상업지역이며 1~3층 등 저층은 주로 상업시설, 상층부는 고층 아파트 건축 형태로 배치돼 건물의 층수가 높은 아파트 매물을 찾으면 된다. 감정평가서의 구분건물 감정평가명세표에 저층은 판매 및 업무·영업시설로 표기되고 상층부는 주거 용도의 건축물로 표기된다.

도심 랜드마크급 아파트 노려볼 만

투자가 유망한 아파트는 도심에 위치해 최고의 교통환경을 갖추고 편의성과 조망권을 함께 확보한 곳이다. 전용률이 높고 인근에 고급 복합아파트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있는 경우 아파트매매가의 변동률이 적고 환금성도 양호하다. 저층에 상업시설과 함께 수영장, 골프연습장 등 주민편익시설과 복리시설이 잘 갖춰진 경우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와 기업 오너 등이 입주해 투자 가치와 상품성이 뛰어나다.

경매 물건 입찰을 준비할 때는 중개업소에 들러 유사 매물의 평면도를 통해 아파트의 내부 구조와 배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입찰자가 직접 경매에 부쳐진 아파트 내부를 확인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중개업소에 나온 비슷한 매물을 통해 간접적인 확인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지은 지 오래됐거나 비인기 지역, 슬럼화되는 단지의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보다 주거환경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도심 중대형 아파트의 선택 기준으로는 편의성과 조망권 확보 여부가 투자의 생명이다. 생활의 편의성과 함께 주거의 쾌적함을 따져 입찰을 결정하고, 전용률이 다른 주상복합 아파트보다 적을 경우 실제 주거의 사용면적이 적어 투자 가치가 떨어지므로 다른 단지와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경매 물건이기 때문에 특별히 감정가가 저렴하지 않는 한 낙찰가율은 2회 유찰 후 75%선에서 낙찰받는 게 좋다.

주상복합 아파트는 당분간 뚜렷한 시세 상승 요인이 없으므로 단기 시세차익이 아닌 실거주나 실수요 목적으로 입찰하는 것이 좋다. 향후 아파트 시장에서 경기침체와 거래감소 등으로 중소형 주택이 인기를 끌 것이므로 대형 아파트는 단기차익을 거두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되도록 수요층이 두터운 인기지역 내 물건을 고르고, 고급·초대형 평수보다는 실수요층이 두터운 122(37평)~132(40평)대 매물을 고르는 게 실속 있다.

정확한 시세 파악도 필요하다. 현재 매물로 나온 급매물 시세를 파악한 후 가격을 써내야 한다. 최근 거래된 급매물을 기준으로 최근 1개월 안에 낙찰된 저가 경매 물건을 기준으로 해보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낙찰가를 산정해낼 수 있다. 또 권리관계가 안전한 물건을 고르고, 다소 품을 팔더라도 여러 물건을 물색한 후 투자자의 여건에 맞는 지역 내 물건을 집중적으로 노리는 것이 좋다.

인기지역 주상복합 아파트라도 집값이 상승 국면일 때 오름폭이 크지 않고, 하락 국면일 때는 낙폭이 일반 아파트보다 더 큰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가격 거품이 충분히 빠진 2회 이상 유찰한 아파트를 골라 입찰 받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사비, 체납관리비 등 낙찰 후 투입되는 필요적 추가경비가 만만치 않다. 다만 3회 이상 유찰된 아파트는 경쟁이 치열해 낙찰가가 2회 유찰된 최저 가격선까지 높아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자금계획도 철저히 세워야 한다. 최근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로 대출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에 DTI 규제를 살펴야 한다. 아파트를 값싸게 낙찰받았지만 대출규제를 확인하지 않고 입찰했다가 잔금을 내지 못해 다시 경매에 부쳐지는 불상사도 생긴다. 입찰 전 자금 융통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사전에 경락잔금대출이 가능한지 파악해둬야 한다. 만약 대금 납부 전까지 잔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입찰보증금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